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2026. 10.11(일) 09;30-14;30
★코스; 대림역 5번출구- 도림천-안양천-한강-여의도 샛강- 한강대교-잠수교-응봉역-중랑천-청계천-청계6가 교차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거리- 훈련원공원-을지로5가교차로- 청계천-동대문역사공원역/종로5가역(40km)
★참가;마라톤킴, 블랙캣, 람보림, 오벨로, 스머프차
-훈련원공원 윤관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10월을 맞이한지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차로 접어들었다. 세월의 흐름이 참으로 빠르다. 지구의 자전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는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왜 이토록 빠르게 흘러가는 것일까. 새로운 경험과 자극이 줄어들면서 시간이 상대적으로 짦게 느껴진다는 설명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하리라. 이번 여정은 서울 을지로 5가에 자리한 훈련원공원을 찾아 조선시대 군사교육의 역사와 그 흔적을 살펴보는데 의미를 두었다. 가을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 여행에 역사 답사라는 특별한 주제를 더한 것이다.
여정의 출발점은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대림역 5번 출구였다. 쉐도우수와 아스트라전을 제외한 다섯 명의 전사가 모였다. 오전 9시 30분. 우리는 힘찬 페달과 함께 도심 속 역사 탐방을 시작했다. 대림역을 출발해 도림천을 따라 달리다가 안양천으로 접어들었다. 하천변에는 가을의 정취가 완연했다. 초화원과 장미원에는 붉은 빛을 머금은 가을 장미가 피어나 라이더들의 눈길을 끌었다. 체육시설도 곳곳에 잘 조성되어 있어 시민들이 운동과 여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중에서도 파크골프장은 유난히 활기가 넘쳤다.
과거에는 주로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즐기는 운동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까지 관심을 보이며 이용층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운동과 친목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파크골프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건강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활기찬 생활의 새로운 풍속도를 엿볼 수 있었다. 안양천이 한강과 만나는 합수부에 이르자 확 트인 강물이 우리를 맞았다. 이곳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대표적인 쉼터이기도 하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한강의 넓은 물줄기와 시원하게 펼쳐진 강변 풍경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페달을 밟았다. 양화한강공원에서는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강물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는 시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머무는 모습이 한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자전거 여행의 매력은 목적지에 도착하는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달리는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 또한 여행의 소중한 일부다. 여의도 샛강을 들어서자 울창한 초록 숲과 여의도의 고층빌딩이 어우러지며 멋진 풍경을 연출했다. 자연의 푸른빛과 도시의 세련된 스카이라인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지닌 또 다른 매력이었다.
샛강을 지나 한강대교에 가까워지자 노들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노들섬은 한강 한가운데 자리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도심 속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특별한 장소다. 최근에는 노들글로벌예술섬 조성사업을 통해 섬 전체를 더욱 입체적인 문화공간으로 발전시키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수변 공간을 비롯한 여러 공간이 새롭게 정비되면서 시민들이 자연과 예술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한강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은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이날은 맑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더해져 가을 라이딩의 즐거움을 한층 높여주었다.
반포한강공원에 도착하자 나들이객들이 나무 그늘 아래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깔고 가을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휴일을 즐기는 모습이 정겨웠다. 잠수교 남단에서 잠시 숨을 고른 우리는 다리를 건너 한강을 따라 중랑천으로 향했다. 잠수교는 자전거 동호인과 달리기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며, 아름다운 한강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은 장소다. 중라천으로 접어들어 달리다 보니 역사 깊은 살곶이 다리가 나타났다. 살곶이다리는 조선시대 전기에 건설된 대표적인 석교로, 오랜 생활 서울 동쪽의 교통로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보물로 지정되어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수백년의 세월을 견뎌 온 돌다리를 바라보니 옛 사람들의 발자취가 떠올랐다. 오늘날 우리는 잘 정비된 자전거도로를 따라 편안하게 달리지만, 과거 사람들은 이 다리를 건너며 장터로 향하고 도성 안팎을 오갔을 것이다. 같은 장소라도 시대가 바뀌면 쓰임새는 달라지지만, 그곳에 쌓인 역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살곶이체육공원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청계천을 따라 도심으로 향했다. 맑은 물과 산책로가 어우러진 청계천은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휴식 공간이다.
