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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country Camping
 
 
 
카페 게시글
캠핑/여행 후기 스크랩 Day2. 노숙자의 순례길 TMB-뚜르드몽블랑/GR65-르퓌길/까미노 프랑스길
진갈(박진형) 추천 2 조회 1,607 17.01.20 12:42 댓글 50
게시글 본문내용


▲프랑스(샤모니)에서 출발하여 이탈리아-스위스를 거쳐서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산악마라톤 대회인  UTMB(Ultra-Trail du Mont-Blanc)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아침부터 분주하다

나 또한 종주산행, 마라톤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산악마라톤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캠핑장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비록 그들처럼 달리는 것이 아니라 배낭을 메고 걷는 것이지만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코스로 이동하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밤새 뒤척였고, 뒤바뀐 시차에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지만 배꼽시계만큼은 정확했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가려 했지만 어제 밤늦게 도착해서 도저히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다행히 세르비아 친구의 도움으로 마트에서 장을 볼 수 있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온 타냐'Tanja Stoyanovski'


혹시 캠핑장에 못 돌아올까봐 마트까지 함께 가주고 장 보는 것까지 기다려준 고마운 친구


▲고향 '베오그라드'에서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 보내줬다는 유기농 딸기잼을 맛보다


캠핑장에 돌아와 아침식사에 초대받았다

말도 안 통하고 연고도 없는 낯선 땅, 난생처음 나온 해외에서의 첫날, 내게 베풀어준 그녀의 호의는 정말 따뜻했다


▲자신의 텐트에서 하루 쉬고 출발하라는 Tanja


식사가 끝나고 Tanja가 시차 적응도 안 됐고 피곤해 보이니까 우리 텐트에서 쉬고 다음날 출발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산'을 알게 되고 늘 꿈꿔왔던 몽블랑을 눈앞에 두고 가만히 있기에는 몸이 너무 근질거렸기에 아쉽지만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하다가 UTMB에 출전하는 그녀를 위해 행운의 팔찌를 만들어주기로 결심했다

매듭 팔찌 만드는 게 취미였던 나는 이번 여행에서 누군가의 도움에 답례를 하거나 친해진 친구들에게 마음이 담긴 선물을 해주기 위해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3mm코드슬링을 따로 준비해왔다


▲마음이 담긴 선물을 전할 수 있어서 행복했던 순간


▲모두 사고 없이 무사히 완주합시다!!


▲ 세르비아 친구들과 몽블랑 출정식을 마치고 길 위에 오른다


벨뷔(Bellevue) 케이블카를 이용해 정상(해발 1801m)에서 트레킹을 시작했다


▲아주 작은 산악기차역


▲오늘 하루종일 함께 걸었던 미국인


미국 유타주를 기반으로 한 자체 생산 배낭 ULA Ohm2.0 경량 배낭을 멘 모습이 인상적이다

800g 대의 작은 배낭이 63L까지 수납이 가능하니 신기할 따름이지만 아무래도 내구성이 떨어지고 짐의 무게가 어깨 통증을 유발하기에 수납에 있어 주의를 필요로 할 듯 보인다


▲그늘에서의 꿀같은 휴식


이번 여행에 함께할 배낭으로 400g대 천 쪼가리 배낭을 선택했다

프레임과 어깨 패드, 벨트의 중요성은 간과할 수 없지만 총 무게 9kg을 넘기지 않는다면 배낭의 무게로 인한 어깨 통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필요 이상의 장비는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방해할 뿐' 물론 무거운 장비보다 가벼운 장비가 더 안전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결국 패드, 주머니, 스트랩을 최소화한 단순하고 가벼운 배낭을 찾았고 캠핑에는 주변 지형지물과 비비색을 적극 활용했으며 부드러운 트레일 러닝화를 신고 취사도구는 챙기지 않았다 또한 행동식이나 즉석식품 위주로 식단을 계획했다

90일가량 쉬지 않고 걷는 걸 감안했을 때 경량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경량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했지만

무겁다..


