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수선화
시인이 사랑한 꽃
그러면 내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서,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네.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나는 구름처럼 홀로 헤매었네>
우리 모두 야생의 아름다움을 잘 안다. 열대우림의 아름다움과 버드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강의 아름다움, 블루벨 숲의 아름다움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 긴다. 그러나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런 생각은 꽤 최근에 생긴 것이다. 그러한 관념이 거의 생겨나지 않은 사회도 있다.
적어도 농업이 발명된 후부터 인류는 자연을 연인에게 맞서듯 대해야 했다. 너무 맞서야 해서 저항하기 힘들 정도였다. 자연은 우리를 끊임없이 위협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인류의 노력에 경외심을 느꼈다. 나중에 도시에 살게 되면서 우리는 정원이나 도시 한가운데 있는 자연을 좋아하게 되었다. 자연은 이제 '제자리를 지키는' 동안에는 문제가 없었다. 말하자면, 확실히 인간이 통제하고 있었다. 인간이 무엇을 재배할지 재배하 지 않을지 조정하는 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18세기 영국의 조경 설계사 랜슬롯 브라운(능력자 브라운으로도 불렸다)은 인간의 눈을 즐겁게 하려고, 사람들에게 평온함과 통제하는 느낌, 소속감과 소유하는 느낌을 주려고 자연처럼 보이는 풍경을 디자인해 만들어냈다. 동물들이 풀을 뜯는 풀밭, 다 자란 나무, 물가의 탁 트인 전망, 사람들이 안전함을 느끼며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냈다. 알렉산더 포프는 이렇게 썼다.
자연을 절대 잊지 말자,
그러나 자연의 여신을 정숙한 여성처럼 대하자,
지나치게 입히지도 말고, 완전히 벗기지도 말자.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것은 금기였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자연은 점점 더 파괴되었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도시에서 살게 되었다. 한편 도로와 늘어나는 기찻길 덕분에 교통이 좋아지면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쉽게 자연을 찾을 수 있었다. 자연이 파괴되는 모습을 보면 깨닫게 된다. 인간 손이 닿지 않는 자연에는 의미, 어쩌면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그 생각은 우리를 수선화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찬양하는 윌리엄 워즈워스의 황홀한 시로 이끈다. 워즈워스는 1802년 4월 처음 수선화 시를 썼지만, 1807년에 시를 발표했다.
수선화의 원산지는 이베리아반도다. 수선화속(Narcissus)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사랑에 빠져 자살한 나르키소스 신화와 관련이 있다. 앤서니 파월의 대하소설 [시간의 음악에 맞춰 춤을]에서 한 등장인물은 "자기애는 종종 짝사랑으로 보인다"라고 말한다.
수선화는 의학에도 활용되어왔다. 구토와 마비를 유도하고, 화상과 상처를 깨끗이 하고 치료하는 데도 사용되었다. 수선화는 환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그래서 소포클레스는 수선화를 '지옥 신들의 화관'이라고 불렀다. 히포크라테스는 수선화를 자궁 종양 치료를 위한 좌약으로 추천했다. 수선화에서 추출한 갈란타민이란 물질은 초기 단계 알츠하이머 치매의 치료에도 활용된다.
수선화의 눈부시게 매력적인 모습은 언제나 인간에게 중요했다. 아마도 특히 그 꽃의 적극성 덕분일 것이다. 여러 지역에서 수선화는 그 해에 처음으로 피는 큰 꽃이다. 수선화는 또한 재배하기가 무척 쉽다. 구근만 있으면 된다. 구근은 식물학적으로 휴면기에 양분을 저장하는 변형된 줄기로, 이로 인해 봄이 시작될 때 번개처럼 신속하게 반응할 수 있다. 수선화는 구근 나누기로 무성생식하고, 또한 곤충 수분에 의존하는 종자로도 번식한다.
수선화는 수 세기에 걸쳐 인간이 퍼뜨리고 들여왔다. 74종의 수선화는 2만 6,000여 가지의 재배 품종으로 나뉜다. 그중 많은 재배 품종이 들에서 자란다. 어떤 사람들은 무척 재배하고 싶어하는 환상적인 품종들도 있다. 나르시수스 프세우도나르시수스라는 어지러운 학명을 가진 나팔수선화라고 부르는 품종은 영국이 원산지일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이 워즈워스가 쓴 시에 등장하는 수선화가 바로 이 나팔수선화라고 이야기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겨울 이야기]에서 퍼디타는 말한다.
