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21년 9월 2일(목) 10시~12시
* 어디서: ZOOM 화상회의
* 누 가: 이해나, 장현정, 이신형, 박소현, 이지연
참관- 이경희, 이아진
○ 앞풀이
유은실, <나의 독산동>, 문학과지성사(2019)
공장주변 동네에 살았던 작가의 어린 시절을 그린 유은실 작가의 자전 작품이다. 1974년에 태어난 작가는 다섯 살 때 ‘서울독산초등학교’로 발령받은 아버지를 따라 독산동 조그만 연립주택으로 이사했다. 독산동은 동네 산봉우리에 나무가 없는 벌거숭이 산이어서 민둥민둥할 ‘禿’자를 쓴 데서 유래되었다. 작가가 독산동으로 이사를 한 시기는 산동네가 대부분이었고 주변에 구로공단이 있었다. 구로공단은 큰 공장도 많았지만 둘레에 자그마한 공장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 책이야기 나누기
<멀쩡한 이유정>/ 유은실 / 푸른숲
-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의 구성이 각각의 단편인 줄 몰랐었다. 잘 읽히기는 했으나 생각을 많이 하게끔 하는 책이었다. 자신과 가족이 멀쩡하지 않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요리를 잘하시고, 독사에 물린 사람을 구해주셨던 나의 아버지에 대해 나의 아이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할아버지의 숙제>에서 할아버지의 삶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하면서도 할아버지만의 장점을 소개하는 엄마가 생각을 전환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았다.
- 할버지 숙제,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 그 시절 아버지들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술을 많이 잡수셨고, 어린 기억 속에 아버지의 술냄새가 아직도 느껴지는 것 같다. 살아계셨더라면 지금 할아버지 되었을 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래도 나는 자랑스럽게 생각해야지......
-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고모 생각이 났다. 가족 이야기는 늘 눈물이 나게 해서 책을 읽다가 자꾸 울었다.
- 그림 그리신 변영미님의 소개가 자유롭고 즐겁고 따뜻해서 기분이 좋았다.
- 새우가 없는 마을 이야기를 읽으면서 짠했다.
- 네비게이션, 휴대전화와 같은 문명의 이기가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도 하지만 소통이 어렵게 한다.
- <멀쩡한 이유정>을 읽고 어린 시절이 많이 생각나면서 공감했다. 길을 찾아 헤매면서도 아닌 듯, 괜찮은 척 했어야 했던 유정이가 내 모습과 겹쳐지는 부분이 있었다. 아이들의 순진하고 발랄한 모습, 어린 시절 혼자 학교에 다니게 될 때 긴장감이 기억나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신기했다. 처음 친구들하고 말 걸었을 때, 친구와 싸우고 화해했을 때의 기분이 생각났다. ‘그냥’이라는 말을 하고 다니는 유정이를 보면서 세상에 ‘그냥’이라는 건 없다는 말씀을 하셨던 선생님이 생각났다. 그리고 나의 딸이 ‘그냥’이라는 말을 쓰는 걸 볼 때 아이가 큰 게 느껴졌다. 나의 아이에게 포근한 가정을 선물해주고 싶다.
- 하루하루 아파트가 들어서고 도시가 재개발 되는 속에서 길을 잃은 유정이의 모습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 아닐까? 길을 찾지 못하는 유정이의 모습은 금새 바뀌는 도시의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다. 어른이 정해준 길을 따라서 움직이는 수많은 아이들 속에서 고민하며 길을 찾는 유정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이상한 모습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아이들은 사실 아무생각 없이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어쩌면 더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른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야 할 길을 다 아는 것은 아니듯이 스스로의 길을 찾는 과정 또한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기에 유정이의 노력이 더 대견하게 느껴졌다. 하는 것이 많은 요즘 아이들은 힘들다. 뒹굴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멀쩡한 이유정을 읽고 아이들이 본인이 경험하고 느끼고 하면서 본인이 갈 길을 찾아 나서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 두 개의 장갑 중 하나는 이웃에게 나누어 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무리할 걸 요구하지 않는 느낌, 두 개 중에 하나를 나누어 주는 느낌이라서 좋다. 내게 유일한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두 개 중 한 개를 건낼 수 있는 여유는 우리도 가져볼 수 있지 않나 생각되었다. 장갑을 나누어 주는 아이가 장갑이 없을까봐 마음이 아팠다가 새 장갑을 꺼내는 부분에서 무조건적인 배려 양보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좋은 것이라 느껴졌다. 아이들에게도 나눔, 양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 내가 넘치도록 가져서 나눠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가진 것이 콩알 반쪽이어도 기꺼이 나눌 줄 아는 마음을, 저 눈물을 참는 어린아이에게서 배운다.
- 우리집 첫째는 아직도 왼쪽과 오른쪽을 묻는다. 그러면 나는 밥 먹는 손이 오른손 , 반대쪽이 왼손이라고 답한다. 엄마와 유정이가 만든 방향노래가 즐거워 소리내어 불러보았다.
- <그냥>이 다섯 편 중에서 가장 여운을 남겼다. 진이가 자신의 감정을 자기도 모른 채 모든 물음에 그냥이라고 대답하는 부분이 답답하면서도 알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고모의 생각으로 대신 읽히는 부분이 있다. 고모는 더이상 묻지 않았따. 엄마가 아파서 진이가 슬픈가 보다라고, 버드남에 기댄 채 엄마를 떠올리는 진이. 나는 진이의 행동에서 온통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 뒷풀이
추천도서 <쿵푸 아니고 똥푸>, 차영아, 문학동네(2017)
○ 다음 일정
- 9월 9일 목요일, 도서관부 지원 <꿈꿀 권리>, 박영숙/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