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보문사'가는 길에 발생한 일
글 / 무량수
그 동안의 사찰 순례 중에서 이번 '보문사' 순례길이야말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될 것만 같다.
처음에는 당혹과 속상함으로 시작되어 고마움과 죄송함과 한바탕 웃음으로 끝을 맺
은 하루였으니...
그 동안 게속해서 순례길의 운전을 맡아주신 도반님께 미안하여
버스를 타고 가는 재미도 쏠쏠하니 만행삼아 가자고 하여 버스를 타고 강화도로 가
던 중평소 덜렁대고 정신을 다른데 잘 파는 나는 김포공항행 버스를 내릴 때 그만 핸
드백을 놓고 내렸다.
큰 가방에는 사불집과 공양미와 법요집 우산 커피보온병 등등으로 꽉차서
조그만 핸드백에 지갑이며 핸드폰이며 화장품이며를 넣고 갔는데...
수다를 떨다보니 깜빡 정신을 놓아서 큰 가방만 들고 내려버린 것이다.
강화도 외포리 가는 버스로 갈아타려고 하던 중 그제서야 핸드백을 놓고 내린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때의 절망감이란...
주머니엔 십원짜리 동전 한푼 없는데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머리속에 수많은 전선이 교차된 듯 판단이 서질 않았다.
동행한 도반님 핸드폰으로 버스회사로 전화를 하니 받지도 않고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도 받지도 않고...
어찌하나, 어찌하나,
이 무슨 마장이란 말인가,
내가 무얼 잘못했길래 이런 일이 생겼다냐,
어제 아침 찜찜했던 꿈 생각이 났다.
도반과 같이 절에를 가려고 차를 기다리는데 도착한 차의 운전수가 내 도반만 태우
고 자리가 하나 남아 있는데도 나는 태우지 않고 가는 거다.
섭섭한 마음에 나는 그냥 포기를 하고 평소 다니는 내 집 근처의 사찰로 가서
준비했던 공양미를 올리는 꿈,
그래서 혹시 무슨 일인가 생겨서 못가게 되는 것이 아닌가 은근히 걱정을 했었다.
혹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가는 것이 아닐까,
보문사는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기에 비가 많이 오면 배가 뜨지 않는다는데...
하지만 꿈에 너무 매이지 말아야지 하며 용기를 냈었는데
걱정했던 날씨는 오히려 너무 맑아서 좋아했더니
생각지 않은 일이 발생해서 궁지에 처하게 될 줄이야.
넋을 잃고 길거리에 앉아 있는 내게 동행한 도반께서 본인 주머니에 돈이 좀 있으니
걱정말고 가자 한다.이왕 나선 길 안갈 수는 없지 않느냐, 부처님이 信心을 실험하
시는 것이 아니겠느냐,핸드백은 꼭 찾게 될 터이니 걱정말고 가자 한다.
할 수 없지... 누구를 탓하랴, 그 까짓 돈 좀 잃었다고 내가 죽냐,
부처님 뵈러 나온 길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
용기를 내어 외포리 가는 직행버스에 오르며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고 앉았는데
십분쯤 지났을까, 도반의 핸드폰이 울린다.
도반이 기뻐하며 얼른 받으니 공항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기사아저씨, 감사합니다 !!! ^^
이미 차가 출발하여 만날수 없으니 돌아오는 길에 전화드리겠다고 하고 우리는 즐거
운 마음으로 '보문사'를 향했다.
배를 타고 석모도로 향하니 바닷갈매기들이 뱃전으로 달려들고
여행객들은 세우깡을 던지며 환호들을 하고...
'보문사'에 도착하니 이미 사시예불이 반쯤 진행되고 있었다.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예불을 드리고는 초를 사들고 눈썹바위를 올랐다.
내려다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니 속이 탁 트이고 해조음 소리에 기도 집중이 잘되어
좋은 곳이다.
이런 곳에서 하루 종일 기도나 했음...
그러나 더운 여름이 아닌 가을이 좋겠지.
내려오면서 나는 또 한가지 도반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어쩌면 좋지요?
기와불사 다섯장을 꼭 해야 하는데...
며칠전 꿈속에서 제가 기와장에 몇사람의 이름을 쓰고 있는 모습이 너무 생생해서
당사자에게 전화를 해서 돈을 받아 왔거든요.
혹 기와불사를 하지 못하고 가면 그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이네요.
책임을 완수 못하고 돌아가면 마음이 영 그런데 어쩌나..."
교통비에 불전에 식사비까지 신세를 져야 하는판에 아휴~
돌아가는 차비도 남겨 놓아야 할테고...
도반은 현금이 넉넉치 않다며 난색을 표하다가
불사하는 곳에 가서 일단 외상으로 하고 분당가서 송금해 드리겠다고 사정해보자 한
다.
용기를 내어 기와불사 담당하는 보살님께 사정하니
자신이 5만원을 빌려드릴테니 일단 하고나서 돌아가면 자신의 통장으로 넣어달라며
적어 주신다.
