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런 비닐하우스 작물
봄이 무르익어 춘분 절기를 맞은 삼월 셋째 목요일이다. 전날 오후 반송 저잣거리를 지나오니 쑥을 비롯한 달래나 냉이가 펼쳐져 봄내가 물씬했다. “하루해 저물 무렵 반송동 저자 근처 / 성모상 지켜보는 성당 뜰 움튼 화초 / 파릇한 수선화 잎맥 꽃대 여럿 솟았다 // 진노랑 아니라도 눈길을 끌 만한데 / 겹으로 펼친 꽃잎 어쩐지 수수해서 / 무채색 수녀 옷처럼 경건하게 보였다”
새벽에 잠을 깨 어제 지나온 반송 저자 풍경을 떠 올리며 앞 단락 ‘반송성당 수선화’를 한 수 남겼다. 아침 식후 자연학교 등굣길에 나서 원이대로에서 소답동으로 나갔다. 근교 농촌으로 가는 1번 마을버스로 갈아타려면 창원역 기점까지 가는데 김해행 140번 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1번은 소형 미니버스라 출근 시간대 승객이 혼잡하나 140번은 그렇지 않아 도중에 타도 되었다.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 김해 내외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용강고개를 넘어간 동읍 덕산에서 자여를 벗어나니 김해 경계로 진영 좌곤리였다. 진영읍 들머리 부곡에서 내려 진영 스포츠센터 운동장으로 들어 주천강 천변으로 나갔다. 주호마을로 가는 천변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아침 산책객이 더러 보였다. 밀포교를 건너 밀포마을로 가는 길이 아닌 천변 둑길을 따라 걸었다.
아침 햇살이 비친 주천강 언저리에는 낚싯대를 드리운 사내들이 몇 보였다. 여가 취미로 고기를 낚는 이들도 있겠지만 실직의 무료함을 달래려고 낚싯대를 던져 놓은 중년 가장인가 싶어 안쓰러워 보였다. 주남지에서 배수문에서 흘러온 물길에는 커다란 잉어들이 자라 낚시꾼이 탐을 낼 만도 했다. 잉어는 맑은 물 일급수가 아닌 탁한 물에 더 잘 자라 녀석들의 서식 환경이 좋았다.
둑길에 녹음을 드리우도록 심어둔 앙상한 벚나무 가지는 꽃눈이 부풀어 개화를 앞둔 때였다. 열흘쯤 지나 꽃이 피면 화사해 운치가 더할 듯했다. 키가 크고 긴 머리카락을 펄럭이는 한 처자는 선글라스를 끼고 둑길을 조깅으로 오갔는데 매일 아침 운동으로 정한 코스인 듯했다. 둑길이 가술으로 가는 주천교에 이르러서도 천변을 따라 계속 나아가 장구산 배수장에서 들녘으로 갔다.
우암리 들녘 비닐하우스를 지나다 내부가 궁금해 살짝 살펴보니 싱그러운 잎줄기에 노란 꽃이 맺혔는데 참외였다. 넓은 들녘은 벼농사 이후 비닐하우스에서 기르는 작물이 다양했다. 들녘은 주천강에서 나뉜 물줄기가 샛강이 되어 활처럼 휘어져 흘러와 상류 천변은 상포마을이고, 중간은 중포마을이 형성되어 행정구역은 창원 의창구 대산면에 속한다. 중포마을로 가는 길을 걸었다.
중포마을 작은 교회와 마을회관을 지나서 주인장 내외와 안면을 트고 지내는 절화용 꽃을 가꾸는 농장주를 만났다. 화훼농장은 두 구역으로 규모가 컸는데 안개꽃과 장미와 비슷해 보인 리시안샤스를 가꾸었다. 비닐하우스 안을 들여다보고 인사를 나누고 싱그러운 화초를 폰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곁에 토마토를 키우는 비닐하우스는 열매를 따 선별 포장하느라 손길이 분주했다.
중포마을에서 국도변을 따라 걸으면 가술에 곧장 이르나 들녘을 더 걸어 제동리로 향했다. 겨울을 넘긴 비닐하우스에 수박은 넌출이 뻗어 싱그러웠고 당근도 잎줄기가 무성해 가고 있어 뿌리가 굵게 내릴 때지 싶었다. 아까 지나온 토마토나 참외를 비롯한 수박을 키우는 비닐하우스에는 세력이 약하긴 해도 벌통을 두어 벌들이 날아 꽃에 앉아 꼼지락거려 자연 수분을 시켜주지 싶다.
가술에 이르러 평생학습센터와 겸한 마을도서관으로 들었다. 사서의 도움을 받아 시청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에 보도 통행 불편 사항 개선을 요청해두었다. 새벽에 잠을 깨 집에서 올리려니 본인 인정 절차가 서툴러 젊은 사서의 도움을 받았더니 쉽게 해결되었다. 교육단지 창원도서관으로 가는 외동반림로 레포츠단지 울타리 조경수가 무성해 보도로 가지가 침범해 자르도록 했다. 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