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저 스스로가 너무 싫습니다. 싫어서 더 싫어져요
Q. 안녕하세요. 고2 여학생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코로나 시대 때부터 느껴왔던 감정과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 같아 온라인 상담 고민글을 남깁니다. 조금 긴 글이 될 것 같은데,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먼저 최근에는 매사가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좌절감이나 자기 혐오가 부쩍 심해졌습니다.
이게 몇 달 전 겨울방학 때도 너무 심했는데요. 내 모든 게 싫고, 내가 말하는 목소리, 걸음걸이, 표정, 외모 등 이 모든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랑 만나서 이야기해도 지금 말하는 내 목소리가 너무 싫고, 내가 상대에게 너무 못나게 보일 것 같아서 항상 자기 혐오 상태였어요. 겨울방학 중에는 혼자 방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단순히 내가 싫다는 것을 넘어서 뭐랄까 항상 괜찮아지는 듯해도 결국은 혼자서 이렇게 뒤처지고 속부터 곪아 있는 제가 차라리 더 망가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식욕이 있어도 밥을 안 먹고, 화장이나 스킨케어도 조심스러운 손길이 아니라 조금 과격하게 하는 등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것이 너무 아깝고, 나에 대한 파괴 욕구가 들었어요.
하루는 제가 방학 중에 너무 방에서 안 나오고 밖으로도 안 나가니까 무기력하니까, 엄마께서 같이 카페에 데리고 가서 기분 전환을 시켜줬는데요. 가벼운 이야기들을 주고받다가 식욕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제가 어쩌다 보니 요즘 제 상태를 말하게 되었는데요. 최근에 공부도 게을리 하고 누워만 있는 내가 식욕이 있어도 밥 먹는 게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내 모든 게 혐오스럽다. 이런 식으로 엄마한테 말씀드리면서 털어놓았는데, 제가 예상한 반응이더라고요. 엄마께서 너에게 하는 투자가 아깝다고 느껴지면 공부를 하면 되는 거 아니냐, 네가 하루 종일 방에 있고, 밖에 나가서 운동도 안 하고 건강한 생활을 하려는 노력을 안 하는데, 그걸 하는 게 우선이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물론 너무 맞는 말이고, 제가 감정에 치우친 부분이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이게 최근에 갑자기 생긴 증상이 아니라 아주 예전부터 있던 게 더 심해진 것 같아서, 오랫동안 고민한 만큼 현실적인 제안보다는 부모님한테만 느낄 수 있는 그런 이해랑 공감을 받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그날 엄마한테 이것 말고도 나는 내가 뭘 해도 성취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전교 1등을 해도, 상을 타도, 내가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없다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뚜렷한 목표를 잡고 노력한 일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고, 즐기고 호기심을 가지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러한 결과가 따라온 거고 그래서 네가 성취감을 못 느낀 것 아니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생각이 정말 많은 편인데, 엄마께서 네가 지금 하는 생각은 모든 청소년들이 하는 고민이다. 누가 더 깊이 생각해서 고민하는지 다를 뿐이지, 그 나이 때는 스스로가 제일 심각하고 모든 불행과 고민을 떠안는 듯한 느낌일 거라고 말씀하시는데, 잘 모르겠어요. 엄마가 절 위해서 제 문제점을 분석하시고, 그런 마음은 잘 알겠는데 뭔가 묘하게 제가 말하는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은 아니었어서 허무했어요.
이렇게 그날 엄마와의 대화를 하고 나서 이틀 정도 엄마가 전보다 더 다정하게 대해주시려는 것도 보이고 해서 뭔가 안일해졌나 봐요. 일어서야 하는데 예전이랑 똑같이 지냈어요. 그러다가 그로부터 이틀 정도 후에 부모님께서 자주 싸우시는데, 이번에 명절 연휴도 갔다 온 상태여서 크게 싸우셨어요. 엄마가 갑자기 제 방에 와서는 앞으로 어떤 일도 자기랑 상의하지 말고, 찾지 말라고, 나중에 엄마 원망하지 말라고, 아빠랑 헤어지고 싶고 엄마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고 싶었는데 못한 건 다 너 때문이라고, 너가 아직 엄마 손길이 필요한 나이라고 생각해서 밥 챙겨주고, 기분 전환하고 외출도 같이 나가고 하는 건 다 책임감 때문이라고, 자신도 방치하는 게 더 편하다고 하시며 캐리어를 끌고 집 나가버렸어요.
