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록빛 번지는 강변
삼월 하순 화요일이다. 대기가 건조한 속에 영남 일대 곳곳 산불이 발생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 일요일 한림 강가로 산책을 나섰더니 김해에 산불이 일어나 여러 대 헬기가 낙동강 강물을 퍼 날라 불을 끄느라 애썼다. 산청과 울산은 물론 경북 의성과 안동에서도 강풍을 탄 산불이 인근 지역으로 계속 번져 걱정이다. 중국에서 건너오는 황사까지 덮쳐 대기는 희뿌옇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자연학교 등교에 나서 창원역 앞에서 1번 마을버스를 탔다. 어제는 동읍 행정복지센터를 지난 가월마을에서 내려 주남저수지 둑길에서 주천강을 따라 걸었다. 철새가 떠난 주남저수지는 적막에 잠겼고 수액이 오르는 갯버들은 연녹색 잎이 돋는 즈음이었다. 이번에는 주남저수지를 비켜 들녘을 거쳐 가술 일반 산업단지를 둘러 국도를 달려 신전 종점에서 내렸다.
마을안길에서 아침 마실을 나선 두 할머니를 뵈었는데 고령화된 농촌에도 인적을 볼 수 있음은 드문 현상이다. 대산면에서 동읍으로 경계가 바뀌는 상옥정을 지나니 토마토와 당근을 경작하는 비닐하우스단지와 봄 감자를 심어둔 이랑이 펼쳐졌다. 벼농사처럼 논에다 키우는 연근 재배도 시작되어 씨앗 모종에 해당한 잔뿌리를 묻어 바닥을 고르게 펴서 물을 퍼 가두는 농부가 보였다.
근년 김해 한림으로 뚫은 신설 국도 굴다리를 지나 강둑으로 오르자 연초록 잎이 돋는 갯버들 숲이 싱그러웠다. 대기는 산불 재 먼지와 황사로 온통 희뿌옇기만 한데 강변 갯버들에서는 수액이 올라 연둣빛이 감돌았다. 본포교에서 흘러온 강물은 수산으로 흘러 삼랑진으로 향해갔다. 갯버들 풍광을 사진으로 담으면서 지상 둑에는 꽃다지가 꽃을 피워 밟지 않으려 발을 피해 디뎠다.
자전거 길을 따라 걸으니 길섶 둔치 색이 배랜 갈대와 물억새는 삭아지면서 뉘어져 쓰러져 갔다. 묵은 갈대와 물억새가 워낙 무성해서 움이 튼 새순은 늦은 봄이 되어야 새순은 검불을 비집고 나왔다. 평원을 연상하리만치 갈대와 물억새가 뒤덮은 둔치를 바라보면서 둑으로 길게 이어진 자전거 길을 따라 걸었다. 강변 여과수를 퍼 올려 창원 시민 상수원으로 삼는 정수장을 지났다.
4대강 사업 때 강변 모래흙은 굴삭기로 파내어 어디론가 싣고 가도 일동 일대 둔치는 그대로 남겨두었다. 치수 사업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창원 시민들의 상수원이 되는 강변 여과수를 퍼 올리던 취수정이 있어서였다. 물억새로 뒤덮은 둔치는 야생으로 자란 복숭아가 꽃을 피우면 무릉도원이 연상될 정도다. 산 꿩과 고라니가 몸을 숨겨 새끼를 쳐 놀아 녀석들에게 좋은 서식지였다.
둑길을 걸어 제1 수산교에 이르니 바닥은 아까 본 꽃다지보다 더 큰 꽃송이를 펼친 민들레가 가득 피어났다. 수산교 다리목에는 개나리가 화사하게 피어 노란 꽃이 덤불을 이루었다. 제1 수산교에서 25호 국도에 걸쳐 놓인 수산대교로 가는 둑길에는 벚나무 가로수는 꽃망울이 부풀어 연방 꽃잎을 터뜨릴 기세였다. 2월부터 일 최고 기온 누적이 600도에 이르면 개화하는 벚꽃이다.
수산대교 교각 밑을 지나자 대산 문화체육공원이 펼쳐졌다. 거기도 물억새는 색이 바래도 갯버들은 연초록을 띠었다. 플라워랜드에는 인부들이 꽃을 가꾸느라 손길이 분주했으나 파크골프장은 인적이 끊겨 있었다. 3월 4월 두 달간 잔디 생육을 위한 휴장이라 골퍼들이 찾아오지 않았다. 대산 파크골프장은 규모가 크고 접근성이 좋아 지역 경제에 도움을 많이 주는 여가 시설이다.
송등에서 가술에 이르러 점심을 때우고 오후는 아동안전지킴이 동료와 부여된 임무를 수행했다. 시골 학교 주변을 거닐며 ‘유록빛 세상’을 남겼다. “따뜻한 남쪽 찾아 낱 곡식 주워 먹던 / 겨울새 모두 떠나 빈 둥지 연상되는 / 드넓은 주남저수지 정적만이 감돈다 // 색 바랜 물억새는 움트긴 때 일러도 / 갯버들 가지로는 수액이 타고 올라 / 연둣빛 잎이 돋으니 싱그러움 더한다” 25.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