▲TMB 몇 구간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든 물을 구하기 쉽다


▲아기자기한 오두막




▲오늘의 목적지 레꽁따민-몽주와(Les Contamines-Montjoie) 도착


▲오늘 함께 걸으며 친해진 미국 부모님들에게 팔찌 선물


혼자 걷는 나를 위로해주시겠다며 트레일 부모님이 되기를 자처하셨다

좌측이 엄마, 우측이 이모
실제 부모님과 동년배다

유타 부모님은 호텔에서 묶기로 해서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

나는 이 예쁜 마을을 구경하기에 앞서 뚜르 드 몽블랑(TMB)에 대한 정보와 지도를 얻기 위해 '인터스포츠'라는 장비점에 들어갔다


▲레꽁따민에 방문하시면 '인터스포츠' 티에리를 찾아주세요


현지 주민에게 얻는 정보야말로 가장 정확한 최신 정보라는 판단에 레꽁따민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웃도어 장비점 사장 티에리 형님에게 직접 팔찌를 만들어 선물해주고 형 동생을 먹었다

덕분에 앞으로 일주일간의 날씨정보와 날짜별 트레킹 코스까지 짜주시고 심지어 저녁식사까지 초대받았다

어디서 노숙하는 게 좋을지, 심지어 어느 마을에서는 어느 마트가 더 싸고 어디서 노숙해야 안전한지.. 다음 마을 마트 문은 몇 시에 열고 닫는지 그런 세부적인 것까지 하나하나 다 알려주는 멋진 티에리 형님!!

가이드북에는 안 나오는 엄청난 최신 정보들을 얻어 간다


▲겨울에는 스키 선수로 활약하는 티에리 형님


▲형님께서 레꽁따민에서 노숙하기 가장 안전한 장소로 교회 앞을 추천해주셨다


▲양해를 구하고 교회 잔디밭에서 야영 결정


▲조용한 마을이 UTMB로 인해 때아닌 축제 분위기다


▲잘 곳도 정해졌으니 여유롭게 마을 구경도 하고 마트에서 장도 봤다


▲ UTMB 레꽁따민-몽주와 골인 지점


저녁에 이곳을 통과할 세르비아 친구들을 응원하기 위해 골인 지점에 자리를 펴고 기다린다


▲세르비아 친구들을 기다리며


▲선수들을 기다리는 게 지루할 법도 한데 이곳은 축제 분위기다





결국 세르비아 친구들은 찾지 못했지만 짧은 순간 스쳐가는 선수들을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며 기꺼이 응원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번쯤은 이 위대한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는 뜻을 품게 됐다


▲티에리 형님의 가족식사에 초대받다


멀리서 온 이방인을 가족처럼 대해주고 챙겨주는 모습에 여러 번 감동한 하루였다

나를 위해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샴페인을 땄다는데.. 이 형님 허세가 조금 있으신듯하다
다음에 다시 놀러 오면 더 비싼 샴페인을 마시자며 유혹하는 형님이 너무 좋다




결국 형수, 아들, 할아버지까지 불러들여 일가족의 팔찌를 만들어줬다

이런 작은 선물에도 행복해하고, 이방인을 배려할 줄 아는 프랑스인들의 여유가 부러운 순간이다



행복했던 트레킹 첫날을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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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7.01.20 12:55

    첫댓글 우선 선리플 후정독합니다 ^^

  • 작성자 17.01.20 13:28

    감사합니다!!

  • 17.01.20 13:22

    부럽고~ 재미지겠어요^^ 박수~작짝짝

  • 작성자 17.01.20 13:28

    길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7.01.20 13:34

    친화력 짱입니다. 앞으로 쭈욱 안전 산행하시고 글 기대할께요~

  • 작성자 17.01.20 15:36

    그곳에서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어디가서 굶어죽진 않겠다'였습니다ㅎㅎ

  • 17.01.20 13:48

    어제 오늘
    재미나게 흥미롭게
    사진.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얼굴도 잘 생기셨지만 멋찜이 더 강합니다~~화이팅!!!

  • 작성자 17.01.20 15:37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꾸준히 올려보겠습니다 관심갖고 지켜봐주세요ㅎㅎ

  • 17.01.20 13:53

    멋지네용~^^
    화이팅~!!

  • 작성자 17.01.20 15:37

    감사합니다! 화이팅!^^

  • 젊은날의 용기있는 도전^^^
    아름다운 청춘입니다

  • 작성자 17.01.20 15:39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17.01.20 14:31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도전입니다.

    스티커
  • 작성자 17.01.20 15:39

    감사합니다!!!^^

  • 17.01.20 15:46

    찬사를 보내드립니다. 진심으로 멋진 경험과 추억을 담으셨네요. !!!!!

