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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르르르륵
둥근 잔에 붉은 와인이 가늘게 떨어지며 맑은 소리를 내었다.
와인이 반 정도 담겼을 때가 되어서야 기울인 와인병을 세운 토시아키는 여유롭게 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미소지었다.
갓 샤워를 마친, 가운에 입혀진 그의 몸에서는 작게 모락이는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흐으음. 역시. 운동 후 샤워, 그리고 샤워 후에 마시는 와인 한 잔은 맛이 참 좋단 말이지.”
쌉싸름하면서도 달콤하고 부드러운 고급 와인을 목으로 넘기며, 토시아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일기예보에 나왔던 것처럼, 하늘은 두꺼운 먹구름으로 우중충하게 물들어 있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5일 간의 장마.
그리고, 내일부터 시작될 쥰이 자신에게 준 선물을 학대할 나날.
비도, 학대도 좋아하는 토시아키에게 있어, 그야말로 최고의 휴가가 될 시간들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에 즐겁게 웃고있던 토시아키는 문득 복도 끝에서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는 것을 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이 시간에 이 저택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3층을 쓰고 있는 자신과 1층에서 대기 중일 최소한의 방범 인원, 그리고 자신의 수발을 거들어 줄 사용인 총 5명 뿐이었다.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첨탑처럼 좁아지는 집구조 때문에 창고로 씌는 4층에 갈 사람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4층에서 멈추는 엘리베이터.
만약, 토시아키가 이 사정을 모르고 있었더라면 귀신, 혹은 도둑의 소행으로 생각하여 바로 사용인을 부를 만큼 무서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토시아키는 어째서 엘리베이터가 아무도 없을 4층으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4층에 멈추었던 엘리베이터가 자신이 학대할 목적으로만 데리고 있는 2층에 멈추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아아.”
와인을 마시느라 최대한 노력하고 있었으나, 토시아키는 자신의 입꼬리가 쓰윽 귀밑으로 올라가는 것을 좀처럼 자제하지 못하고 미소지었다.
“참기 힘든데.”
당장이라도 4층으로 올라가고 싶다.
그리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이 준 푸드를 갉작거리며, 부른 배를 통통 두드리고 행복에 젖어있을 선물을 잡아다가 사지를 찢고, 눈을 파버리고 싶다.
그런 행동을 생각으로 먼저 떠올리며, 토시아키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토시아키는, 진심으로 쥰에게, 그리고 선물에게. 보다 포괄적으로는 실장석이라는 생물에 대해 감사하였다.
자신의 학대 욕구를 마음껏 풀 수 있는 생명체라니!
심지어 학대를, 학살을 한다고 해도, 주위 사람들이 ‘어머 미친 놈인가봐’라는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 ‘벌레를 구제하여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모범시민이군’이라는 시선으로 보일 수 있다니!
물론 애호파나 애오파와 같은 소수의 사람들, 그리고 실장석을 그저 벌레로만 보는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에 눈살을 찌푸리고 욕할 수는 있겠으나, 이 저택에 있는 한 적어도 그런 모습을 보일 일은 없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걸린다?
그래도 상관없다.
애호파, 애오파는 자신을 욕하고 비난할 수 있겠으나, 그들의 입지는 어차피 매우 좁다.
애벌레를 사랑하고, 바퀴벌레에게 옷을 입혀주며 즐거워하며, 곱등이 목에 하네스를 걸치고 거리를 횡보하는 사람들을 과연 평범한 사람들이 좋아할까?
심지어, 자신의 실장석이 한 행동이라면 지나가는 타인에게 운치를 투척해도 ‘애가 그럴 수도 있지 뭔 유난이세요’ 라며 되려 성을 내는 종자들을?
“흐흐흐. 쥰. 고마워. 정말 최고의 선물이야.”
토시아키는 쥐 죽은 듯 2층에서 움직이지 않는 엘리베이터를 응시하며 천천히 다시금 와인잔을 기울였다.
한 모금, 한 모금.
그렇게 얼마나 마셨을까.
