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그 짓무른 그리움의 빛깔로
푸른 날들이라 말하지 말아요. 꿈이라고도 말하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날들을 살아왔지요.
그 살아 온 날들은 그저 속았던 시간들일 뿐 아닌가요.
나를 배반했던 나에게 속고, 그 절망에도 다시 한 번 속고,
누가 말했나요, 절망이 도리어 희망을 잉태한다고.
대체 몇 해를 더 살아야 하는 겁니까? 소싯적에
아버지의 나이가 되면 다 알 수 있으리라 여겼습니다.
지금 그 나이가 지나가고 있는데 삶에의 답 한 줄 얻지 못하고
다만, 매 해 살아내도 나를 속이는 나를,
자신에게 속는 나를 부둥켜안고 주저앉을 뿐 아닌가요.
그래도 오늘 나를 살게 하고, 창밖을 내다보게 하는 것은
멍울져 흘러내리는 그리움이지요. 내게 남은 그리움의 빛깔 한 조각.
그것으로 빗물에 젖은 공원을 종일 내다보았지요.
거기 사람 하나 있더이다. 아무 말 없이 그저 손가락만 걸어
약속했던 사람 하나 있어 짓무른 그리움의 빛깔로 다가오더이다.
이제는 그 그리움의 날들이라 말해야 하지 않나요.
매 해 나를 속이는 나에게 속절없이 당하기를 그만두고
새로이 가방 하나 꾸려 갖고 여행이라도 떠나야 할 일입니다.
되돌아오지 않을 여행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그동안의 삶으로부터
멀리 떠날 수 있다면요. 봄비 내리는 날 그리운 꿈 하나 가지고서.♧
첫댓글
내연산이란 곳엘
다녀오셨나 봅니다
저 폭포의 시원한 소리만 들어도
속이 후련하셨겠어요
그러게요
푸른 날들이라 말하지 말아요
그 많은 세월의 숫자속에
여기에 이렇게 오늘 머물러 있네요
행운 님
건강 하십시다
네 정신없는 하루도 이렇게
폭염과함깨 저물어가고
비라도 내리면 시원할탠데
야속한 바람도 왼종일 인색한 오늘
맛있는 저녁식사시간 되세요.
@행운
네...
어제 뉴스에 보니
농가에 가뭄의 현실이 참으로 힘든 현실입디다
아마도 9월 한달은 덥다는 일기예보
하루도 잘 살아가는 지혜로요
@양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