  • 작성자 17.01.20 20:11

    넵 감사합니다 !!!!

  • 17.01.20 15:46

    멋진사진과 후기 잘보고 갑니다~~ 즐거운 여행되시길...

  • 작성자 17.01.20 20:11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후기를 쓰다보니 다시 그때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감사합니다 ^^

  • 17.01.20 16:54

    잘보고갑니다.
    박수와 찬사를 보내드립니다.
    무탈하게 잼난여행되세요~~

  • 작성자 17.01.20 20:12

    감사합니다!! 어찌보면 무모한 방식이지만 그만큼 재밌었던 여행이기도 했던것같아요

  • 17.01.20 17:16

    멋져요. 안전한 트래킹되세요^^

  • 작성자 17.01.20 20:13

    갑사합니다 !! ^^

  • 17.01.20 18:15

    꼭 좋은날만 있지는 않았을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급하지않게.,천천히 아프지않으셨기를.. 진갈님 트레일에 큰박수와 용기를 보내드립니다

  • 작성자 17.01.20 20:14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사랑님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것같아요 ^^

  • 17.01.20 18:20

    몸과 마음 정신이 모두 훈남이십니다. 열정에 박수를 보내며 여정이 끝나는 마지막 까지 안전하게 좋은 추억 담아오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 17.01.20 20:15

    좋게 봐주셔서 갑사합니다!! 작년8-11월까지의 여정이였구요 지금은 돌아왔습니다^^ 후기를 쓰다보니 다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네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작성자 17.01.20 20:18

    동양인 여자 물론 남자도 혼자 다니면서 야영하는 사람은 못봤는데 유럽애들은 그런 방식으로 여행하는게 일상화 되있는게 참 부럽더라구요..

  • 17.01.20 18:33

    저도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곳인데 후기로 대리만족도 좋네요~

  • 작성자 17.01.20 20:19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앞으로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ㅎㅎ

  • 17.01.21 07:35

    항상 안전이 최우선이니 조심하시고 조심하시길 바래요!!!
    젊음이 최고의 무기이니 최대한 즐거운 감동과 행복을 많이 느끼고 오시길!!!

  • 작성자 17.01.21 11:21

    넵 감사합니다^^~~ 알파돌이님도 항상 안전산행하시구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 17.01.21 10:03

    처음 보시는 분들과 너무 잘 어울리시네요..즐감 햇습니다...화이팅 !!!

  • 작성자 17.01.21 11:25

    얘네들 문화인지.. 처음본사람도 몇년 알고지낸 친구처럼 대해주더라구요^^ 감사합니다 !!

  • 17.01.21 11:10

    우리 아들도 이제 고2인데 이런 열정이 샘솟았으면 합니다.
    무탈하게 조심히 다니세요. 3탄 기대합니다.

  • 작성자 17.01.21 11:27

    넵 감사합니다!! 지족상락님도 항상 무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17.01.21 12:10

    젊음이 좋습니다...훗날 아름다운 추억, 큰 용기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작성자 17.01.21 13:34

    감사합니다!! ^^

  • 17.01.21 23:11

    진정한 대한민국의 건아.
    최고에요^^*

  • 작성자 17.01.21 23:11

    감사합니다! 대한의 건아님^^~~

  • 17.01.23 16:05

    캬~~~연재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읽지는 못하지만 천천히 다 읽을께요.....
    항상 응원합니다^^

  • 작성자 17.01.23 16:06

    감사합니다!! TMB 여정은 총 10편이 될 듯 합니다^^

  • 17.01.24 10:36

    오~~내공이 장난 아닙니다. ㅎ

  • 작성자 17.01.24 10:38

    과찬이십니다^^;;;;

  • 17.01.25 11:14

    트레킹 부모님도 생기시고
    맘이 부자되셨겠어요^^.
    응원합니다^^.
    청년의 때를 귀하게 여기시는 님이 든든합니다^^.

  • 작성자 17.01.25 11:50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17.01.27 10:35

    용기~~,,자랑스럽고 가슴이 따뜻해 지는군요 ,,,끝까지~~

  • 작성자 17.02.04 17:43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

  • 17.02.04 17:17

    용기와 도전에 찬사를 보냅니다.
    딸과 나이가 같아서 대견한 생각도 드네요.

  • 작성자 17.02.04 17:44

    감사합니다 ^^~~ 즐거운 주말오후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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