다시금 엘리베이터가 4층으로 올라가지 않는 것에 의아함을 느낄 때 즈음, 돌연 토시아키의 핸드폰이 울렸다. 한창 기분 좋은 상상과 와인의 취기로 행복감에 젖어있던 토시아키는 느긋하게 핸드폰을 들어 올려 번호를 확인하였다. 핸드폰에 뜬 번호는 자신의 집 1층에서 대기하고 있을 사용인 중 1명이었다.
“네, 무슨 일이죠?”
“아, 사장님. 별일은 아니고요. 마당에 있는 실장석들 사이에서 뭔가 소란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구제나 진정이 필요할까요?”
그의 말에 토시아키는 슬쩍 창문을 바라보았다.
주룩주룩 내리다 못해 세상을 휩쓸어 버릴 만큼의 강수량. 보나마나 무너지는 자신들의 하찮은 골판지를 보며 울부짖는 것이겠지.
어차피 녀석들은 2층에 모아놓은 낙원의 실장들보다 체력도 약하고, 자신이 데려온 것도 아닌, 도태된 쓰레기들만 모아 놓은 것이었기에 토시아키는 콧방귀를 뀌었다.
“아뇨, 괜찮아요. 그냥 두세요.”
“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토시아키의 말에 반문하는 것도 없이 심플하게 대답한 사용인은 인사를 건네며 전화를 끊었다. 다시 와인을 한 잔 기울이던 중, 토시아키는 문득 비오는 날 하나 둘 죽어나갈 실장석들의 꼬락서니를 보고 싶어져,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마마아-!! 살려주는 테치이-!!」
「데에에에엥!! 데에에엥!! 문을 열어주는 데샤아아!! 죽어버리는 데샤아!!」
「치에에에~! 마마아!! 츄보보보보...」
마당에 노출된 실장석들이 최대한 높은 곳으로 도망친다고 올라간 곳은 공원에 있었던 것과 비슷해 보이는 작은 분수대였다. 그나마도 분수대는 딛고 설 자리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올라가는 것조차 그야말로 전쟁과 같은 모습이었다.
「더이상 자리가 없는 데스!! 내려가라는 데스아!!」
「아, 안 되는 데스!! 살려주는 데스!! 와타시, 와타시의 자도 둘이나 있는 데스으으으!! 제발, 제발 살려주는 데갸아아-!!」
「마마!!! 바로 아래까지 물씨가 있는 테에에엥!! 살려주는 테츄아아아!!」
「치에에에엥-!! 마마!! 어디인 레츄!! 아타찌 무서운 레에에엥!!」
자를 둘이나 달고 간신히 분수대에 손만 걸치고 버티고 있는 실장석, 원사육실장으로 보이는, 핑크빛 실장복을 입어 눈에 띄는 홀로 남은 엄지 실장석.
그리고, 그 아래로는 분수대에 올라오지 못하거나 반대로 분수대 안으로 빠져 죽어버린 실장석들이 한 가득 보였다.
저 얼마나 우스운 모습이란 말인가.
저 얼마나 꼴사나운 모습이란 말인가.
습기 제거 모드로 방안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주는 에어컨 밑에서 와인잔을 기울이며, 토시아키는 히죽히죽,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문득, 한 실장석이 눈에 띄었는데, 그 실장석은 어째서인지 물이 적게 괴인 곳, 아직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에 쓰러져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 실장석이 눈에 띈 이유는 별 거 없었다. 그저 집에서 그리 떨어지지 않은 곳, 3층에서도 보일 정도로 가까운 곳이었길래 무심코 보인 것일 뿐이었다.
그 쓰러진 실장은 열심히 엉금엉금, 일어나려 노력하며 기어가다가, 퍼뜩 자신의 시선을 눈치라도 챈 것인지 고개를 돌려 토시아키를 바라보았다.
「...!」
토시아키와 똑바로 눈이 마주친 그 실장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정원의 벽쪽으로, 마른 곳만을 찾아 이리저리 물을 피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호오? 뭐지? 다리가 부러질 일은 없었을텐데... 그나저나 꽤나 머리가 좋잖아? 마치 마른 곳이 어디인지 알기라도 하는 것 마냥...”