항상 제가 생각했을 때, 아무리 내가 힘들고 부모님에 대해서 항의하고 싶은 바가 있어도 꼭 해서는 안 될 언행들이 마음속에 정해져 있는데, 엄마는 항상 제가 생각한 마지노선을 넘는 언행을 조금 쉽게 하시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약간 제 마음속에 죄책감을 건드려서 협박하는 방식이라든지, 심한 편은 아니지만 제가 너무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정신병이 올 것 같은 체벌이라든지, 등등. 이런 것들을 당하면 정말 정신병에 걸릴 것 같아요... 그래서 그날 너무 상처 받아서 울부짖으면서 엄마한테 말했어요. 나도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엄마 아빠 자주 싸우는 거, 싸우고 나면 각자 나한테 와서 서로 뒷담화하고 힘든 부분 털어놓고, 너무 힘들다 나도. 그리고 명절에도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고, 애정도 없는 할아버지랑 할머니한테 사회생활하고, 동생들 놀아주고, 엄마가 아빠 뒷담화 하는 것까지 듣고 엄마 기분 달래주고 너무 힘들었다고. 저는 저라도 두 분 기분 달래주고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었으면 해서 평생을 그렇게 들어주고 따뜻한 말을 해준 건데 이제 와서 엄마가 저 때문에 자신이 실제로 하고 싶은 결정을 실천 못했고, 마치 제가 엄마를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제약인 것처럼 말씀하시니까 너무 억울하고 정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근데 하루도 안 돼서 엄마가 아빠랑 연락이 닿아서 나가신 그날 저녁에 들어오셨어요. 잘 곳이 마땅하지 않았나 봐요. 모텔에 갔는데 담배 냄새가 나서 도저히 잘 수가 없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이제 그로부터 이틀 동안 엄마는 방 안에만 들어가서 휴대폰 보고 그러다 졸리면 주무시고, 나가시기 전이랑 똑같이 생활하셨어요. 하루는 엄마가 제 방문을 열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네가 안 가면 나도 못 먹고 굶을 거라고 하시길래 그때 폭발해서 엄마한테 따졌어요. 제가 짐이 된다는 식으로 말씀하시고 떠난 뒤 집에 온 지 이틀 되었는데 아무런 상황 설명이나 변명 없이 이렇게 다가오니까 너무 화가 나고 상처받는 거예요. 마치 저를 그냥 어차피 부부싸움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상처받을 거라고 생각 자체를 안 하시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게 아니잖아요. 제가 당사자는 아니어도 제 가족이고, 의지를 많이 하는 분들인데, 이런 걸 모르시는 것도 일단 조금 허무한 기분이 들었고요. 아무튼 제가 엄마가 건강하지 않은 생활을 하는 걸 너무 괴로워하고 그런 걸 아니까, 그런 걸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극하셔서 맛집 가자고 하시는 거예요. 순간 이렇게까지 내 감정에 무지하고 관심이 없을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한테 정말 울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드렸어요. 너무 상처받아서 말이 떨리는 걸 처음 경험해봤어요 정말로.
