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因果 -타락한 기도의 종말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2020.04.06
종교(宗敎)가 위기다. 초월적 존재 없이는 설명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과학의 진보로 상식의 영역으로 내려오면서 종교효용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종교인 비율은 끊임없이 줄고 있다. 국내에서는 1985년 통계청 인구조사 시작 이후 조금씩 줄더니, 2015년 무종교인이 56.1%를 기록하며 종교인 비율을 훌쩍 넘어섰다.
과거에는 종교인이 아닌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와 같은 종교에서 민족이나 부족의 크고 작은 종교까지 종교가 없는 삶을 상정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더 이상 종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미신과 신화로 점철된 비논리적인 가르침을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종교가 효용성을 갖는 것은 기도의 힘이다. 아직도 과학의 힘으로, 인간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걸 해결하는 것이 기도(祈禱)다. 간절하고 절실하게 기도할 때 그 원이 이뤄지는 사례들은 심심찮게 보고된다. 이런 현상은 종교의 종류와 관계없이 일어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종교가 가진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져 버린 느낌이다. 온갖 것에 기도라는 이름을 붙이고 탐욕을 추구하다 결국 세간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한 교회 때문이다. 물리적 거리두기를 해야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을 교회에 떼로 모여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코미디로 국민적 피로감과 분노는 쌓여가고 있다.
불교는 인과(因果)·연기(緣起)를 말한다. 신에게 맹목적으로 의지하는 종교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 불교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가장 선도적인 역할로 국민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국가적 재난 속에서 교회가 보여준 광신과 탐욕이 종교라는 테두리로 묶여 있는 불교에도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 교회의 타락한 기도로 인해 국민적인 ‘종교포비아’ 현상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나쁜 이웃으로 인한 불똥이 불교계에 전이되지 않기를 불자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할 시점이다.
김형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