토시아키가 흥미로워하며 구경하던 그때, 문득 이상함을 느낀 그가 고개를 갸웃하였다.
“가만... 진짜 이상한데...? 저 실장석은 왜 분수대가 아닌 저쪽으로 도망가는거지...? 마당에 있는 놈들 중에서 그 정도 지능이 있는 놈은 없을텐데...?”
혼자서 자신이 이상하다 느낀 점을 되짚던 토시아키는 순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눈을 부릅떴다. 고개를 홱 돌리자 눈에 들어오는 건 아직도 2층에 머문 채 움직이지 않고 있는 엘리베이터.
순간 토시아키는 머리로 번개가 내리친 듯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떡 벌렸다.
“이 미친 실장석이 설마?!!”
쨍그랑!
잔이 깨져 바닥에 나뒹구는 것도 무시한 채, 토시아키는 허겁지겁 달려 비상구 계단을 열고 2층으로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 그러나 2층에 도착하여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서자마자 그는 발을 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끄아아아아!!! 으아아악!! 뭐야아!!”
갑작스러운 엄청난 통증에 뒤로 넘어지는 토시아키. 그가 통증이 느껴지는 발바닥을 보자, 작은 압정들이 발바닥에 박혀 피가 나고 있었다. 핏줄이 선 눈을 부릅뜨고 주위를 둘러보는 토시아키.
그러자 그의 눈에 계단 입구와 엘리베이터 앞에 잔뜩 깔린 압정들이 들어왔다. 다음으로 방안으로 눈을 돌리자 자신들 보며 구석에서 치프프픗... 데프프픗... 비웃는 낙원의 실장석들과, 그들의 위로 열린 창문.
그리고, 그 창문으로 오르기 위해 엮어진 그리고 창문 아래로 이어지는 초록색 가는 밧줄이었다.
충격에 토시아키가 멍하니 주저앉아 있을 때, 한 자실장이 초승달 눈을 한 채 비웃으며 토시아키를 향해 토테토테 걸어왔다.
「테프프프프프!! 꼴 좋은 테치!! 이렇게 무력해진 지금이 기회인 테치!! 받는 테츄, 똥닌겐!!」
철푸덕
허리를 숙여 팬티에 손을 넣고 휘적휘적 거리던 자실장이 던진 것이 토시아키의 뺨에 맞아 주르륵, 흘러내렸다. 토시아키는 멍한 눈으로 자신의 엉덩이 옆까지 와서 운치를 던지는 자실장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용기를 얻은 것일까, 평소 토시아키가 무서워서 말은 못하지만, 속으로 감정을 쌓고 있던 낙원의 실장석들이 단체로 달려와 토시아키에게 운치를 던지기 시작하였다.
「데퍄퍄퍄!! 꼴좋은 데스, 똥닌겐!! 아니, 이제는 우리의 똥노예인 데스!!」
「똥닌겐, 입 벌리는 데샤악!! 입에 와타시의 고귀하고 향긋한 운치를 잔뜩 싸주는 영광을 주는데퍄퍄퍄!!!」
「죽어버리는 테치!! 죽어라 테치!!」
수십 마리 실장석이 운치를 던지자, 토시아키의 옷은 곧 반 이상이 운치에 뒤덮이게 되었다. 그러나 다시금 운치를 던지려는 순간, 토시아키의 몸이 번개같이 움직이더니, 한 성체 실장석의 눈에 압정이 깊게 박혔다.
「데에에?!! 데갸아아아!!」
「뭐, 뭐인 데스!!」
「반항하는 테치?! 정신을 못 차린 테츄!! 죽어라... 치아아아!! 놓는 테치!! 놓는...!! 찌아아!!」
눈은 멍하게 풀린 상태 그대로였으나, 마치 기계처럼 손을 놀린 토시아키는 곧 수십 마리의 실장석들의 몸 곳곳에 압정을 박아 넣었고,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되었다.
