중국 고궁박물원(자금성)이 또 하나의 명소를 탄생시켰다. 바로 ‘고궁 카페(故宫角楼咖啡)’다.
자금성 한 켠에 '고궁 각루 커피' 개점
훌륭한 콜라보 VS지나친 상업화 논란
고궁 한자락에 위치한 공간적 희소성과 특유의 고풍스러운 카페에 방문객이 몰리며, '600세 최고령 왕홍(网红 인터넷 스타)'으로 떠올랐다.
과거 비밀스런 공간으로 통했던 '금지된 성(紫禁城)'이 각종 굿즈와 콜라보에 이어 테마 카페까지 선보이며 대중에 한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가장 중국적인 것'으로 중국인과 해외 관광객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새로 문을 연 '고궁(자금성) 카페'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찬사와 '지나친 고궁 상업화'라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2018년 12월 1일, 베이징 고궁박물원 한켠에 고궁 각루 커피(故宫角楼咖啡), 일명 ‘고궁 카페’가 개점과 동시에 베이징 핫플로 부상했다. 고궁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함, 전통적인 인테리어, 시그니쳐 커피와 케익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2인~4인이 앉을 수 있는 20여 개 테이블로 구성된 공간, 고궁 카페에 들어섰을 때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벽면과 걸려 있는 ‘천리강산도(千里江山图)’와 같은 전통 화폭이다. 그밖에 건물 외부와 실내 인테리어 모두 '고궁 카페' 답게 꾸며져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고궁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체험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벽면과 천장에 걸려있는 전통 그림 [사진 고궁 카페 웨이보]
현지 매체 둥팡왕(东方网) 보도에 따르면, 오전 10시에서 11시 30분까지 1시간 반 사이 150명 이상의 관광객이 고궁 카페를 방문했다. 가장 손님이 많을 때에는 10분 이상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커피 말고 '천리강산 롤(千里江山卷)'이 고궁카페의 인기 메뉴로서, 매일 수량 부족에 시달릴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고.
그밖에 '강희 최애 초콜릿(康熙最爱巧克力)' '삼천가려 밀크티(三千佳丽奶茶)' 등 '궁궐', '황실' 테마에 맞춘 메뉴들을 만나 볼 수 있다.
"고궁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료에는 저마다 스토리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강희제는 초콜릿을 좋아했다'는 사료에 근거해 만든 음료가 바로 '강희 최애 초콜릿'이지요."-고궁 카페 점원
'고궁 카페' 개점은 '예상 밖의 일'인 동시에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이 많은이들의 반응이다. 최근 몇 년간 '고궁 굿즈'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금지된 성'의 문을 조금씩 열어왔다. 고궁 카페를 방문한 현지 관광객은 "고궁이 그동안 재밌는 이벤트를 많이 벌여왔는데, '고궁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이 그 정점을 찍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둥팡왕)
"믿고 쓰는 고궁 상품"
"고궁에서 출시한 건 퀄리티가 좋다"
중국 고궁박물원(자금성)이 개방적인 태도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짐은 알고 있다' 마스킹 테이프 [사진 화원출판사]
2013년, 타이베이 고궁박물관이 출시한 "짐은 알고 있다(朕知道了, '朕' 황제가 자신을 지칭하는 말)"라는 마스킹 테이프가 불티나게 팔렸다. 한 때 물량 부족에 시달릴 정도였고, 연간 판매량이 18만개에 달했다.
당시 베이징 고궁박물원 원장 단지샹(单霁翔)원장은 이 일을 계기로 문화 상품의 방대한 시장에 눈 뜬다. 이후 얼마지 않아 고궁에서도 다양한 굿즈를 선보이며 '젊고 개방적'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
고궁은 '귀여움 마케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2014년 8월 1일, '옹정: 스스로 귀엽다고 느끼다'는 제목의 글이 SNS를 달궜다. 이 글 안에 함께 기재된 '옹정행락도(雍正行乐图)' 중 옹정제의 귀여운 움짤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
무엇보다 고궁 타오바오(淘宝) 매장 개설은 고궁 굿즈가 주목받게 된 기폭제가 됐다. 고궁 타오바오는 타오바오 내에 개설한 고궁의 공식 쇼핑몰인 셈이다. 고궁 IP(지식재산권)가 인기를 끌면서, 수십만 팔로워들이 고궁 타오바오를 이용중이다.
고궁이 시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은 '고궁 IP'의 유일무이함, 독창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다른 장소와 브랜드에서는 복제할 수 없는 고궁만의 분위기와 가치를 지녔기 때문. 이번에 문을 연 고궁 카페 역시 고궁의 '문화 창작 사업'과 궤를 같이 한다. 향후 고궁 카페가 들어선 선우문 양쪽 거리를 '문화 창작의 거리(文创街)'로 조성할 계획이다.
2018년 9월 고궁에 입점한 러킨 커피 [사진 웨이보]
한편, 일각에서는 고궁이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8년 9월 '파란 커피' 러킨 커피가 고궁에 입점한 데 이어 또 고궁에 카페가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문화 유산이 상업화로 인해 훼손될지 모른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고궁이 전통적인 공간인 만큼 커피가 아니라 중국차(茶)를 팔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궁 상업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 [사진 웨이보]
고궁의 개방적인 태도 전환이 비즈니스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화 상품 제작과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보다 친숙한 이미지를 쌓았고, 제품 판매로 수익을 창출했다.
전과 달라진 고궁은 젊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중국의 전통 문화를 알릴 방법을 찾는 중이다. 관건은 전통과 현대의 콜라보, 그 적정선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달려 있다
첫댓글 중국 박물관에 대한 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한 겨울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