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어느 작은 읍내, 번개치고 비바람 몰아치는 어느 저녁 두 젊은이가 낙천 면으로 들어선다.
한명은 서울에서 빚을 지고 고향으로 내려온 장판돌 노인의 손주 재현이고, 또 한명은 이 마을 사람이 아닌 판철구이다.
하는 일마다 실패하다가 낙천면으로 흘러 들어온 판철구이다.
재현은 할아버지의 장의사 자리에 오락실을 차리려다 할아버지의 꾸지람만 듣고, 억지로 장의일을 배우기 시작한다.
하는 일마다 실패하고 낙천면으로 흘러들어온 철구는 여관에서 목을 매려다 장의사 간판을 보고 운명처럼 장의일을 배울 결심을 한다.
곰다방 미스 황을 쫒아다니는 그 마을 수퍼집 아들 대식이도 장의 일을 배운다.
재현의 할아버지는 재현, 철구, 대식 세 젊은이에게도 강도 높은 장의교육을 실시하려 하지만 일거리가 마땅치 않다.
이 마을은 10년째 아무도 죽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구는 장의를 배우려고 사람이 죽기를 바라는데, 일이 생기지 않자 직접 장의사 홍보 전단을 만들어 병원에 붙이러 다닌다.
마침내 첫 번째 장의.
한밤중에 낙천 장의사로 전화가 걸려온다.
공동묘지 옆 성성리에 혼자 살던 거구의 과부가 가슴에 칼을 꽂고 자살을 했다고 한다.
장의를 처음 해보는 세사람 모두 실수를 연발한다.
아버지 시체를 보고 기절을 했던 재현은 역시나 기절을 하고, 큰소리 치던 철구도 시체를 보자 마자 뒤로 자빠져 버린다.
기절도 못한(?) 대식이 할아버지와 함께 죽은 과부를 염한다.
첫 장의를 계기로 할아버지의 본격적인 장의 수업이 시작되지만 세사람은 동상이몽이다.
재현은 어찌되었든 장의사가게를 처분하고 오락실을 할까 딴짓을 하고, 돈을 버는데 혈안이된 철구는 목이 빠지게 사람이 죽기를 기다리고 대식은 처녀나 하나 죽었으면 좋겠다며 젯밥에만 관심을 보인다.
할아버지의 기대처럼 재현은 장의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철구와 대식이 끝까지 제대로 장의 수업을 받을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행복한 장의사,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역설적인 제목의 영화는 장문일(37) 감독의 데뷔작이다.
가업을 전수시키려는 할아버지와 장의사를 죽기보다 싫어하는 그의 손주의 이야기인 이 영화는 조그만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죽음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보려 한다.
제목의 역설은 영화의 내용에도 함축되어 있는데,영화의 출발점은 죽음이지만 감독은 이것을 통해 오히려 삶에 대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똑같이 죽음이 등장했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경우, 죽음을 앞둔 당사자의 눈으로 현실을 직접 지켜봄으로써 자신이 속해 있는 일상의 소중함, 살아간다는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반면, [행복한 장의사]는 죽은 자와 산 자 사이에서 죽음을 지켜보는 장의사를 등장시켜, 그들의 시선으로 죽음을 지켜보게 한다.
장의사는 죽은 자의 삶을 반추하고, 더 나아가 그 죽음을 지켜보는 그 죽음과는 크게 관계가 없는 자신의 삶까지도 반추하게 만든다.
죽음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일생의 한 단계를 지켜보는 것을 통해 성장하고 깨우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취하는 죽음에의 접근 방식은 장례의 풍경이 아니라 장례를 치르는 자의 정서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관객들은 죽은 자가 떠나는 길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안내하는 장의사의 정서를 따라가면서 그들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에서 죽은 자의 노잣돈으로 먹고 사는 장의사를 직업으로 삼아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에 이르는 길 혹은 삶에 눈 떠가는 과정일 것이다.
죽음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가 누물에 호소하여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면, [행복한 장의사]는 웃음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시도한다.
그렇다면 왜 죽은자를 떠나보내는 장의사의 삶을, 또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눈물이 아닌 웃음이란 방식으로 접근하려는 것인가?
사실, 웃음 뒤에 있는 슬픔의 감정이야말로 훨씬 더 정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웃음은 죽음, 슬픔, 삶이라는 것을 한번 걸러서 바라보게 하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죽음에 접근하는 방식, 또 죽음을 통해 삶을 반추하는 접근 방식으로 웃음을 택하게 된 것이다.
웃음은 죽음, 슬픔, 삶이라는 것을 한번 걸러서 바라보게 하는 기능을 한다.
그래서 죽음에 접근하는 방식, 또 죽음을 통해 삶을 반추하는 접근방식으로 웃음을 택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웃음의 코드는 장르로부터 빌려온 것이 아니라 일상의 편린들도 존재하는 것들이다. 소박한 시골동네 사람들과 낙천 장의사에 사는 악의 없는 사람들의 일상은 의도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편안한 웃음을 준다.
그 편안한 일상과 웃음 사이에서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과 무관한 다른 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일은 곧 삶의 성찰이자 깨달음이 된다.
[8월의크리스마스]는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이 가져가는 보편적인 정서는 약간의 슬픔, 물방울처럼 투명한 슬픔이다.
영화가 전개되는 방식은 죽음에 대한 예고편 같은 것인데, 오히려 따듯함으로 풀어간다.
[행복한 장의사]는 따듯한 시선을 기본으로 가진채, 조금 더 경쾌한 웃음으로 거기에 접근해보고자 한다.
눈물에서 웃음으로의 전환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결 성숙함을 의미할 수도 있으리라.
그가 우리에게 배우로서 각인된 가장 큰 이미지는 아마도 <비트>(97년)의 환규가 아닐까 싶다.
사회로 나아가기 전 혼란스러운 10대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려낸 환규는 그를 배우로서 주목하게 하였다.
또, 작년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는 사랑에 빠진 야구 심판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로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그가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기 시작한 후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다른 연기를 소화해낼 수 있었던 건 그가 화려한 외모만을 등에 업고 단기간에 제조된 스타가 아님을 증명해준다.
그가 새 영화 [행복한 장의사]에서는 장의사집 손주로 분해 삶에 눈 떠가는 한 젊은이 역에 도전한다.
죽기보다 싫었던 장의사를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 매일 죽음에 접하며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 그의 삶에 대한 진솔한 태도가 담긴 연기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오현경 (장판돌 역)
1936년 서울출생
연세대 졸업
연극 - 휘가로의 결혼/ 허생전/ 봄날/ 막차 탄동기동창 외
TV - 네 멋에 산다/ 서울야곡/ 내일도 푸른 하늘/ TV 손자병법
김창완 (판철구 역)
1954년 서울 출생, 서울대 졸업
1977년 그룹 산울림의 '아니벌써'로 데뷔, 현재까지 산울림 13집과 몇 개의 프로젝트 앨범 발표
TV - 연애의 기초/서울 하늘 아래/섹스 모자이크에 대한 보고서/야채 식빵에 대한 보고서/추억/은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