엄마는 엄마 원하는 대로 되기만 하면 다야? 어떻게 나를 회유하든 엄마 원하는 대로 되기만 하면 만족하냐고. 나를 무슨 엄마를 옭아매는 짐처럼 말하고 가 놓고, 그 이후로 한마디 설명도 없이 내 죄책감 자극하면서 하고 싶은 거 하면 좋냐고 이런 식으로 말씀드렸는데, 엄마가 정말 뭐랄까 태연하고 무지한 표정으로, 엄마도 오기 부릴 수 있어 너처럼. 엄마도 사람이야. 이러시더라고요. 그리고 저번에 카페에서 엄마랑 대화할 때 제가 밖에서 눈치도 많이 보고 모두에게 착하게 굴면서 가지는 스트레스가 많은 걸 아시니까 딱 고3까지 엄마한테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성깔 부리는 걸 허용해주겠다고, 너도 풀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거든요. 저는 그때 그건 싫다.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연습을 해야지 왜 애꿎은 엄마한테 하라고 하냐, 상처 주기 싫다 이런 식으로 말했어요. 그럼에도 엄마는 정말 허용해주겠다고 진짜 적극적으로 괜찮다고 하셨거든요.
근데 엄마가 지금 제가 이렇게 따지고 말하는 거를 성깔 부리는 걸로 느끼고 있었나 봐요. 엄마께서 너 그때는 엄마한테 상처주기 싫다고 해놓고 지금은 잘만 성깔 부리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리고선 네가 굶으면 엄마도 굶는 거야.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다시 본인 방으로 가셨어요. 엄마도 사람이니까 제가 하듯이 오기 부릴 수 있는 건 알아요. 근데 만약 제가 엄마 입장이라면 아무리 오해에서 나온 말이라도 상처가 되는 말을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한 거잖아요. 이해할 수는 있지만 사과는 했을 것 같은데, 아니면 최소한 진심이 아니었다고까지는 말할 것 같은데, 그것조차 합리화해서 사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게 정말 저와 타인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느껴졌어요. 엄마와 갑자기 마음속으로 거리감이 느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냥 모든 게 지긋지긋하고, 너무 지쳐요. 정말. 안 그래도 스스로에게 받는 스트레스나 집에도 몇 번 못 오는 기숙사형 고등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이미 너무 버거운데, 가정 내에서도 이런 게 어릴 때부터 반복되다 보니 뭐랄까 정말 절망스러웠어요. 막막하고.
저는 주변 사람들의 감정, 심지어 제 감정에도 되게 예민한 타입인데요. 그래서 고민 같은 걸 들어줄 때도 정말 깊게 몰입하기도 하고 종종 그 고민자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할 때도 있을 정도로 감정에 관한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높은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엄마는 저와 달라요. 엄마는 제가 이렇게 상처받고 힘들어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평소처럼 핸드폰을 보면서 웃고, 저에게 밥을 챙겨주고, 자기 감정을 표현하고 주변 눈치를 안 보는 그런 느낌이었어요. 이게 상황적으로 눈치 보는 걸 떠나서 감정적으로 자신이 제일 우선인 느낌이랄까요. 상황이 별로여도 내가 지금은 기분이 괜찮아졌으니까, 이게 우선인 것 같고.. 아무튼 그래요.
이제 며칠 전 개학을 했는데요. 벌써부터 너무 힘들어요. 정말. 저는 상대에게 맞추는 게 거의 습관처럼 굳어서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크거든요. 그리고 제가 작년부터 부쩍 심해진 게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저와 깊이 친해졌다가 제 모습에 실망하고 떠나는 게 정말 너무 무서워요. 이성이든 동성이든 상관없이, 제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친구들이 어느 순간 실망해서 돌아설까 봐 너무 무섭고, 이것 때문에 친구들 눈치도 많이 살피고 제 모습을 억누르는 것 같아요. 제가 상대가 실망하지 않게 감각적이고 매력 있게 행동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들고,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이 너무 커요. 그리고 또 제가 이렇게 매사에 눈치 보고 하고픈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 어느 순간 되면서 자연스레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 되었는데요.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하고픈 걸 다 하고,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할 줄 아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너무 부럽고, 그런 생활을 원하면서도 매번 실패하고 끝내 하지 못하는 제가 너무 한심하다고 느껴져요. 그렇게 비교하고 부러워하는 순간만큼은 한때 특별하다고 생각해왔던 제가 정말 비참하고, 뭘 해도 안 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성숙하다, 착하다 같은 말들을 들어왔었는데요. 엄마가 제가 아주 어릴 땐 딱히 말씀 안 하셨는데, 제가 사춘기를 겪고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예민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까 엄마께서 제가 너무 어른스럽게 군다고 하시더라고요. 