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본 시편은 원수들의 조롱과 박해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겪는 시인의 고통을 통해 메시야 예수의 고난받는 모습을 생생하게 예언하고 있는 메시야 시편입니다. 다윗은 자기가 겪은 심각한 삶의 위기를 사형 집행의 상황으로 비유해서 표현한 듯한데, 이것은 다만 비유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원수들의 손에 의해 받은 고통에서 말 그대로 실제적인 성취를 보았던 것입니다. 또한 보통 다른 비탄시에서 볼 수 있는 시편 기자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악인을 저주하는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 것도 이 시를 그리스도와 연결시키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도록 만드는 요인입니다.
1. 버림받은 자의 고통스러운 탄식
1) 고통받으면서도 이스라엘의 하나님에 대한 확신을 가짐
시편 기자는 비록 하나님께서 그를 버리셨음을 느끼면서 어찌 버리셨느냐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절규에도 거의 그대로 나타나는 이 구절은 하나님으로부터 소외된 자의 극심한 고통과 좌절을 잘 설명해 주는 표현입니다. 시인은 하나님을 '내 하나님'(엘리)이라고 반복해서 부르고 있지만 그렇게 부른 하나님께서는 그를 버리신 듯합니다. 낮에도 밤에도 끊임없이 기도하고 부르짖지만 응답하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시인은 그 고통과 하나님의 침묵에 좌절하지 않고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그의 성도들의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사실을 믿고 확신을 가집니다. 이스라엘의 찬송을 받으시는 주님은 이교도들 이 섬기는 잡신들과 달리 거룩하시며 살아 계신 신입니다. 또한 다윗의 조상들이 고통을 당할 때 그 하나님께 기도하자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건지셨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에 대한 확신으로 기도하기를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2) 신실한 언약의 하나님만을 의지함
다윗은 사람들의 극심한 방해와 조롱을 받고 있지만 다윗 자신이 어렸을 적부터 아니 그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의 조상들과 맺으신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윗을 무가치한 벌레처럼 여기며 절대적인 모욕을 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그를 이미 버렸다고 조롱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부르며 하나님을 의지하지만 아무 결과도 없다고 비난합니다. 이 구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에서도 구체적으로 성취되었습니다. 십자가 주변의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비웃었는데(참조, 마27:42-43), 그들은 자신들이 바로 이 시편의 예언을 성취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으므로 예수께서 고난당하는 메시야라는 사실도 알 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순간에 다윗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모태에서 나오게 하신 때나 모친의 젖을 먹을 때에도 함께하셨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그러한 절대절명의 위기와 고독을 겪으실 때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김으로써 어려움을 이겨내셨습니다.
2. 고난당하는 왕의 슬픔과 탄식
1) 환난 때에 하나님께 간구함
다윗은 자신의 고통이 극심할 때에 하나님의 진실하심과 위대하심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완전한 하나님의 해결책을 간절히 구하고 있습니다. '나를 멀리하지 마옵소서 환난이 가깝고 도울 자 없나이다'라는 기도를 드리면서 다윗은 자신을 대적하는 원수가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가를 언급합니다. 다윗은 자기의 대적들을 황소와 사자와 개로 비유하면서 그들의 잔학성과 극한 횡포를 고발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죽음의 진토'에 놓이게 되었다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원수들의 공격으로 인해 다윗의 힘은 쏟아진 물같이 말라 버렸고 그의 뼈는 비틀어 꺾였으며 마음은 녹은 촛밀처럼 사라져 저항할 만한 힘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절대 절명의 위기였던 것입니다. 그런 상황일지라도 다윗은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그치지 않습니다. 고통이 극심하고 절망이 깊으면 깊을수록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의 태도야말로 오늘날 고통 중에 있는 우리 성도들에게도 꼭 필요한 자세입니다. 고통의 자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버리시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훈련시키고 성숙하게 하여 더욱 좋은 것으로 주시기 위한 것임을 바로 깨달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2) 모든 재산이 약탈당하는 고통
다윗은 자신의 육신이 고통받는 것에 이어 모든 재산이 약탈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자신의 겉옷을 나누며 속옷마저 제비뽑는다고 합니다. 이것은 자신의 모든 재산이 원수들에게 강탈된 사실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비유 역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에서 그대로 성취되었습니다(참조, 눅23:34;요19:24). 예수께서는 우리 인간들을 위해 희생하시면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하셨던 것입니다. 이와 동일한 고난이 우리 성도들에게 예비되어 있습니다. 우리 성도들은 사도행전에서 묘사된 초대교회 성도들의 삶에서 볼 수 있는 것 같은 물질의 공유와 같은 삶을 통해 성도들의 고난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3. 고통 중의 기도 응답과 찬송
1) 사망에서 구원받았음을 확신함
다윗은 다시금 악인들의 행패에서 자신을 지켜 보호해 주일 것을 하나님께 간구합니다. 그 기도를 드린 후 다윗은 주께서 자신을 구원하셨다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셨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비록 현재의 삶은 고통스럽더라도 하나님의 응답하심을 확신하게 된 다윗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구원의 하나님을 찬송하는 것이었습니다.
2) 구원의 하나님을 찬송함
하나님의 응답을 확신한 다윗은 백성들에게 자기와 함께 여호와를 찬송하자고 그들은 초청합니다. 이제 다윗은 하나님께서 곤고한 자의 곤고를 멸시하거나 부르짖음을 듣지 않으시는 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태도는 이 시를 시작할 때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를 응답하지 않는다고 부르짖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하나님을 찬송하며 그의 모든 백성들이 하나님 찬양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다윗은 그의 관심을 세계로 넓혀 온 세상이 하나님께 경배할 것이라고 찬송합니다.
결론
본 시편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잘 보여 주는 메시야 시편입니다. 특히 이 시는 처음에 하나님을 원망하는 듯한 어조로 부르짖다가 하나님의 응답을 확신하고 감사의 찬양을 부름으로 끝맺는 감격적인 시입니다. 우리 성도들도 삶을 살아 나가면서 겪는 호통의 순간에 좌절하거나 원망하지 알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아뢰고 맡기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해결책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의 찬송은 하나님의 위대하면서 세세한 섭리를 찬송하는 구체적인 간증의 노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