수선화들
감히 제비보다 먼저 와서
3월의 바람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워즈워스의 수선화를 예고하는 아주 아름다운 구절이다. 우리는 언제나 낭만주의 시인들이 포착하는 낭만적인 경험이 완벽한 진정성을 보여준다고 여긴다.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워즈워스의 시는 "나는 구름처럼 홀로 헤매었네"로 시작되는데, 사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여동생 도로시와 함께 있었다. 여동생이 수선화에 대해 먼저 썼다. 그들은 레이크 디스트릭트의 얼스워터 호수 글렌코인만 주위에 있는 자연 산책로를 걷다가 수선화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1802년에 산책했고, 도로시는 "그 주변의 이끼 낀 돌들 사이에서 이렇게 아름답게 자라는 수선화들을 본 적이 없다. 어떤 수선화들은 돌 위를 베개 삼아 머리를 얹고 피곤함을 달랬고, 나머지 수선화들은 뒤척이며 춤을 추었다. 수선화들은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웃어대 는 것처럼 보였다. 언제나 반짝이고 언제나 변화무쌍하며 정말 즐거워 보였다"라고 일기에 썼다.
도로시의 오빠가 쓴 시는 5년 후 두 권으로 나온 [워즈워스 시집]에 실렸다. 이 시에서도 수선화는 춤을 추었고, 소리를 내서 웃지 않아도 "함께 즐거운 친구"였다. 평론가들은 그 시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바이런 경은 그 시집에 악평을 했다. 그러나 서서히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수선화 시는 시선집에서, 그리고 학교 교육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졌다.그 시를 읽으며 우리는 낭만주의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을 떠올린다. 시인이 시골에서 힘없이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와 천재적인 감성으로 시를 써 내려간다. 사실은 대부분의 다른 좋은 시처럼 이 시 역시 힘든 창작 과정과 수정, 약간의 교묘한 꾸밈을 거쳐 만들어졌다.
그 시가 고전이 된 이유는 아름답게 지은 시일뿐 아니라 새로운 흐름, 즉 인간의 작품이 아니라 자연 세계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다는 혁명적인 생각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경치를 보고 순수한 아름다움에 눈가가 촉촉해지는 경험. 글쎄,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경험이다. 어떤 시도 그런 경험을 이보다 더 잘 포착하지 못했다. 이것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었고, 인공적인 것은 추하다는 무언의 결론을 내린다. 더 귀할수록 더 소중해진다. 존 키츠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 목록에서 "수선화/수선화가 사는 녹색 세상과 함께"라고 수선화를 언급한다. 아마도 선배 시인 워즈워스에 대한 공손한 인사였을 것이다. 그 구절은 "아름다운 것은 영원한 기쁨"으로 시작하는 시 <엔디미온: 시적인 로맨스>에 나온다.
그 시의 마지막 문장은 너무 깊이 파고드는 언어여서 처음에는 이해할 수가 없다. 워즈워스 시의 첫 문장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 제작된 한 텔레비전 광고는 "나는 혼자 조금 돌아다녔다.. 오 이런.."이라는 말로 시작된다. 그렇게 시를 짓던 시인은 캔 맥주를 마시고, 이내 워즈워스의 시 첫 구절을 읊는다. 그 후 우리 모두가 아는 그 구절이 내레이션으로 나온다("하이네켄은 다른 맥주들과 달리 시인들의 생기를 되찾아줍니다").
수선화에 대한 워즈워스의 시, 그리고 그 시와 함께 모든 살아 있는 수선화는 미치광이 같고 낭만적인 시인들에 대해, 또한 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 금방 떠올릴 수 있는 관념이 되었다. 풍경에 대한 사랑, 야생식물로 가득한 자연 풍경에 대한 사랑. 그것은 그런 풍경을 점점 더 보기 어려워지면서 더욱 타오르는 사랑이다.
나는 한눈에 보았네. 만 송이의 수선화가 활기차게 춤추며 고개를 흔드는 것을.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사이먼 반즈 지음
이선주 옮김
첫댓글 나는 구름처럼 헤매었네..
수선화와 함께 춤을 추었네..
항상 감성이 춤추는 글 감사합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