엄마는 “네가 너 나이대에 맞게 가벼운 생각, 가벼운 행동을 하며 실수도 하고 어리광도 부리면서 살았으면 좋겠는데, 너는 항상 주변을 먼저 챙기고 스스로를 억누르니까 정작 본인은 속이 곪는 것 같아”라고 하셨어요. 사실 저는 이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는 정말 부끄럽지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거의 없어요. 이상하게 들릴 것 같지만, 전 제가 느끼는 감정을 의심하는 습관이 있어요. 제가 느끼는 감정들이 이 상황에서 으레 느낄 만한 보편적인 감정인가, 내가 지금 즐겁다고, 혹은 슬프다고 느끼는 감정들이 실제로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건가 등등 감정에 대해서 뭐랄까 강박이 조금 심한 편이에요. 이러한 증상의 연장선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웃을 때도 다른 친구들처럼 감정을 팍 터뜨리는 식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스스로 억누르면서 웃는 습관이 있어요. 그래서 조금 웃음을 참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웃음소리가 이상하게 들릴 때가 많아요. 앞서 작성한 것처럼 제가 웃거나 즐거워서 흥분하거나 약간 이런 감정 표현을 할 때면 스스로 뭔가 오버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조심스러워지고 괜히 웃음소리가 이상한 것 같아서 주눅 들고 그래요.
저는 사실 저의 환경이나 주변 탓을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복잡한 감정과 생각으로 힘들었을 때 가족에게서 더 많은 괴로움을 받은 건 사실이니까 한 번 털어놓고 싶어요. 물론 모든 잘못이 가족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만한 근거도 모르겠지만, 제 경험에 솔직해져서 제가 느꼈던 감정들만 고려한다면 가족 때문에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기질적으로 감정이 예민하고 생각을 깊게 하지 못하고 심각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제가 사춘기였을 때부터, 아마 13살 때부터, 엄마한테서 엄마의 불우했던 가정사를 많이 들었어요. 엄마는 본인을 스스로 정말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한 번은 엄마한테 혼이 나다가 그때 당시 친구 관계도 마음대로 안 되고 공부도 손에 안 잡혀서 정말 너무 힘든 사춘기와 코로나 시기를 겪고 있었는데, 그날 따라 혼이 날 때 너무 울컥하는 거예요. 그래서 정말 과호흡이 올 정도로 울면서 엄마한테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 줄 아냐, 인간관계도 마음대로 안 되고 외롭고 너무 힘들다'라고 거의 처음 제대로 제 마음을 짧게나마 표현했는데요. 그때 돌아온 답이 '나도 힘들어. 나도 힘들다고. 너는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이러시면서 엄마가 혼을 계속 내셨어요. 정말 너무 서럽고 절망적이어서 진짜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네요. 물론 저희 엄마가 힘든 일도 너무 많았고 어린 시절에, 그리고 제가 모르는 엄마가 떠안고 계실 스트레스나 부담을 짐작하기도 힘든 걸 알지만, 만약에 저라면, 제가 요즘 무기력하고 게을러진 딸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니까 너무 서러웠어요. 그냥. 이외에도 엄마랑 아빠가 맨날 싸우고, 매일 크게 싸우는 게 아니어도 엄마가 대화에서 탓하고 아빠를 욕 보이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엄마에게 아빠가 잘못해주고 있다는 식으로 계속 대화 사이에 끼어 넣듯 말하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꽤 자주 저에게 엄마께서 본인은 종종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씀도 자주 하셔서 한동안은 엄마가 베란다에 나가서 빨래를 널 때도 혹시나 안 좋은 생각을 하진 않을까, 발코니에 서서 사라지진 않을까 불안감에 시달렸고요. 엄마가 밤에 갑자기 산책을 나간다고 할 때도 꽤 있었는데, 그때마다 엄마가 다시는 안 돌아올까봐 무서웠어요. 그리고 딱 한 번, 자신이 어린 시절에 극단적인 생각을 해서 실제로 시도한 적이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씀하시는데, 엄마는 본인의 상처가 아물었을지 몰라도 저는 그런 이야기 듣는 게 제 마음을 후벼파는 것 같고, 저를 갉아먹는 것 같아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또 내가 안 들어주면 누가 들어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의 그런 마음을 외면할 때는 죄책감이 오고 그래요. 저도 이게 건강하지 않다는 건 아는데,
저도 극단적인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어요. 아플 용기가 없어서, 그리고 가족들이 정말로 무너질까봐 무서워서 상상만 해왔지만 정말 심하게 괴로울 때는 하루 종일 어떻게 사라질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그 이후를 생각하고 그랬어요. 달리는 차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도 들었고, 길 가다가 자연스럽게 사고를 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너무 많이 들었어요. 그냥 죽을 용기는 없는데, 살고 싶은 미련도 없는 그런 상태였어요.