물길을 따라 아어지는 풍경을 즐기며 달리다 청계 6가 교차로에서 방향을 바꾸어 장충단로로 접어들었다. 잠시 후 독특한 건축물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였다. 미래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유려한 곡선의 건축물은 주변의 전통적인 도시 풍경과 대조를 이루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이 현대적인 건축물 일대가 과거에는 조선의 군사교육과 훈련이 이루어지던 공간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늘날 패션과 디자인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변모한 이곳에는 조선의 무인들이 무예를 연마하던 역사가 깊이 새겨져 있었다.
DDP에서 을지로 6가와 국립중앙의료원 일대로 이어지는 지역은 조선시대 훈련원과 그 부속 군사시설이 자리했던 곳이다. 우리가 이번 라이딩의 목적지로 삼은 훈련원공원 역시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품고 있다. 조선 건국 초기에는 훈련관을 설치해 군사들의 무예와 군사기술을 익히도록 했으며, 세조 12년인 1466년에는 훈련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훈련원은 무관 선발시험인 무과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군사들의 교육과 훈련을 담당했던 중요한 기관이었다. 무인을 꿈꾸는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활쏘기와 창검술을 익히고 말을 달리며 무예를 연마했다.
국가를 지킬 장수를 길러내는 군사교육의 중심지였던 셈이다. 오늘날의 군사교육기관에 비유한다면 훈련원은 조선시대 군사 인재 양성의 중요한 기반이었다. 물론 현대의 신병교육기관과 그 기능이 완전히 같았던 것은 아니지만 군사들을 교육하고 훈련하여 국가방위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군사훈련체계와 연결해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군사들의 무예를 장려하기 위해 각종 시험과 행사를 열기도 했다. 특히 무예 실력을 겨루는 행사로 군사들의 기량을 높이고 무예를 장려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군사훈련은 단순히 무기를 다루는 기술을 익히는데 그치지 않았다. 국가에 대한 책임과 군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기르는 과정이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무예 훈련의 체계화도 이루어졌다. 정조 때 편찬된 무예도보통지는 여러 무예의 동작과 훈련법을 정리한 중요한 무예서다. 이러한 무예서와 훈련체계는 조선 군사제도의 발전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훈련원과 더불어 조선 후기 군사제도의 중심을 이룬 기관이 훈련도감이었다. 훈련도감믄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3년 류성룡 등의 건의를 바탕으로 설치되었다.
전쟁을 겪으며 기존의 군사제도만으로는 국가를 지키기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에 새로운 형태의 군사조직이 필요했던 것이다. 훈련도감의 중요한 특징은 급료를 받는 직업군인을 중심으로 상비군을 편성했다는 점이다. 평상시에는 농사와 상업에 종사하다가 군역을 수행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전문적인 군사훈련을 받은 병력을 유지함으로써 전쟁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려 했다. 이후 훈련도감은 금위영, 어영청 등과 함께 조선 후기 도성 방위를 담당한 오군영 체제의 핵심 군영으로 성장했다. 군사훈련뿐 아니라 수도방위와 국왕호위 등 다양한 임무를 맡으며 국가안보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훈련원과 훈련도감은 명칭과 기능이 서로 다른 기관이지만 조선의 군사교육과 군사조직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를 이해하는데 함께 살펴볼 만한 역사적 대상이다. 훈련원공원 답사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하도감의 역사였다. 하도감은 조선 후기 훈련도감과 관련된 군사시설로 옛 동대문운동장 야구장 부지 일대에 자리했다. 하도감은 단순히 군인들이 머무는 병영만은 아니었다. 군사훈련과 무기제작, 군수물자 관리 등 여러 기능이 결합된 복합적인 군사 공간이었다.
