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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특히 고전 문학을 읽고 감탄할 때 마다 이런 말들을 자주합니다.
왜 지금은 이런 거장들이 탄생하지 못하는가?
이는 때때로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게 논의되기도 합니다.
일례로 2000년대 중반 프랑스의 칸느 영화제에서는
한국의 영화 감독들이 모여
제 2의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등
차세대 르네상스 기수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에
괴테, 톨스토이, 셰익스피어와 같이
문학사를 뒤집어 흔들만한 거장이
나타나지 않는 원인들을 심도있게 고민합니다.
때로는 영상 위주로 흘러가버린 요즘의 매체 환경 탓을 하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로 펜을 잡아야할 필력있는 영재들이
인터넷에서 댓글로 드립 대결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리고 교육계에서는 문창과, 영화과 등
천편일률적이며 시대착오적인 교육 문제라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해서 명쾌하게 답을 내리는 한 평론가가 있습니다.
그의 이름은 동시대 가장 핫한 문예비평가 프랑코 모레티입니다.
(프랑코 모레티의 사진입니다. 날카롭죠?)
이탈리아 출신의 문학 연구가이며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던 그는
그의 저서 <멀리서 읽기>라는 저서 중 <문학의 도살장>이라는 짧은 논문을 통해
앞서 말한 질문들에 대한 일종의 답을 내립니다.
(개인적으로 프랑코 모레티의 저서 중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절판된 희귀종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도 불쏘시개들은 차고 넘쳤다."
물론 실제로 이렇게 기술하지는 않았습니다 ㅋㅋ
여하간 그는 우리가 거장이라고 일컫는 작가들
예컨대 괴테나 셰익스피어 코난 도일과 같은 작가들은
문학 시장의 선택을 받아 살아남은 아주 극소수라고 합니다.
그는 저서 멀리서 읽기에서 이와 같은 도발적인 서두를 남깁니다.
"아라비안 이야기, 에일머족들(Aylmers), 레이시의 앨리시아, 알비주아파,
아우구스투스와 아델리나, 알버트, 어느 기니아인의 모험, 벨리에라의 수녀원장,
에이리얼, 알맥스, 7실링의 모험, (중략)
이것은 1845년 장서 목록의 첫 장이다.
더비(Derby)에 있는 콜롬벨(Columbell)의 순회 도서관.
성공한 책들만 원하는 부류들을 위한 소규모의 모음집.
하지만 오늘날, 두서너 개의 책이름이 여전히 귀에 익을 뿐이다.
나머지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사라져버렸다.
유명한 헤겔의 경구는, 세계사는 세계의 도살장이다, 라고 읽힌다.
그리고 세계사는 문학의 도살장이기도 하다.
대부분(majority)의 책들은 영원히 사라진다."
- 멀리서 읽기 중 문학의 도살장 발췌-
더비에 있는 한 도서관의 19세기 장서 목록에서
우리 귀에 익은 제목은 한 두 개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잊혀졌죠.
그런데 이 마저도 대형 도서관의 장서 목록에 포함되어있는,
나름 당대에는 성공의 축에 속하는 책들입니다.
따라서 모레티의 주장에 따르면 지금 우리의 손에 집히는 문학들은
당대의 0.1프로에 속하는 아주 극소수의 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르네상스 시기의 시장 풍경)
여기서 더 나아가 모레티는 시장(market)이야말로
아주 중요한 문학 비평의 도구라고 주장합니다.
아주 과격한 주장이죠?
외려 모레티는 텍스트는 문학을 비평하는 데에 있어서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톨스토의 서사 기법, 셰익스피어의 운율,
피란델로의 상징, 미시마 유키오의 탐미주의적 비유는
그들의 작품을 연구하고 비평하는 데에 있어서 중심이 아니라고 하죠.
오히려 시장, 정치, 지정학, 지리학, 경제학이야말로
문학 작품을 비평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고 합니다.
예시로 모레티는 저서 <멀리서 읽기>에서
우리가 잘 아는 코난 도일과 여타 경쟁 작가들의 서사 기법 등을
상세하게 비교하며
코난 도일의 캐릭터 구축 기법, 서술 트릭과 기법 등이
당대 영국 독자들을 비롯한 문학 시장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고 하며
오스틴은 충분히 사장될만했다고 평가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친숙한 문학사는
적자생존의 결과물이라는 것이죠.
일종의 우생학인 셈입니다.
요약하자면 시장은 작품의 퀄리티와 작가의 생존을 결정하며,
그 결정은 나름 합리적이라고 보는 셈이죠.
물론 그의 주장과 연구는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만,
좌우간 동시대 가장 핫한 비평가임에는 틀림이 없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시나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생각하기에 한 세기, 아니 열 세기가 지난 후에
2020년대의 한국 문학의 거장으로 이름을 남길만한 작가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첫댓글 시장이 비평도구가 된다는 말이 잘 이해가 안가는데 작품 내부의 비평보다 동시대 시장과의 pest분석에 따른 중요도에 따라 살아남는 작품이 선택된다는 말인가? 예를들어 중세시대 시대관의 집대성이자 종료, 르네상스 시대의 시작을 선언한 단테의 신곡처럼 작품의 시대적 위상이 중요?
나는 우리시대에 명작이 잘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일단 <시대정신 실종>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두 파편화 개인화 개별화 되어서 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거시적인 수준의 가치관이나 전세대적인 경험이 거의 없어. 파편화 자체가 시대정신이라고 봐야할지.
고전의 존재가 그걸 증명하는거네
오 적자생존의 결과물… 우생학 공감된다… 2000년대의 한국 문학 거장은… 음 🤔 내 기준 한강? 가능성 높다고 생각
연어했는뎈ㅋㅋ 예언자여시가 있네
흥미롭다..
맞지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키는 작품만 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