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나무 - 곤충들에게 꿀을 주는 귀한 밀원식물
산사나무의 열매는 야생조류가 즐겨 먹는 겨울 먹잇감이며, 우리나라와 중국 북부, 사할린, 시베리아 등 추운 곳에 자라는 북방계 식물이다.
김춘수의 ‘꽃’ 중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이 간결한 시구는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이름을 가짐으로써 제 몫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춘천 동쪽 외곽의 야트막한 언덕 산 애막골은 내 運動場이요 學習場이다. 숲속 산길이라 공기가 맑고, 오르막내리막 길과 평지가 있어 다리근육을 골고루 키운다. 그리고 自生하는 푸나무(草木)를 찾아 묵정밭이나 골짜기, 묏등 거리(묏자리) 들을 뒤진 끝에 산사나무(山楂나무,mountain hawthorn)가 사는 것을 알아냈다. 녀석들을 볼 때마다 우리 아파트 정원수로 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 정원에 심어진 푸나무가 외국산으로 칠갑을 해놓은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특히 재래종 풀꽃은 물론이고 나무도 대부분이 외국 종이다.
그리고 올해 들어 아파트 정원의 식생(植生,vegetation)은 물론이고, 내가 매일 걷는 산책길이 있는 애막골에 사는 식물 이름 외기가 나의 일일 일과이다. 무려 15년을 애막골 길가의 식물 이름을 챙기지 않고 건성으로 지나쳤다. 샅샅이 뒤져나가다 보니 이름을 모르는 것은 태반이고, 살아생전에 처음 보는 것도 수두룩하다. 마음에 없으면 봐도 보이지 않는 법이다.
이름을 모르는 풀과 나무를 눈이 빠지게 찾아내어, 핸드폰 카메라로 정성스레 찍어서, 강원대학교 생명과학과 식물분류학 방의 후배 제자 유기억 교수께 보내면 금방금방, 술술 답신이 날아온다. 내가 난생처음 만난 제비꿀, 짚신나물, 자주개자리, 나나벌이난초, 은대난초, 덩굴별꽃, 각시둥글레, 꽃며느리밥풀, 애기풀, 노린재나무 등등 그 괴팍한 이름들을 어찌 죄다 외우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흔히 말하는 이름 없는 풀(無名草)이나 꽃(無名花)이 정말 있다면 식물 분류를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횡재수(橫財數)다. 그것들은 미기록종(未記錄種,unrecorded species)이거나 신종(新種,new species)일 테니 말이다.
그들과 부대끼면서 참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이제는 99% 정도 그들 이름을 척척 불러줄 수 있게 되었는데, 무엇보다 앎의 기쁨을 맛보았다 하겠다. “아는(안)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본) 것만큼 느낀다”라는 것도 실감하였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라고 한 나태주의 ‘풀꽃’ 시도 가슴에 살포시 안겼다.
머리글이 길었다. 어느 날 애막골에서 “나 여기 있소”하고 나를 놀라게 했던 산사나무를 이야기한다. 산사나무는 해발고도 200∼1,800m의 산골짜기에서 자라는 장미과의 낙엽활엽교목으로, 그 열매는 식용 및 약용하고, 산사주는 알아주는 약주이다.
산사나무(Crataegus pinnatifida)는 키가 3∼6m이고, 나무껍질은 회색이며, 가지에 가시가 있다. 잎은 어긋나고, 달걀모양에 가까우며, 길이 6∼8cm, 폭 5∼6cm이고, 국화잎처럼 가장자리가 깊게 파여 있으며, 불규칙한 톱니(鋸齒)가 있다.
산사나무는 5월에 흰색 꽃이 피고, 꽃잎은 둥근 것이 5개이다. 수술은 20개, 암술대는 3∼5개이고, 열매는 사과 모양으로 둥글면서 흰 무늬(斑點)가 있다. 열매 지름은 1.5cm 남짓이고, 9∼10월에 붉은빛으로 익으며, 열매에 3~5개의 종자가 들어있다.
산사 열매는 달콤하면서도 새콤하고, 떡/화채/차/주스/잼/젤리 등을 만들어 먹는다. 또한, 육질이 질긴 老鷄를 닭백숙(白熟)할 때 산사 열매를 넣어주어 육질을 연해지게 한다.
그리고 한방에서는 산사 열매를 반으로 갈라 씨를 빼내고, 햇볕에 잘 말린 뒤 달여 먹으니, 소화불량․장염․요통․치질․하복통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타민 C가 다량 들어 있어서 피로 해소, 면역력 개선, 감기 예방, 피부미용 등에 효과적이라 한다.
산사나무 열매는 야생조류가 즐겨 먹는 겨울 먹잇감이다. 그뿐만 아니라 산사나무는 곤충들에게 꿀을 주는 귀한 蜜源植物이다. 산사나무는 목질이 굳고 치밀하여서 茶食板을 비롯하여 상자, 지팡이, 木枕, 책상 재료로 쓰이고, 화력이 좋아 장작으로 널리 쓰였다.
그리고 북한의 서북지방이나 중국 북부에서는 가시가 귀신을 쫓는다고 하여 살아있는 산사나무를 산(생)울타리로 많이 심었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 북부, 사할린, 시베리아 등 추운 곳에 자라는 북방계 식물이고, 서양에도 유럽과 북미에도 유사한 100여 종이 있다 하고, 한국에서는 남부는 빼고 북부지방 어디에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