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내용을 삭제하지 마세요!!
(아래 선 아래에 글을 올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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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까페엔 요즘 90넘은어르신 한분이 이틀에 한번 씩 꼭 오신다. 지팡이를 짚고 다리를 후둘후둘 떨어
가며 겨우 까페문을 열고 들어와서 커피를 마시고 가시는데 가실 때는 꼭 데스크로 오셔서 자신이 쓴
메모지를 우리애에게 주고 가신다. 깨끗한 메모지에 일반 볼펜도 아닌 싸인펜으로 정성스럽게 쓰신 필체.
떨리는 손으로 쓰신 건데도 글씨는 제법 반듯하고 식자풍의 달필이시다. 첫날은 "지나가다 까페이름이
멋있어서 들어와 봤더니 분위기가 고상하고... 사장님도 지적으로 품위가 있으시고.." 라 쓰여있더니
그 다음날도 ".. 까페내 잘 가꾸어진 화분들.. 많은 서적들.. " 등등 으로 그동안 주고 가신 메모지들이 이제
제법 많이 쌓여있다.
하루는 서울서 방문한 6,70대 두 아들과 사모님이 같이 왔는데 아들들은 양복을 단정히 입고와서 등을
꼿꼿이 세우고 똑바로 앉아있는 것이 본데있는 집안 분위기인데 사모님까지 모시고 온 것은 남편이
요즘 자주 가는 곳이 어떤 곳인가 한번 탐색하기 위한 것이리라. 그 곳의 사장님이 요염한 술집 마담
같은 스타일은 아닌지 믿을 수 있는 곳인지 보았더니 사장님이 그런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것 같아
안심하고 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남편에게 매번 깎듯한 양복과 구두 등을 챙겨 입혀 보내려면
그 마누라도 신경께나 쓰일 것이다.
그런데 그 영감님이 오고 계신지도 두어달로 접어 드는데 문제는 화장실 사용에 있으니.. 연세드신 분
들은 모두 화장실을 너무 자주 드나드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바닥을 더럽히기 때문에 문을 나오시면
다른 손님이 들어가기 전에 우리애가 매번 재빨리 들어가 밀대로 바닥을 깨끗이 청소해야 하는 것이다.
안그러면 뒤이어 들어간 사람들의 신발바닥에 묻혀져 까페 전체에 냄새가 퍼지기 때문에. 그래서 그
날은 우리애가 훨씬 더 피로해진다고 불평을 한다. 더구나 하루가 다르게 요즘은 화장실 출입이 더
잦아지고 걸음걸이도 불안해져서 다리를 더 심하게 떠시는데 우리애는 저러다가 우리까페에서 쓰러
지시면 어쩌나 걱정이 된단다. 집주소도 전화번호도 모르는 상태에서.
혹시 아주 혹시 그 할아버지는 그렇게 우리 까페에서 눈을 감는 것을 소원하고 계신 건 아닐까...
그 얘기를 들으니 나는 인생이란 늙으면 참으로 불쌍해 지는구나 하느님은 왜 인간을 데려가실 때
하루아침에 장기기능을 정지시켜 가게하지 않으실까 슬퍼진다. 우리애에게 그 할아버지는 불쌍하시
니 그냥 보살펴 드려라 화장실 청소도 열심히 해 드리고. 인간은 늙으면 다 그렇게 불쌍해 지니라
했는데 그말이 젊은애들에게 먹혀들어가길 바라는 건 무리일 테다.
그는 아마도 죽기전에 지금 남은 정열을 마지막으로 짜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적인 분위기 향기 좋은
폼나는 커피 한잔 조용히 흐르는 음악 자신에게 미소를 보내주는 고상한 젊은 여인.. 그리고 그 나이에도
아직 연애편지 쓰듯 정성스레 글을 써서 건너줄 수 있다는 귀한 기회.. 이해할 수 있는 애잔한 장면아닌가.
그런데 그건 남자들만의 것일까. 만일 젊은 남자사장이라면 나이든 할머니들이 그렇게 정성을 다해
매일 까페로 올까.. 그런 얘긴 못들어 봤으니 아마도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훨씬 더 오래도록 순진
하다할까 순수한 것 같다.
전에 농장을 경영하며 오후엔 꼭 우리 까페에 와서 책을 읽다가 가던 그 70대후반의 할아버지는 작년
어느 날 갑자기 발이 뚝 끊겼는데 필시 영원히 가신 것이리라. 우리는 그분의 집도 전번도 모르니 그저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인생이라 짐작할 수 밖에. 혹시 그 할아버지는 영혼으로 몇번 우리 까페에 방문
하셨었는지도 모른다. '그립고 아쉬움의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생은 그렇게 스러져 가는 것..
