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한편씩 KBS<인간극장> 다큐멘터리를 아침 5부작으로 보고 출근한다. 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어떤 분야에서든 성실하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週는 평범한 사람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의 봉사나 정신세계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이웃의 평범한 삶 중에서도 뭔가 특별하게 잔잔한 감동과 느낌을 주는 소재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하는 감동이 있다.
벌써 10년 가까이를 거의 매주 한 편씩 보면서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묵묵히 자기직분에 화려하지 않지만 성실하고 진솔 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더욱더 잔잔한 감동을 주지 않나 싶다. 긴 인생을 비록 5편으로 보여주기에는 미약한 면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그것을 통해 그분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과 그 과정에서 겪은 각가지 고통과 갈등들이 엮여 한 편의 인간드라마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서 대부분 사람들이 공감을 가지게 된다.
한편 한편이 다 다름대로의 소설이자, 한 편의 다큐로서 충분한 가치와 의미를 주기에 매일 아침 마약같이 그들의 삶속에 빠져본다. 비록 현실속의 참여는 못하지만 그들의 애환과 삶에 동화되면서 같이 웃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 울기도 해본다. 왜냐하면 다큐가 주는 진실과 잔잔한 흡입력에 몰입하도록 오랫동안 다루어 온 PD나 작가들의 솜씨가 보태어져 시청자들을 웃게 하고 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뭔가 작위적이고 짜인 각본이라면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연출된 행동과 사고들이 여과 없이 보여 지고 자연스럽게 연출되도록 최대한 배려한 흔적을 읽을 수 있기에 더욱더 신뢰하고 공감하지 싶다. 매일 30분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많은 분량과 시간이 투입된 후, 이것을 다시 정제하여 보여주고는 있겠지만 그 과정의 힘듦과 수고로움은 잊은 채, 우리는 안방에서 주제별 한 인물이나 가족 중심으로 펼쳐지는 삶의 여정과 현실을 TV란 창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짧은 인생에 있어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모습들을 어찌 다 보고 경험해 볼 수 있으리오? 이런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라도 내가 경험해보지 않는 분야나 곳에서 살아가는 이웃들의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단조롭고 심플한 삶보다 여러 사람들의 경험과 삶들을 봄으로써 훨씬 풍부하게 인생의 폭과 깊이를 알 수 있다.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진실은 통하는 법이기에 이들이 엮어내는 다양한 삶의 흔적들을 보면서 진정한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 느끼게 한다.
이 다큐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아마도 다양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 중에 정말 화려하고 큰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맡은 위치에서 정직하게 최선을 다하며 가족 내지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테마이자 프로그램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항상 느끼는 것은 인간은 인간을 통해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가족과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을 종국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주로 가난하거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농사나 어업에 종사하면서 진솔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분들의 잔잔한 이야기를 여과 없이 보여주기에 좋아한다. 진실을 벗어난 어떤 프로그램이나 좌담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의 수준이기에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주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인간극장>을 통해 보여 주는 매주 1편씩 이야기는 정말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삶을 보여주기에 다소 극적인 감동은 없을지 몰라도 오래 장수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일 것이다. 배움과 남녀와 세대를 떠나 공통적으로 흐르는 따뜻한 인간애와 헌신과 봉사의 가족애는 물론 이웃과 생명이 있는 것들에 대한 깊은 공감과 이해를 주는 가슴이 따뜻하고 착한 사람들의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매주 한편씩 전개되는 각자의 개개적인 삶에 대한 평가나 언급은 별 의미는 제외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고 나면 한 편의 동화 같은 따뜻함과 진지한 인간애와 착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들과 함께 살아봄직한 세상임을 제시하는 것 같아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새로운 테마에 설렌다. 어찌 보면 우리가 문학적 측면에서 배운 마지막 해피엔딩을 위해 과정이 다소 갈등적이고 작위적인 면도 약간 설정된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전체적인 맥락에서 최대한의 자유와 자연스러움을 연출토록 배려를 많이 한 점과 최근 드론을 통한 촬영기술의 발달로 훨씬 리얼 티가 높아지고 멀리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하는 점에서 영화 못지않은 작품성도 보인다.
내가 다큐나 뉴스 외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한 사람의 PD나 작가의 생각 또는 철학이 아무런 준비와 검증 없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편견과 오류를 범할 수 있고, 굳이 한 사람의 의도대로 나의 감정과 시류가 휩쓸려 갈 이유와 필요성이 없다고 보기에 나는 사실외의 것은 거의 보지 않는 편이다. 짧은 인생에 내 생각과 철학은 물론 할 일이 많은 시간에 그들의 생각을 쫓아 가 낭비할 필요와 시간이 많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가 그래도 위대한 인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와 모습을 이런 <인간극장>을 통해 봄으로써 같은 동질감과 위로를 느낄 수 있다. 평범한 우리 이웃의 진솔 된 삶의 체험 모습을 잔잔하게 보여주는 다큐의 위력과 저력에 감사하며 나도 하루를 저분들과 같이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매일 아침에 다짐한다. 또 세월이 지나고 보니 열광했던 삶보다도 한결같은 삶이 더 위대하고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되고,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으로 좀 더 진지하게 살도록 해야겠다.
내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 또 하나는 <전국노래자랑>이다. 우리의 이웃들이 평범하게 축제의 장에 모여 같이 쉽게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세대간, 남녀간, 지역 간 격차와 갈등이 심한 마당에 이 모든 것을 허물고 한 자리에 온 세대가 어울려 무슨 노래를 부르던 간에 들어주고 같이 호흡 할 수 있는 場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사회에 저마다 숨은 끼와 장기를 가지고 모여 나의 가족은 물론 이웃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또 다른 도약의 단계로 역할을 충실히 수 십 년을 해온 장수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한정된 시간과 공간속에 압축된 것을 보여주기 위해 다소 작위적인 설정은 있을 지언즉 전체적으로 보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진실성의 위대함이 이런 장수프로그램으로 남아 있는 이유라고 본다. MC 송해 사회자 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 장점이자 약점이지만 이토록 오랫동안 국민의 사랑을 받아 온 프로그램이 세계사적으로 없을 정도이다.
사실 일부는 뽕짝수준이라고 폄하할지 몰라도 대중이 아니 전 국민이 좋아한다면 그 자체가 위대하고 존재의 가치를 입증한다고 본다. 『예기(禮記)』에서도 ' 대악필이(大樂必易) 대례필간(大禮必簡) <큰 음악(大樂)은 반드시 쉽고, 큰 예절은(大禮)는 반드시 간단하다 >'라고 했던 이유일 것이다. 음악이나 사람이나 수준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자체를 목적으로 대하면 그렇게 구분하고 차별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꼭 보면 그릇이 안 되는 사람이 자기만 잘 난양 타인을 비교하거나 무시하는 습성이 있듯이, 바다는 강물을 가려서 받지 않듯, 큰 틀에서 본다면 모든 사람이 즐기고 좋다면 그기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면 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인간극장> <전국노래자랑>이란 두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이웃의 웃음과 애환과 삶의 모습들에 진정한 격려와 박수를 보내며, 이들이야 말로 우리가 같이 함께 가야 할 진정한 삶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결론지우자면 <열광하는 삶보다는 한결같은 삶이 더 아름답고 값지다고 본다.>는 측면에서 특히 <인간극장>을 매일 보는 이유이다.
2018. 05.18.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