2008년 9월 동대문 일대 발굴조사에서는 갑옷과 투구, 환도를 비롯한 무기류와 각종 군사 관련 유물이 출토되었다. 철기 생산과 관련된 흔적도 확인되면서 이곳이 군사 장비의 제작과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주었다. 훈련도감에서 주조한 상평통보를 비롯한 유물과 군사훈련의 흔적도 발견되었다. 발굴 성과는 오늘날 변화한 도심 아래에 조선시대 군사기지의 실체가 잠들어 있었음을 일깨워 주었다. 특히 하도감 터는 군사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동시에 무기를 만들고 군사기술을 연마하여 도성을 지키는 기능이 한데 모인 곳이었다.
오늘날로 치면 군사교육과 장비 생산, 군수 지원 기능이 결합된 시설의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근대에 접어들면서 조선의 군사제도는 큰 변화를 겪었다. 1881년 신식 군대인 별기군이 창설되었고, 이듬해 임오군란을 거치며 구식 군대와 신식 군대 사이의 갈등이 폭발했다. 이후 군사제도 개편이 이어지면서 전통적인 군영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었다. 마침내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강제로 해산되면서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전통 군사제도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조선의 무인들이 무예를 연마하고 나라를 지키겠다는 뜻을 다졌던 공간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갔다.
훈련원공원에 서서 이러한 역사를 되짚어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지금은 도심의 공원으로 시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지만 한때 이곳에서는 군사들의 발걸음과 훈련의 함성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건물은 사라지고 땅의 쓰임새는 바뀌었지만 그 장소가 품었던 이야기는 발굴조사와 기록을 통해 다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옛 동대문운동장 일대의 발굴조사는 사라진 서울 성곽과 군사시설의 흔적을 다시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답사는 자전거로 서울의 하천과 도로를 달리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의 모습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역사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먹거리다. 자전거를 타고 난 뒤 동료들과 둘러앉아 나누는 식사는 여행의 또 다른 추억이 된다. 우리는 종로5가와 동대문 사이 골목에 자리한 '원할매 소문난 닭한마리'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 안은 마치 잔칫집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큼직한 냄비에 닭고기를 넣고 떡과 버섯, 감자, 국수사리를 더해 푹 끓여먹는 닭한마리는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자전거로 지친 허기를 달래고 오랜 동료들과 정담을 나누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식사를 마친 뒤 스머프차는 종로5가역으로 향했고, 나머지 대원들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한 라이딩은 오후 2시 30분에 마무리 되었다. 오늘은 맑은 하늘 아래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완연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무엇보다 처음 방문한 훈련원공원에서 조선시대 군사교육의 역사와 훈련도감, 하도감의 역할을 살펴볼 수 있어 뜻깊었다. 이곳에서 무예를 익히고 군사기술을 연마했던 무인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훈련하고 준비했던 선조들의 노력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가지만 보물같은 벗들과 함께한 시간과 마음에 새긴 역사의 발자취는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건강을 다지고 우정을 나누며 역사를 배우는 sd16 바이콜릭스의 라이딩 향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sd16 바이콜릭스(Bikeholics) 브라보!
대림역 5번출구 도림천에서 출발(09;30)
도림천을 따라 안양천으로
안양합수부 쉼터
당산철교 밑을 통과
여의도 샛강 자전거길
여의도 샛강을 지나서 한강철교로
동작대교를 향하여
동작대교 노을전망대
반포한강공원
잠수교 남단 쉼터
살곶이체육공원 쉼터
훈련원공원 표시판
훈련원공원 전경
훈련원공원 윤관 장군 동상을 배경으로
박웅진 시비를 유심히 들여다 보는 블랙캣
훈련원공원 종합안내도
경성사범학교 교지비
원할매 소문난 닭한마리 식당
자랑스런 바이콜 전사들
닭한마리에 떡, 감자, 버섯, 사리국수를 넣어 푹 끓인 식사 한 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