우리 까페에 오는 택배기사들에게 화장실과 커피를제공한다는 얘기는 전에 했는데 요즘은 좀 사정이
달라졌다. 커피 원료값은 올랐고 손님은 줄어가는데 기사들에게 들어가는 커피량은 만만치 않아 슬슬
부담이 되기 사작한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고 곳간이 비어가니.. 그래서 할 수 없이 화장실만 가게
했더니 그분들은 나와서 멈칫멈칫 우리애 눈치를 보며 빨리 가질 않는 것이다..
우리집 배달만 오면 맛있는 공짜커피를 대접받아 큰 기대를 하고 오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공짜 커피가
없어졌으니.. 화장실정도는 얼마든지 제공할 수 있는데 젊은 기사들은 따라들어가 밀대로 청소를 안해도
되어 다행이라한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 그들도 언젠가는...
우리애는 다시 경기가 좋아져서 그분들에게 공짜커피를 마음껏 대접할 수 있는 날이 제발 왔으면 좋겠다
한다. 우리 남은 인생에서 그럴 날이 과연 올 것인가..
첫댓글 경기가 좋아 저 삶이 넉넉해지기 위해서는 대규모 경제 교류 협력 뿐인데,전쟁 질에 골몰 하고잇으니,점점 힘들어 저 가겟지요.......푸틴 방북 임박,뷱일 몽골 만남등 대 전환이 임박 한 것 같군요....산비탈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잘보고 갑니다......
언니와 첫 만남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마 그 기억은 살아 생전 잊지 못하리라 생각됩니다
인사동에 목순옥 사모님 조카가 하고 있는 귀천에서 언니와 약속을 잡고
언니는 바로 알아 볼 수 있게 머리에 꽃을 꽂고 나오시겠다고 하셨죠
아마도 귀천이 테이블이 4~5개 밖에 안된다는 걸 아셨다면
그런 제안을 안하셨을텐데요 그래도 좁은 카페에
들어오시면서 머리에 예쁜 꽃을 꽂고 나오셨습니다
그리고 언니와의 대화 ...
정론직필에서 저의 글을 유심히 보아오시다
언니가 댓글을 달아 주시면서 친밀감을 갖고 있다
만남까지 이루어졌지요
첫 만남에서 연세드신 분이 회색빛 머리에
꽃을 꽃으신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고
순수하시고 겸허하시며 고고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여전히 언니의 글 속에는 수필이 주는 멋과 맛이 가는 데로 쓰는 향기가
묻어 납니다 자신에 대한 자제력과 함께 군더더기가 없는
삶 , 제가 본 언니의 지금까지의 변함없는 모습입니다.
언행과 행동이 한치 오차가 없는 ,그래서 언니를 존경합니다.
향기중의 향기는 蘭香이라 하나 인생을 잘살이온 사람향기가 으뜸이 아닐까 합니다.
구순을 넘기고 사지에 맥이 풀려 몸이 떨릴정도인데도 사람향기를 따라 카페를 찾으시는 걸 보면 삶의 마지막 남은 생명줄을 선생님 향기에 기대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잘산다는 게 무엇인지 선생님을 통해 배웁니다.
늘 안강하시고 택배기사님들에게 커피 무료제공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봅니다.
내 삶의 한 자락을 그냥 적어본 것인데 공감들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가 내심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그 느낌까지 정확히 보고 계심이 놀랍습니다.
무학님 이 땅에 전쟁이 터지기를 바라는 무리.. 오물풍선에 계속 전단지를 보답
하라고 부추겨 전쟁을 유발시키려는 그들.. 북이 그 속셈에 걸려 들까요..
산비탈까페 지금 이름보다 훨 좋군요 언젠가 한번 바꿔보도록 해봐야 겠습니다.
정주야 그 진달래 조화는 늘 내 책장에 꽂혀 있다가 너무 낡아서 년초에
버렸지 그래도 그날 대화와 분위기는 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
치우님 우리가 그 택배아저씨들에게 take out커피를 건너면 활짝 웃으며 좋아
하던 그 얼굴들을 다시 보기는 어려울 거라는 것을 치우님도 알고 계시지요.
십여년이 흐르고난 후라면 몰라도..
산비탈에서 늘 그리워하는 고운 꿈들을 수려한 필치로 전해 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인생사의 한토막 사연을 소박하고 진실되게
담으셨네요
산비탈커피점이 유별나게 많은 고객들이 즐겨찾네요
새들도 앉고싶은 나무에 앉는다는 말이 새로이
떠오르네요
운영자 따님이 잘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