한동안은 이런 생각이 안 들었는데, 이번 겨울방학에, 앞서 작성한 것과 같이 엄마께서 짐을 싸들고 집을 나가신 이후로 다시 이런 마음이 올라오고 있어요. 특히나 이제 새 학기고, 더 눈치 보고 비교하게 되면서 정말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어요.
제가 이 글을 남기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게, 스스로 너무 과대 해석하는 게 아닐까, 모두가 이 정도는 떠안고 사는데 나만 너무 매몰되는 게 아닐까, 정말 별거 아닌 일이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들이 들어서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할 내용인지 확신이 안 가요. 그리고 부모님께도 말씀드렸는데도 뭔가 어긋나는 느낌이고 혼자서도 해결을 못하는 걸 숱하게 경험해왔으니까 최근에는 심리 상담을 받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또 이 정도 일로 심리상담을 가는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 너무 혼란스럽습니다.
지금까지 두서 없이 쓴 제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글 초반에 '긴 글'임을 안내해 주셔서 감사해요. 안내해 주신 덕분에 미리 마음을 먹고 읽었더니 길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글을 쓰는 동안에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그리고 글을 모두 마친 후에는 어떤 마음이 되었을지 궁금해집니다. 글이 긴 만큼 마음에 켜켜이 쌓여 있을 감정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되었거든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글을 썼으면서도 혼자 너무 과대해석하는 것처럼 생각되고, 다른 사람들은 이 정도를 모두 떠안고 사는데 혼자 매몰되는 것 같고, 별거 아닌 일을 스스로 특별하게 여기는 것처럼 자책했나 보네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경험하신 일들이 남들과 다를 바 없고, 아니 오히려 남들보다 더 괜찮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중요한 것은, 상황이 어떻더라도 주관적으로 힘들게 경험하고 있다면 힘든 상황이 맞습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슬픈 감정을 느낄 때, 남들과 비교하여 더 슬픈 상황이라서 슬프게 느끼는 것은 아니지요. 내가 슬프면 슬픈 겁니다. 그러니 현재 내가 힘들면 힘든 상황이 맞습니다.
글을 통해 느껴지는 것은 부모님께, 특히 어머니께 수용받고 위로받고 싶은 것으로 보여요. 그러나 어머니로부터 마음을 있는 그대로 수용받거나 위로받기보다는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기를 압력받는 것으로 경험되나 봅니다. 답답하고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있을 것 같습니다.
더구나 때때로 어머니로부터 '네 탓'이라는 메시지를 받으며 자신으로 인해 어머니를 힘들게 한다는 자책감을 느낄 때 더욱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네요. 받고 싶은 위로는 커녕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지속된다면 당연히 괴롭고 외롭고 힘들고 지칠 수밖에 없지요.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심리 상담을 받아보기를 권해드려요. 마음을 이해받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내가 나를 먼저 싫어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봐 걱정하는 걸까요?