팔, 다리, 눈, 머리... 온갖 곳에 압정이 박힌 실장석들은 고통에 빵콘하며 땅바닥을 기어 다니며 비명을 지를 뿐이었다.
그 비명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 토시아키는 몸을 일으켜 비명을 지르며 압정을 빼지도 못하는 실장석들을 무시한 채로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1층 문을 벌컥 여니, 대기하며 쉬고 있던 경호원, 사용인들이 깜짝 놀라 토시아키를 돌아보았다.
“사, 사장님?! 무슨 일이세요?!”
“세상에, 운치가 무슨...! 사장님, 괜찮으세요?!”
여기저기서 당황섞인 걱정의 말이 건네졌지만, 토시아키는 그 말을 모두 무시한 채로 밖으로 내달려 나갔다.
쏴아아아-!!
「데뎃!! 열린 데스!! 드디어 살은 데에에엥!!」
「와타치가 먼저 들어가는 테치!! 와타치가!!」
현관문을 열자, 그 앞에서 우글거리며 비를 피하고 있던 실장석들이 토시아키를 지나치며 살기 위해 1층 현관으로 들이닥쳤다.
“사, 사장님!!”
“다 막으세요. 죽여도 상관 없습니다.”
당황섞인 그들에게 한 마디 명령만을 남긴 토시아키는 욱신 거리는 발바닥을 무시하며 신발을 신고 주저없이 빗 속으로 걸음을 박찼다.
*
「데기... 데기이...」
선물은 대문 앞에서 열리지 않는 철문과 씨름을 벌이고 있었다.
토시아키의 대문은 철로 촘촘이 막힌 구조였기 때문에 엄지실장 정도 되는 정도라면 어떻게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을만한 공간이 있었지만, 그 공간은 40cm나 되는 성체실장 선물이 들어갈 수 있을리 만무하였다.
얼굴에 철조망 모양으로 얼굴이 깊게 패일 정도로 노력하고 있을 때, 돌연 저 멀리서 문이 벌컥 열리며 실장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선물은 귀를 쫑긋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서 비틀거리며 현관문을 열고 귀신 같은 얼굴을 한 채 밖으로 뛰쳐나오는 토시아키가 보였다.
「데아아아!!」
토시아키의 모습에 깜짝 놀란 선물은 경기를 일으키며 서둘러 수풀속으로 숨었다. 다행히 토시아키의 정원은 정원수가 이쁘게 꾸며져 있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몸을 숨길 수 있었다.
게다가 우수수 내리는 빗소리에 자신의 비명소리도 듣지 못한 것인지, 토시아키는 자신이 있는 곳을 찾지 못하고 대문까지 도착한 다음에 마구잡이로 주위를 둘러볼 뿐이었다.
“야, 선물. 너 여기 있는 거 알아. 지금 당장 곱게 나오면 죽이진 않을게. 그러니, 지금, 당장, 기어나와라.”
「데흡...!」
선물은 낮게 울리는 토시아키의 목소리에 절로 비명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입을 막아 소리를 죽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선물의 반응이 없자, 토시아키는 키득, 비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 끝까지 버틴다 이거지? 그래봤자 네가 여길 나갈 수 있을 거 같냐? 넌 여기에 갇힌거야. 죽을 때까지 못 나가.”
토시아키는 계속 말을 하면서 주위를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솔직한 말로, 토시아키 역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에 성체 실장석의 낮은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지 않았다.
때문에 그가 선택한 방법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주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
그 방법은 과연 효과적이었기에, 선물은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헐떡헐떡, 숨을 고르고 있었다.
“넌 여기에 끌려 들어온 순간부터 내 것인 거야. 쥰은, 네 원주인이었던 사람은 널 버렸어. 넌 돌아갈 곳도 없어.”
「데기이...!」
아니다. 그럴 리 없다.
자신은 여기로 잡혀 들어온 것이다.
자신의 주인이었던 쥰은, 자신을 빼앗겼을 뿐이다.
선물은 몸속에 있지도 않은 위석이 아려오는 것을 느끼며, 헐떡헐떡 숨을 골랐다.
