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시루에다 콩나물을 키웁니다. 자배기 위에 겅그리개를 받치고 그 위에 콩나물시루를 놓습니다. 가끔 콩나물 콩이 담긴 시루에 물을 줍니다. 물의 99%쯤 밑에 받친 자배기로 흘러 내려갑니다. 그래도 콩나물은 쑥쑥 잘 자랍니다. 아마 이 원리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콩나물에 물을 적셔주는가 봅니다. 참으로 신기합니다.
우리가 하는 독서도 그런 원리일 것입니다. 우리가 읽는 책의 내용이 콩나물시루에 물 주듯 머리 밖으로 쑥쑥 빠져 나가지만 그래도 알게 모르게 콩나물이 자라는 것처럼 머리에 남는가 봅니다. 마치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려면 영어가 나오는 만화영화를 자꾸 들려주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알에 모르게 영어를 외우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마 그런 것이 언어 습득의 원리인 것 같습니다. 콩나물에 물만 주어도 자라는 것처럼…. 아주 작은 먼지라도 오랜 세월을 쌓이면 더께가 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애완견을 아주 오래 키우는 독신 여성이 있었습니다. 개털이 날리면 제때 청소를 했습니다. 그 아파트에서 아주 오랫동안 살았습니다. 이사를 갔습니다. 장롱을 치우니 그 밑에 개털이 양탄자처럼 깔려 있었습니다. 그 후부터는 개를 키우니 않았습니다.
구구단이나 천자문을 무조건 외우는 것도 콩나물에 물주는 것과 같을 겁니다. 모르는 노래도 자꾸 흥얼거리다 보면 언젠간 다 외워 부를 수가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콩나물에 물 주듯이 말입니다. 사실, 벼락같이 철철 쏟아지는 장대비는 땅을 제대로 적시지 못합니다. 대개는 흘러가 버리고 맙니다.
할머니는 시루에 콩을 안칠 때 두 가지 층으로 안칩니다. 밑에는 불리지 않은 콩나물 콩을 안치고 그 위에 불린 콩을 안칩니다. 그래야 먼저 자란 콩나물을 뽑아 먹고 나중에는 밑에서 자란 콩나물을 뽑아 먹었습니다. 할머니의 슬기입니다.
한 겨울에 코가 맹맹한 초기 감기라도 걸리면 어머니께서는 움파를 잔뜩 집어넣은 뜨끈한 콩나물국을 끓여 주셨습니다. 어른들은 그 콩나물국에 고춧가루 듬뿍 쳐서 콧물 훌쩍 거리면 먹으면 웬만한 감기는 뚝 끊어졌습니다. 어느 내과의사는 설사가 심하면 콩나물국을 끓여 건더기는 먹지 말고 국물만 마시라고 합니다. 설사로 인한 탈수를 막고 콩나물국이 링거액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아무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아도 콩나물시루에 주는 물이 콩나물을 키웁니다. 우리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고, 좋은 일을 많이 하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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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아미타불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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