죄송스럽기도 하고 얼마나 고마운지,
다섯장의 기와에다 다섯분의 이름을 쓰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절을 나왔고
절 밑에 있는 한 식당에서 식사를 주문하며 서로 쳐다보고 웃었다.
ㅎㅎㅎㅎㅎ
어찌 되었든 보문사에 무사히 와서 임무완성!
돌아오는 길에 운전기사 아저씨께 전화드리니
분당에서 저녁 8시 50분께 버스정류장 앞으로 나와 있으라 한다.
아 또 한가지 난감한 문제가 발생했다.
핸드백속에 집 열쇠가 들어 있으니....???
집에를 어찌 들어간다나,
그떄까지 밖에 앉아 있어야 하나?
도반은 열쇠 따는 사람을 부르라 하는데
내게 한가지 묘책이 떠올랐다.
방충망으로 되어 있는 방 창문 한쪽은 내가 잠그지 않고 나왔거든
그러니 방충망을 살짝 들어내고 들어가면 될 것 같다고,
할 수 없이 도반은 내 집까지 따라오셔서 방충망을 뜯어내주시고...
누가 보면 도둑인줄 알겠다.
하이고 죄송시럽다...
오늘 이래저래 고생만 시켰다.
시원한 음료수 한잔 드리고 배웅해 드렸다.
청소하고 저녁 먹고 시간이 다 되어 약속장소에 나갔다.
고마운 기사아저씨께 드릴 담배를 사들고.
고맙습니당~!!
넙죽넙죽 고개를 조아리는 내게 기사아저씨 핀잔을 주신다.
"아무래도 기도를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구먼?"
"그게 아니라 부처님이 제 신심을 시험한 것이 아닐까요?"
"아, 부처님이 시시하게 그런 시험을 하시겠수?"
부끄럽고...죄송하고...감사하고...
돌려받은 핸드백을 만지니
하이고 세상에, 잃어버린 자식 찾은 기분이다.
어찌 정겨운지,
핸드폰을 보니 얼마나 이쁜지...
돈을 세어보니 그래야 이십만원 밖에 안되는 돈인데 이천만원은 되는 둣 뿌듯하다.
복권당첨 한번 되어 본 적 없는데 이 기분 보다 좋을까?
마음씨 곱고 친절하신 기사아저씨와 보살님께 감사를 드린다.
복 많이 받으세유 !!
벌써 칠주째 사찰순례길에 접어 들었는데
일요일 하루도 쉬지 못하고 나선길,
몸살이 나도 크게 날 판인데 잘 버티고 있는 것을 보니
이 또한 부처님의 살피심이 아닐까 한다.
무엇엔가 한번 몰입하면 빠져들고 마는 나의 성격,
이러다가 나중에는 일요일에 집에 있으면 오히려 답답해서 못견디게 되는 것은 아닌
지...
오늘 동행해주신 나의 도반님,
얼마전까지만 해도 불교신자가 아닌 불교 동호인 이었던 분,
너무나 지식이 많고 이성적이어서 형상의 부처에 대해 회의적이었던 분,
그래서 나와 적지 않은 논쟁도 했었던 분.
그러나 어제밤엔 갑자기 그 형상의 부처님이 얼마나 사무치게 보고싶은지
가까운 곳에 24시간 개방하는 사찰이 있으면 달려가서
부처님 얼굴 바라보며 밤을 세우고 싶으셨단다.
부처님 앞에서 응석도 부리고 참회도 하고 발원도 하면서 부처님과 사랑을 하며 밤
을 세우고 오늘 성지순례에 나서고 싶었는데 마땅한 사찰이 없어서 너무 아쉽고 그
리웠다고 고백을 하셨다.
"이렇게 제가 형상의 부처님을 절절하게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될 줄은 정말 몰랐습
니다.처음엔 그저 보살님의 진지함에 끌려서 뭐가뭔지도 모르며 절을 하고 향을 피
우고 했는데 이제는 절만 보면 정겹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스님들의 염불 소
리도 기가막히게 좋구요.형상의 부처님 얼굴만 뵈어도 행복해지는 사람이 되었으
니 이게 왠일인지 모르겠습니다.다 보살님 덕입니다." 하신다.
하지만 나는 감사해야할 사람은 바로 이 무량수라고 말을 했다.
이 부족하고 시원찮은 보살의 말을 일단 믿고 따라주셨으니.
오늘 '보문사'의 관세음보살님의 얼굴은 어찌 그리 자비롭고 그윽하신지,
관음보살님이 그분을 내려다 보시며 이렇게 말을 하시는 것만 같았다.
"이제야 내 품에 들어왔구나. 내 자식이 되었구나."
분명 관음보살님이 기뻐하셨으리라.
부처님의 사랑과 가피가 그분에게 듬뿍 내려지기를 간절히 소원해본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_
첫댓글 ()()()
부처님의 가피가 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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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영원히 행복하세요....南無 觀世音菩薩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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