그리고 그때, 몸을 숙인 선물의 눈으로 대문 옆으로 설치되어있는 동그랗고 커다란 하수구가 들어왔다.
밖에서는 안쪽으로 못 들어오도록 판자로 막혀있으면서, 동시에 비가 올 때에만 열리는 동그랗고 커다란 형태의 동굴과 같은 하수구.
내리는 비가 많은 만큼, 그 하수구는 많은 양의 물을 흘려보내고 있었기에 물살은 빨랐지만, 그 물들이 흘러나가는 곳은 확실히 밖이었다.
저곳으로 나가면 살 수 있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느낀 선물이 하수구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아하.”
겨우겨우 걸음을 옮겨 하수구 근처에 도착했을 때.
섬뜩한 웃음소리가 뒤에서 들려오며, 움직이던 선물의 몸이 얼어붙었다.
겨우겨우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려보니, 빗소리에 발소리를 숨기며 어느새 바로 뒤까지 도달한 토시아키가 마치 가면처럼 웃으며 선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아,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 이 씹어먹을 X아.”
「데... 데데뎃...!!」
빗물에 잔뜩 젖어 눈 밑까지 늘어진 앞머리.
와인에 취해 붉어진 얼굴에, 분노로 충혈된 붉은 눈과 선물의 눈이 마주 칠 때, 때마침 내리친 번개가 세상을 한 순간 밝혔다.
선물을 발견한 토시아키는 주저 없이 손으로 그녀를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당장의 화풀이를 하려는 듯이, 다른 손으로 선물의 뺨을 왕복하여 열 대 때리고는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데, 데기야아아악!!!」
쥰의 로젠 브리딩에 있을 때도 겪어본 적 없던 육체의 고통.
지난 일주일 동안, 겪으면서 몇 번이고 그냥 죽고 싶다고 떠올렸던 육체의 고통이 찾아오자, 선물을 소리높여 비명을 질렀다.
“뭘 엄살이야. 이제 시작인데. 들어가자. 넌 절대로, 절대로 죽지도 못하게 해주마.”
토시아키가 킬킬거리며 일부러 정신적 고통을 가중하기 위하여 한 발 한 발, 천천히 집을 향해 옮겼다. 과연, 그러한 공포 분위기는 효과가 있었는지 선물은 손에 꽉 잡힌 상태에서도 열심히 몸을 움직이며 꼬물꼬물 무언가를 준비하였다.
그래봤자 이미 손에 잡힌 실장석 따위가 인간에게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비웃으며 토시아키가 콧방귀를 뀔 때.
돌연 손가락에 느껴지는 고통에 토시아키가 비명을 지르며 선물을 쥐고 있던 손을 놓쳤다.
고통이 느껴졌던 손을 내려다보니 도대체 어디에 숨기고 있었던 것인지, 계단에서 밟았던 압정 하나가 엄지손가락 끝에 깊게 박혀 있었다.
“이런, 개-!”
토시아키가 엄지손가락에 박힌 압정을 빼대고 고개를 돌렸을 때.
선물은 어느새 필사적인 힘으로 하수구 근처까지 도달한 후였다.
“야, 야! 잠깐!! 잠깐만 기다려봐!!”
물살이 빠른 하수구로 뛰어들려고 하는 선물을 토시아키가 필사적으로 불렀다.
선물이 움찔하며 잠시 멈춰 자신을 바라보자, 토시아키가 진정하라는 듯이 두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정말 대단해. 네가 이렇게나 뛰어난 실장석일 줄 몰랐어. 만약 알아봤다면, 진작에 스시와 콘페이토, 스테이크를 산처럼 준비하고 널 위한 실장복을 구매해놨을거야.”
열심히 입을 움직여 선물의 행동을 멈추게 하며, 토시아키는 꿀꺽, 침을 삼키며 자신과 선물의 거리를 눈대중으로 재었다.
얼추 7걸음의 거리.
자신이 달리는 제스처만 취해도 선물은 분명 하수구로 뛰어들 것이 뻔하였다.
