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혜 어떤 죽음은 함께 살기엔 너무 크게 자라서 야적장에 두어야 한다 비극은 눈물을 흘려서 세를 불리니까 신새벽, 악을 지르며 내 침대로 찾아드는 아이에게 쉬이― 쉬― 나는 항상 여기 있어 말했지만 정말일까 매순간 우리에게 시간이 넘실대는데 질병이 도사리는데 그의 평안은 요원하고 거대한 철제 가림막들은 철제 파이프로 연결되어 있고 철제 파이프들은 철사로 이어져 있다 철은 녹슨다 철은 정직하니까 여기는 보통 사람이 없고 바람과 벽돌 몇이 웅크리고 앉아 전쟁이나 시 따위를 태우고 있다 따뜻하려고 아이와 손잡고 야적장 옆을 지날 때 기다란 꿩 꼬리털을 주워 들고 그가 해사하게 웃을 때 방수포에 덮여 있던 비극이 얌전히 놓여 있던 죽음이 부스스 몸을 턴다 신을 믿지도 않으면서 나는 무릎을 꿇어 앉는다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고 간절히 기원한다 부디 그에게 평안을 주세요…… 그에게 평안을…… 평안을…… 《문학동네》 2024년 여름호
강지혜|1987년 서울 출생.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내가 훔친 기적』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지?』, 산문집 『오늘의 섬을 시작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 『내가 감히 너를 사랑하고 있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