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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한국의 경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는데 이들의 파산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에 따라 만기 연장과 대출 및 이자에 대한 상환 유예조치가 이뤄지고 있지만 1년 반 넘게 지속된 위기 상황에서 최근 4차 대유행으로 매출이 더 급감한다면 이들은 임금도 제대로 지급하기 어렵다. 상당수는 빚을 늘려 위기를 모면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을 버티지 못해 파산에 이르면 이들은 매우 오랜 시간이 흘러야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복귀하게 된다. 결국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더라도 한국 경제는 두고두고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재난지원금의 대상을 줄이고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파산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셋째, 수요 진작을 위해서도 피해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지원 대상 확대를 강조하는 논리 중 하나는 부유층에게도 지원하면 이들이 소비를 늘려 피해계층이 종사하는 업종에도 혜택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감염 우려 때문에 아무리 소비를 종용해도 헛수고일 가능성이 높다. 체티 교수에 의하면 정부 지원금에 의한 소비 증가는 주로 대면 접촉이 필요없는 품목에서 이뤄졌다. 따라서 소비가 늘어도 기존의 피해계층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
고소득층은 코로나19 위기 기간에 소득 감소 없이 소비만 줄였고 이에 따라 늘어난 저축 때문에 지원금 없이도 상황만 좋으면 소비를 늘릴 준비가 돼 있다. 반면 저소득층은 코로나19 위기 동안 소득이 급격히 감소해 소비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이들에게 지원한다면 바로 소비 증가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 진작을 위해서라도 피해계층에 집중된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넷째, 선별 지원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선별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다. 하지만 이는 거의 설득력을 잃었다. 코로나19 위기 초엔 피해를 입은 계층을 선별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재난지원금이 어느 정도 정당화될 소지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1년 반이 넘어 작년 소득이 확정돼 있는 등 피해를 측정할 데이터가 충분하다.
또한 카드 사용량 등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피해 상황을 판단할 수 있으며, 올해 일단 지원한 뒤 소득이 확정되면 사후에 정산할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은 정부가 노력만 하면 피해 대상을 선별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하위 88%만 지원하는 정책도 어차피 선별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경제학은 사실에 기반해 희소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한다. 따라서 희소한 정부 재원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판단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다수 경제학자가 반대한 이번 결정은 대단히 실망스러우며 정치권의 의도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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