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위를 채집해 놓고
삼월 하순 주중 수요일이다. 새벽잠을 깨 도서관에서 빌려다 둔 책이 없어 유튜버가 읽어준 독서록을 보다가 아침을 맞았다. 텔레비전은 평소 근처에도 가질 않는데 산불 소식이 궁금해 잠시 리모컨을 켜봤다. 창원에서 가까운 김해 산불은 잡혔으나 울산이나 산청은 여전히 불길이 번졌다. 그보다 더 강렬한 기세로 퍼지는 경북 의성과 안동 일대 산불이 누그러지지 않아 걱정이다.
아침 식후 자연학교 등교에 나서 아파트단지에서 꽃대감과 안씨 할머니가 가꾸는 꽃밭을 둘러봤다. 땅에서 움이 솟는 잎줄기에서 수선화와 크로커스가 꽃봉오리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여러해살이로 지난해는 꽃을 피우지 않던 히말라야 바위취도 분홍 꽃잎이 화사했다. 작년에는 겨울비가 잦아 수분 과다와 기온이 따뜻해 설산서 자라던 원산지 특성에 맞지 않던 기후 영향인 듯했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소답동으로 나가 이번에는 자여로 가는 7번 마을버스를 타고 용강고개를 넘어 용전 남산마을 앞에서 내렸다. 주남저수지나 동판저수지 근처도 아닌 도중에서 내림은 구룡산 기슭으로 가서 한 가지 채집해둘 거리가 있어서였다. 남해고속도로에 걸쳐진 육교 상판 밑에서 횡단보도 건너 용전마을 앞으로 향했다. 근년 개통된 구룡산 민자 터널 요금소 곁으로 갔다.
터널을 뚫으면서 단감 과수원이 편입되고 산자락 일부가 잘려 나가 축대를 쌓은 곳이다. 봄이 오던 길목 지난 이월 그곳 검불에 자라던 쑥을 캐와 남들보다 먼저 쑥국을 끓여 먹은 바 있다. 볕이 바른 곳이라 그때는 움이 트지 않았지만 머위 순이 자라 나왔을까 싶어 찾아갔다. 구룡산과 마주한 동녘에 우뚝한 정병산 촛대봉으로 아침 해가 솟아 미세먼지와 황사에도 햇살이 비쳤다.
민자로 건설된 터널이라 요금소가 생기면서 축대를 쌓은 언덕 밑으로 쑥을 캤던 자리로 가니 누군가 선행 주자가 움이 튼 머위를 캐 간 흔적이 보였다. 언덕 위 가시덤불에 남겨진 머위 순을 마저 캐 모으니 몇 줌이 되어 봉지에 채워 배낭에 넣었다. 산기슭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 나오니 한 할머니가 삽으로 밭이랑을 고르느라 애썼는데 인사를 건네니 고추 모종을 심을 자리라 했다.
동읍으로 가려고 남산마을 앞에서 2번 마을버스를 타고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남저수지를 비켜 판신마을 앞에서 내렸다. 이번에는 동판저수지 둑으로 건너가 수면에 둥치가 잠긴 갯버들이 움트는 모습을 살펴볼 참이다. 그제는 주남저수지 둑길을 걸었고 어제는 본포에서 수산으로 흘러가는 강물 따라 일동리 강둑을 걷고는 ‘유록빛이 번지는 세상’이라는 산문과 시조를 남기기도 했다.
동판저수지 배수문 근처에서 주남저수지 물길이 흘러오는 곳으로 나가 주천강 둑길을 따라 걸었다. 천변에는 유채처럼 파릇한 잎줄기로 자란 야생 갓이 군락을 이뤄 꽃을 피우려는 즈음이었다. 유채나 갓은 같은 십자화과 식물이라 벌들에게는 좋은 밀원이 되는 노란 꽃을 피웠다. 둑길 언저리는 공유수면처럼 지번으로 등재되지 않았을 텃밭 경작지는 봄 농사를 시작하지 않았더랬다.
남포에 이르러 천변을 따라 상포로 가자 나이 지긋한 한 아주머니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축해 산책을 나왔다. 평소는 외로이 지낸 독거노인인데 외지에 나가 사는 딸이 친정을 찾아 모친을 동행한 산책인 듯했다. 백발이 성성하고 주름진 할머니와 손목을 잡고 같이 걷는 아주머니는 얼굴이 닮았더랬다. 딸에게 잠시나마 노후를 의탁해 보내는 고령의 할머니가 부러움을 살만했다.
상포에서 가술에 닿아 식당으로 들어 추어탕으로 한 끼 때웠다. 식후 근처 어린이공원에서 ‘구룡산 머위’를 한 수 남기고 오후 일정을 수행했다. “터널이 뚫리면서 산자락 깎여 나가 / 훼손된 숲을 복원 축대를 쌓은 남향 / 새봄에 땅 기운 받은 머위 움터 자란다 // 칼날로 순을 잘라 검불을 가려내자 / 이파리 싱그럽고 줄기는 보드라워 / 끓는 물 삶아 무치면 쌉쌀한 맛 최고다” 2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