아무리 자신이라고 하여도 점프하여 하수구로 뛰어드는 실장석보다 빠를 수는 없는 일.
일단 무엇보다 거리를 좁혀야 했다.
「그만. 뒤로 물러나는 데스.」
“어, 어?”
불현 듯 선물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하수구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한 번, 내딛는다.
그 모습에 토시아키는 목젖까지 비명이 나올 것 같았지만 일단 선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말을 걸었다.
“왜, 왜 그러는 거야? 정말 약속해. 진짜로. 지금 들어가면, 콘페이토와 스시...”
「아니, 된 데스. 그보다, 오마에, 열 걸음 뒤로 물러나는 데스. 안 그러면 지금 바로 뛰어내릴 것인 데스.」
“...!”
토시아키가 경악으로 입을 떡 벌렸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때부터 눈치챘지만, 선물은 정말로 쥰이 토시아키 자신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시킨 실장석이라는 것이 바로 티가 났다.
하나부터 셋까지 밖에 셀 줄 모르는 실장석이 ‘열(10)’이라는 숫자를 안다니?
그리고 자신을 똥닌겐, 노예라는 자신들의 편한 지칭이 아닌, ‘오마에’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그것은 선물의 두뇌가 여타 다른 일반 실장석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아,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결국 토시아키는 순순히 열 걸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만에 하나라도 선물이 저 하수구로 도망간다면 선물의 위석이 없는 자신이 다시 선물을 찾을 확률은 0.001%에 불과했다.
아니, 그보다도 저 빠른 물살로 뛰어든 선물이 과연 살아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빠른 물살의 가속도로 벽에 부딪혀 짜부되어 죽거나, 익사할 가능성이 살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
저건 무조건 살려야 한다.
「오마에, 와타시는 오마에와 같은 사람에 대해 많이 들어본 데스.」
“응, 그래, 진정... 뭐?”
뜬금없는 말에 토시아키가 당황하여 되물었다.
그러나 선물은, 마치 ‘외우기라도 한 듯이’ 자신이 할 말을 달달달 쏟아내었다.
「으리으리한 집을 갖고 있는 마마에게서 태어났어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인분충. 거기에, 자신보다 약한 우리 동족들에게 화풀이나 하면서 시간을 버리는 니트족이란 닝겐인 데스. 그렇다고 정말 자신이 멍청한, 답 없는 우지챠 같은 녀석인 것도 아닌 데스. 그저, 혼자서 게을러 가지고, 아무것도 안 하는 인분충인 데스.」
“...너, 너어...!”
다시금, 토시아키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모습을 보던 선물은 데프프픗, 웃으며, 로젠 브리딩에서 쥰에게 수없이 많이 들어 머리에 박혀버린, ‘닝겐을 화나게 하는 주문’의 끝을 읊었다.
「보는 데스. 틀린 말 하나 없어서 반박도 못하는 데스. 아첨이나 먹는 데샤. 데스웅~?」
왼손으로 뺨을 받친 채, 45도 각도로 인간을 올려보게 하며, 자신이 귀엽다고 느끼도록 고개를 갸우뚱하고, 삐진 듯 살짝 뺨에 공기를 넣어 볼을 부풀린 모습.
그것은 모든 분충들이 보고 감탄할 만큼, 그래서 선물을 줘패지 않고는 버틸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확실한, 최고의 ‘아첨’이었다.
“으, 으아아아!! 이 개X끼가!!”
결국 토시아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달려나가는 그 순간.
선물은 기다렸다는 듯이 하수구로 폴짝 뛰어내려 급하게 흘러가는 물살을 탔다.
「데퍄퍄퍄퍄퍄!! 데퍄~~퍄퍄퍄퍄!! 데퍄, 데프퍄, 퍄퍄퍄퍄퍄-!」
물살의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멀어져가는 선물.
그러나, 자신의 목숨이 달린 상황임에도, 그 순간 자체가 너무나 유쾌한 것인지, 끊임없는 선물의 웃음소리가 하수구에서 울려퍼졌다.
