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할머니 환자의 집을 방문해서 정성껏 기도를 해드리다가 미사 시간에 쫓겨 급하게 성당에 오게 되었습니다.
좁은 언덕 길을 30분 정도 걸어 겨우 제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미사를 집전했는데 땀이 너무 나서 미사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신자들에게 미사에 왜
지각하느냐, 미사 시간에 왜 집중하지 못하고 부채질을 하느냐며 나무란 적이 많았습니다.
저는 사제관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다가 5분이면 성전까지 갈 수 있으니
언덕길을 30분 동안 걸어온 신자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직장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고 퇴근하자마자 살림하고 아이들 챙기느라 바쁘게 사는 엄마들에게
왜 매일 기도하지 않느냐 성경 한 장 읽는 게 그렇게 힘드냐며 혼내기 일쑤였습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너무나 미안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율법 학자들에게 ‘너희가 힘겨운 짐을 사람들에게 지워 놓고,
너희 자신들은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십니다.
제 안에서 이런 율법 학자들의 모습을 보니 이 구절이 화살처럼 가슴에 와서 꽂힙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지 않고 내 기준만 옳다고 판단해 누군가에게 강요한 적은 없는지,
성찰해봐야 할 대목입니다.
* 세상엔 그 자리, 그 위치, 그 입장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입니다.
박민우 신부
첫댓글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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