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한 2,22-28; 요한 1,19-28
+ 찬미 예수님
오늘은 성 대 바실리오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 기념일입니다.
신학의 방법론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긍정신학과 부정신학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긍정신학은 긍정적인 진술을 통해 하느님을 이해하려는 접근법입니다. 예를 들어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부정신학은 우리의 언어와 개념이 하느님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하느님에 대해 긍정적인 진술이 아니라 부정적인 진술을 통해 신학을 전개하는데요, ‘하느님은 ~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느님은 유한하시지 않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긍정신학과 부정신학은 서로 보완하면서 발전해왔는데요, 서방교회에서는 긍정신학이 더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우리가 부정신학에 대해 좀 낯설어합니다만, 동방교회에서는 부정신학을 더 높이 평가했습니다. 오늘날 하느님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이단들이 버젓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는 부정신학의 전통을 소홀히 한 결과라 하겠습니다.
부정신학의 전통은 터키 즉 튀르키예에 속한 지역인 카파도키아의 세 교부에게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 세 교부는 우리가 오늘 기념하는 성 대 바실리오,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그리고 바실리오의 동생인 니사의 그레고리오입니다. 이분들은 깊은 기도와 관상적 성경 읽기를 통해 하느님은 ‘접근할 수 없는 빛 또는 끝을 알 수 없는 어둠 속에 살아 계신 신비 중의 신비’임을 깨달았습니다.
이처럼 깊은 영적 체험에 바탕을 둔 신학을 전개하시면서도 성인들은 매우 실천적인 삶을 사셨고 초대교회 삼위일체 교리 형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셨습니다.
바실리오 성인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나누어 준 다음 수도 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수도 규칙서를 저술하여 후대 수도 공동체에도 큰 영향을 주었고, 주교품을 받은 후에는 무료 급식소와 자선병원을 설립하는 한편,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지 않던 공직자들을 향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셨습니다.
동로마 제국의 발렌스 황제는, 이단이었던 아리우스 지지자로서, 바실리오를 아리우스파로 끌어들이기 위해 총독을 파견하였습니다. 성인께서 황제의 요청을 거절하자 총독은 “그렇다면 재산을 몰수당하거나 매질을 당하거나 귀양을 가거나 사형을 당할 것”이라고 협박하였습니다. 이에 바실리오 성인은 “나는 수도자이므로 몰수당할 재산이 없고, 고행에 익숙하기 때문에 매질도 두렵지 않으며, 참된 고향은 천국이니 어디로 귀양보내든 상관이 없고, 사형에 처한다면 즉각 천국에 가게 될 것이므로 내가 원하는 바이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이에 감화를 받은 황제는 오히려 바실리오 성인을 도와주었습니다.
한편, 바실리오 성인의 평생 친구였던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 성인은, 바실리오 성인이 세운 수도 공동체에서 함께 수도 생활을 했지만, 바실리오 성인이 아리우스파를 저지하기 위해 자신을 주교로 임명하자 두 분의 우정에 위기가 올 만큼 바실리오 성인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379년에 바실리오 성인이 돌아가시자, 381년 개최된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 참가하여 정통신앙을 옹호하는 연설을 하셨습니다.
두 분의 우정에 대해 작년에도 소개해 드린 바 있는, 나지안조의 그레고리오 성인의 강론 말씀을 인용해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두 육신 안에 하나의 영혼을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두 사람의 유일한 과업과 갈망은 덕을 쌓고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아가며 현세의 삶을 떠나기 전에도 여기를 떠나간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목적하는 이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생활과 행동을 하느님의 가르침의 지도에 따라 이끌어 나가면서 동시에 덕행에 대한 사랑을 서로 분발시켜 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는데요,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엘리야도 아니다.” “모세가 예언한 그 예언자도 아니다.” 이처럼 자신이 누가 아닌지에 대해 먼저 말합니다. 이것은 부정신학의 방법론과도 비슷합니다. 이어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말합니다. “나는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예수님은 말씀이시고 세례자 요한은 소리였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소리가 지나가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으나, 말씀은 여전히 여러분 안에 남아 있습니다. 소리는 여러분의 귀에 들리고, 말씀은 여러분의 마음에 비추어집니다.”
해마다 1월 2일에 바실리오와 그레고리오 성인 기념일을 지내며 우리 삶의 이상은 무엇인지, 참된 우정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묵상하며 새해를 시작합니다. 우리 주위에 난무하는 여러 소리들 가운데 그리스도의 말씀을 분별하고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은총을 청합니다.
성 바실리오,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출처: Basil of Caesarea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