“아아아악!!! 아아아!!! 으아아아아!!!”
선물을 놓친 토시아키는 제자리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을 뿐이었다.
*
띵-동
「데에...? 이 시간에 누구인 데스...?」
집에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지자, 창밖을 바라보며 쥰과 티타임을 갖고 있던 두나가 어리둥절하였다. 그러나 쥰도, 두나도 움직일 필요는 없었다. 이미 쥰의 집에는 토시아키네 집 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많은 사용인들이 집에 머물고 있었으니까.
“저, 저기요. 누구신데... 꺅!”
“잠시만요! 이러시면 안됩니다! 누구이신지 신원을 밝혀주세요!!”
쥰과 두나가 차를 마시는 2층에서도 똑똑히 들릴만큼의 소란.
그리고 그 소란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끔찍한 꼴의 남자가 3층으로 올라가려다, 2층 거실에서 티타임을 갖고 있는 쥰과 두나를 보고 걸음을 돌려 성큼성큼 둘에게 걸어왔다.
「데, 뎃...?」
두나는 토시아키의 모습을 보고는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빗물에 많이 쓸려가기는 하였으나, 옷, 아니, 그 안의 살갗에서부터 강력한 실장석의 피냄새와 실장취가 물씬 올라오고 있었고, 발을 다쳤는지 걸음은 비틀거렸다.
놀랄 법도 할 진데, 쥰은 올 것이 왔다는 듯, 여유롭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토시아키군.”
“......”
쥰의 침착한 모습을 가만히 노려보던 토시아키가 돌연 털썩,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에 코를 막고 토시아키를 말리려 올라오던 사용인들이 그를 끌고가려 했지만, 쥰이 가볍게 손짓하자, 곧 그 뜻을 알아듣고는 행동을 멈추었다.
“쥰... 군...! 부탁이야...! 네가 내게 줬던 선물을 찾아줘...!”
“...?”
전후사정을 모르는 사용인들은 토시아키의 말에 미친사람을 보는 눈으로 토시아키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것을 제외하고도 이미 그의 행색은 미친놈이 맞았으나, 저 모습으로 저런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니, 더욱 미친 사람 같아 보였다.
그러나 쥰은 그의 말을 듣고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빙긋 미소를 지으며 무릎을 꿇고 있는 토시아키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알겠어. 내가 준 ‘선물’이 마음에 들었던 거구나?”
“그, 그, 그래. 그러니까. 그 녀석, 꼭 다시 데려와야 해. 지, 지금이라도 당장. 쥰군, 도와줘.”
“아아, 그래. 물론 그럴 거야. 그런데, 그거에 대해서 말인데, 나도 작은 부탁을 하나 했으면 하는데. 들어줄 수 있을까?”
갑작스럽게 되려 자신에게 부탁이 있다는 말에 토시아키가 당황하여 얼빠진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다시 ‘선물을 다시 잡을 수 있다’는 쥰의 말에 곧 눈이 풀리며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 물론이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라면 당연히 도와줄게, 쥰군!”
“그래. 그럼 다행이다.”
네가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거거든.
쥰은 고개를 숙인 토시아키를 위로하며,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각도 상 자신만 볼 수 있던 쥰의 얼굴을 본 두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쥰의 미소는 토시아키가 선물에게 지었던 그 미소였다.
겨우겨우 운치를 만든 레후...
삽화는 T작가의 짤인 레휑!
첫댓글 흥미진진한 전개-! 더 보고싶은 데스!
다음은 에필로그편인 레후~!
선물 고수다 ㅋㅋㅋㅋ
레에... 조금 탈참피급인 도발이었던 레후
어케키운 레후?
본문에 썼듯, '닝겐 빡치게 하는 주문'과 같은 걸 주입식으로 달달달 외우게 한 레후!
반복되겠군.
참생의 회전목마 리턴인 레훼엥!!
고용인 1명만 데리고 왔어도 잡았을껀데 실장석 학대에만 큰 자부심을 가지는 잉여인간이네요. 여고생은 불쌍하지만 저놈은 너무 한심합니다.
