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리 토마토
삼월이 하순에 접어들어 춘분이 지난 금요일이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자연학교 등교지만 이용하는 교통편과 경로는 날마다 다르다. 그저께는 창원중앙역에서 열차로 진영역으로 나가 화포천 습지를 걸어 한림정으로 갔다. 엊그제는 수산교 근처에서 들녘을 걸어 가술로 왔고, 어제는 진영읍에서 주천교를 건너 중포마을 들녘을 지나니 비닐하우스에서는 작물이 싱그럽게 자랐다.
아침 식후 현관을 나서 아파트단지로 내려섰다. 원이대로로 나가는 버스를 타려고 이웃 동 아파트 보행자 통로를 지나다 이른 아침부터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와 걸음을 멈췄다. 꽃이 핀 산수유나무에는 직박구리가 앉았고 그보다 높이 자란 소나무와 벚나무에는 까마귀와 까치가 날아와 퍼드득거렸다. 둥지가 어디인지 모를 예닐곱 마리 양비둘기는 바닥에 모여서 먹잇감을 찾았다.
번잡한 도심에서 매연과 소음에 시달린다지만 아파트단지에서 새들과 공존 공생함은 행복으로 여겨졌다. 일찍 일어난 새가 모이를 먼저 찾아 먹는다고 하듯, 하루를 일찍 시작한 길을 나서니 아파트단지 안에 서식하는 새들의 움직임과 소리를 놓치지 않게 되었다. 녀석들의 양태를 사진으로 담아 몇 지기들에게 실시간 전하면서 원이대로로 가는 버스를 타고 창원역 앞으로 나갔다.
창원역 기점 1번 마을버스는 자주 탔는데 이번에는 유등으로 가는 2번 마을버스를 탔다. 동읍에서 주남저수지를 거쳐 간 가술까지는 1번과 운행 노선이 겹쳤으나 상포에서 모산을 거쳐 북부리로 내려섰다. 그때 낯선 한 아낙이 승객으로 남았는데 현지인이 아닌 듯해 여쭤보니 유등 근처 텃밭으로 일을 나가는 이였다. 종점을 앞둔 유청에서 같이 내려 각자 방향이 다른 길로 택했다.
아낙은 강가로 나가고 나는 죽동천이 흘러오는 들녘으로 향해 걸었다. 사방에 벼농사를 짓는 뒷그루로 비닐하우스가 설치되어 당근이 심어져 겨우내 자라 잎줄기가 파릇했다. 이제는 뿌리가 폭풍 성장해 토실해 가지 싶다. 당근은 계약에 의한 재배여서 경운과 비닐하우스 설치는 농장주가 하고 파종과 솎음은 전문인력이 파견 나와, 나중 수집상이 한꺼번에 뿌리를 뽑아 싣고 갔다.
들녘 중간에는 북면에서 생림으로 뚫는 신설 60번 국도에서 미개통 구간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산 파크골프장 인근 북부리에서 한림 가동까지가 남겨진 구간인데 곧 마무리가 될 듯했다. 공사 현장을 가로질러 죽동천 천변 따라 우암리로 가니 작년에 콩과 고추를 심은 수로 언저리는 냉이가 좁쌀같이 자잘한 꽃을 피웠다. 야생 갓과 섞여 절로 자란 유채를 몇 줌 캐 봉지에 채웠다.
우암마을 회관 근처 냇가 능수버들은 수액이 올라 연녹색 잎이 돋아 가지가 휘어졌다. 우암에서 제동리로 드는 들녘도 온통 비닐하우스였는데 작물이 다양했다. 아까 보였던 당근에다 그보다 공력이 많이 들고 소득도 높을 수박을 키우는 비닐하우스도 나왔다. 그 가운데 토마토를 가꾼 농장에는 열매를 따 포장하는 손길이 분주했는데 두 아낙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면서 일했다.
농로에서 농막을 겸한 작업실을 들여다보고 인사를 건네니 반갑게 맞으면서 한 아낙이 토마토를 집어 주면서 맛을 보십사고 했다. 어디나 고령화된 농촌인데 여기 두 분은 새댁 같은 미인이다니 어쩔 줄 몰라 하면서 토마토를 더 안겨 받아먹었다. 곁에 둔 하품 토마토에 눈길을 주니 그것은 그냥 가져가십사 하면서 봉지에 담아 주어 황송하게 챙겨 나와 제동리를 거쳐 가술로 갔다.
가술 식당에서 점심을 들고 난 뒤 행정복지센터 인근 어린이공원에서 쉬었다. 거기서 ‘봄, 우암리 토마토’를 한 수 남기고 오후 일정을 수행했다. “강물이 비켜 흐른 충적토 우암 들녘 / 벼농사 뒷그루로 다양한 시설 채소 / 토마토 키우는 농장 수확 일손 바빠라 // 포장일 부녀 보고 새댁급 젊다 하니 / 세 개를 손에 쥐어 맛보게 해 놓고는 / 상품성 처진 못난이 봉지 채워 주더라” 25.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