1. 자기비하 표현을 꾸짖지 말고 감정의 신호로 듣기
아이가 “나는 쓰레기야”, “나는 없어져야 해”라고 말할 때 부모가 “그런 말 하지 마”라고만 하면 아이는 더 숨을 수 있습니다. 먼저 “네가 지금 너 자신을 그렇게까지 미워할 만큼 힘들구나”라고 감정을 받아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생각이 언제부터 강해졌는지”, “그 생각이 올라올 때 몸과 행동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차분히 확인해야 합니다.
2. 칭찬보다 ‘자기공격을 줄이는 언어’를 함께 만들기
자기 혐오가 강한 아이에게 “너는 최고야”, “괜찮아, 잘하고 있어” 같은 칭찬은 오히려 거짓말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과도한 긍정 대신 자기공격을 조금 낮추는 문장이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최악이야”를 “나는 지금 많이 실망한 상태야”로, “나는 아무것도 못해”를 “이 부분은 아직 어렵고 도움이 필요해”로 바꾸는 연습을 합니다. 목표는 갑자기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파괴적으로 공격하는 언어를 줄이는 것입니다.
3. 평가받지 않는 작은 활동을 회복하기
자기 혐오와 우울이 강한 아이는 공부, 외모, 친구관계처럼 평가받는 영역에서 쉽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산책, 반려동물 돌보기, 요리 보조, 그림 그리기, 음악 듣기, 정리하기처럼 성과보다 경험 자체가 중요한 활동을 작게 회복하는 것이 좋습니다. “잘했는지”를 평가하기보다 “오늘 10분이라도 해냈다”, “조금 움직였다”, “말로 표현했다”는 행동 자체를 인정해야 합니다. 작은 행동 활성화가 반복되면 아이는 자신을 혐오하는 생각과 별개로 하루를 살아낼 수 있다는 감각을 조금씩 회복할 수 있습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향숙 소장님 인터뷰 및 칼럼] >> 변덕이 심한 청소년, 아이의 자율욕구를 이해하라
[초3학년~중2학년까지 왕따인 아이가 사회성 극복 치료후기]
[이향숙 소장님]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아동복지학과 박사 (아동심리치료전공)
상담 경력 25년, 대학교수 및 외래교수 경력 30년
현) KG 패스원사이버대학교, 서울사이버평생교육원 외래교수
KBS, MBC, SBS, EBS, JTBC,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청와대신문 등 아동청소년가족상담 자문
자격) 미국 Certified Theraplay Therapist (The Theraplay Institute)
심리치료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부부가족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1급 (한국상담학회)
사티어 부부가족 상담전문가 1급 (한국사티어변형체계치료학회 공인)
청소년상담 수련감독자 및 상담전문가 (한국청소년상담학회 공인)
재활심리치료사 1급 (한국재활심리학회 공인)
사티어의 의사소통훈련 프로그램 강사/ 사티어 부모역할훈련 프로그램 강사
MBTI 일반강사/ 중등2급 정교사/ Montessori 교사/ 유치원 정교사/ 사회복지사/ 보육교사 등
인터뷰) 이향숙 박사 “아이 사회성 교육의 중요성”
https://tv.naver.com/v/15458031
저서) 초등 사회성 수업, 이향숙 외 공저. 메이트북스 (2020)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1] Gittins, C. B., & Hunt, C. (2020). Self-criticism and self-esteem in early adolescence: Do they predict depression? PLOS ONE, 15(12), Article e0244182.
[2] Gao, Y., Liu, X., Liu, J., & Wang, H. (2023). The effects of self-criticism and self-compassion on adolescents’ depressive symptoms and nonsuicidal self-injury. Psychology Research and Behavior Management, 16, 3219–3230.
[3] Xavier, A., Pinto-Gouveia, J., & Cunha, M. (2016). Non-suicidal self-injury in adolescence: The role of shame, self-criticism and fear of self-compassion. Child & Youth Care Forum, 45, 571–586.
* 작성 및 옮긴이: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인턴 안현우
* 이미지 참고: Pixabay
한국 아동 청소년 심리상담센터
서울특별시 강남구 선릉로76길 7 4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