똥분충인 레후...
학대파의 2인자라는 것 때문에 쥰에게 열등심과 존경심을 갖고 있는 걸 보면 답 나오는 레후!!
돈도 많은 양반이 왜 저러고 사는데스?
전 재산을 헌납하고 와타시의 노예가 되는 것이 인생을 갚지게 사는 법인 데스우 데프프프
돈은 많은데 사람들을 저렇게 학대할 수는 없고,
실장 학대 네트워크 데쓰넷에 가입할 정도로 본인의 학대 인생을 즐기는 토시인 레후!!
ㅋ아마이네 오바상
좋은 프니프니인 레후야!
토시아키는 선은 안넘었는데 선물은
업보가 좀 있는것 같아서 토시아키는 못잡고 선물도 조지는것 같은레후
후후후 이제 끝이나는 레후...
뒷편은 언제나오는데수 오바상
렛...!
미안한 레휑, 오바상ㅠㅜ
아타치 근래 현생이 바빠서 눈팅만 간간히 했던 레후... ㅠㅜ
지금은 짬피 대회 스크를 써볼까... 하며 구상하고 있던 레후ㅠㅜ
기다려줘서 고마운 레휑!!ㅠㅜㅜ
기다리는데수
레후엥! 힘내는 레후...!
올리면 대댓을 다는 레후...!
오바상 일요일 시간이되는데스 토요일대회용삽화 내용주시는 데수 내힘끝 그려드리는데수.
그, 그려주시는 레휑?!
4장 그려주시는 레후엥?!
4장이 필요한데수? 상황을 주는데스야
레후!
1. 짬통 아래서 줄서서 음식물 쓰레기 받는 실장일가와 그걸 뒤에서 놀라며 보는 이등병 병사인 레후!
2. 울면서 손과 온몸에 상처를 입은채 잡초를 뽑고있는 실장석들인 레후!
3. 어두운 배경에 있는 많은 수의 흑발자실장들인 레후!.
4. 넉가래 하나에 달라붙어 제설하다 파킨사한 흑발실장+실장석들인 레휑!!
오바상 동영상은 못그리는데수 4번사항 수정 해주는데수
레휑??
도, 동영상인 레후...?
넉가래와 얼어죽은 실장들로 충분한 레후!
접수된데수. 작업후 답글드리는데수
레휑, 오바상, 바쁘거나 힘들면 언제든 안해도 되는 레후!! 아타찌도 삽화 그려준다길래 좋아라 구상했지만, 오바상에게 부담주고 싶진 않은 레휑!
데에에에에에에 학대파 토시아키에 몰입하니 진짜 최고인데수우우ㅜㅇ우웅
누가봐도 분충이지만 지능만큼은 세레브에 비빌정도인만큼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닝겐에게 역공을 하는게 참을 수 없을만큼 우마우마인데수웅~
이제 평범한 학살과 학대는 졸업 할 수 밖에 없는데스 쥰군의 선물로 밖엔 만족 할 수 없는 몸이 된 데샤아아아아앙
@독라 운치굴마왕 레훼에에엥!
아타치의 의도 그대로인 레후엥!!
1번 이러면 된데스까?
히익 오바상, 완벽한 레휑...!
오히려 예상보다 고퀄인 레후...!
오바상 3,4는 시간이 나면 그려드리는데수. 감시의 눈길이 있어 맘대로 못그리고 있는데수 ㅜㅜ.
레훼에에!!
충분한 레후, 오바상!
창작 프니프니를 받아 아이디어가 샘솟는 레후엥!
선생님...다음편...기다리고있어요...돌아와요..
레, 레후...!
지, 지금은 짬피대회 작품을 다듬는 작업중에 있는 레후...!
스속세 속편은 그 이후가 될 것인 레휑...ㅠㅠ
기다려줘서 고마운 레휑, 오바상!!
님 뒷편 어딨음
님아
님!!!!!!!!
파... 아... ㅋ...
레에휑 빨리 저 닌겐사마를 기만한 분충을 죽여달라는레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