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독도문예대전 대상>
돌산을 그려 넣고 우산(于山)*이라 적었다 / 조성숙
지도꾼 고산자(古山子)**는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눈이 푹푹 내리는 겨울밤 내내 우산于山을 떠올리고 있었다
귓전에 생생한 돌산이 가물거려서
괴는 섬이 어룽져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출항을 약조한 황포돛배의 선수에 세울 푯대를 쓰다듬었다
양각의 붉은 눈금이 새록새록 손가락을 파고들었다
입으로 전하는 산을 찾아 전국을 헤맨 한평생
고산자가 마지막 점 하나를 찍기로 작정하여 남겨 둔
우산을 찾아 울릉도로 들어온 지가 벌써 수삭
눈이 푹푹 내리고 배는 포구에 언 채로 묶이고
백두산 너머 회령 가는 길 보다 멀고 긴 겨울이 끝나고
뱃길이 열린 이른 봄날 아침
해풍에 날리는 갓끈을 고쳐 매며 고산자는 뱃전에 기대어 섰다
파도는 높았고 배는 한 잎 낙엽처럼 흔들렸다
진시에 출발한 배가 정오가 지난 미시가 되어서야
멀리 나란한 크고 작은 돌산 둘이 뱃전으로 떠올랐다
망망대해에 외로이 떠 있는
아! 산이여!
돌산이여!
선비처럼 오뚝한 콧날의 동도여!, 서도여!
단군 성조의 영험한 모습이 어룽거렸다
맑고 초롱하게 정신을 차린 고산자는
목화꽃 같은 울릉도 동남쪽 아래
작은 돌산을 그려 넣고 우산이라 적었다
옹기종기 어깨를 맞댄 동도와 서도를 작고 외로운 묵빛으로 앉혔다
대동여지도의 판각이 완성되던 날 야심한 시각에
사승하던 외동딸이
두 글자 우산 앞에 정화수를 뿌렸다
신성의 영험함을 펼치시어 흑심 품은 도적들을 물리시라고
* 독도의 옛 이름 ** 조선 후기에 '대동여지도'를 판각해 간행한 김정호의 호
<제5회 독도문예대전 입상>
독도 /윤민희
떨어져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외로움이 얼마나 아픈지
빼앗겨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억지소리가 얼마나 무서운지
해포달포 살아온
뼈아픈 저 물에 둘러싸인 섬처럼
나도 혼자다
떨어져보지 않은 사람은
빼앗겨보지 않은 사람은
물에 둘러싸인 섬에서
섬초롱꽃을 피워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첫댓글 8월은 광복절이 있는 달입니다.
최근 우리 영토인 독도를 참탈하려는 기류가 심상치 않아서
이 시를 선정하였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