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대한 추억
설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설빔, 새 신발, 새 음식,
세뱃돈까지 그날은 명절 이상이었다.
모처럼 실컷 먹고
주머니까지 훈훈했으니...
깍,깍,깍...
울안 감나무에서 깨금발로
“까치 까치 설날~” 노래하던
녀석은 말 그대로 길조였다.
설을 앞두고 연거푸 잠을 설쳤지만,
그럼에도 눈망울에 생기가 돌았다.
가마솥의 황톳빛 엿물은
깨를 만나 강정이 되고,
맷돌은 돌고 돌아
두부와 도토리묵을 만들어내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겨울꽃 같은 만두를 빚고,
그렇게 떡과 전, 산적 등
세찬 장만하느라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길은
눈코 뜰 새 없었다.
함박눈처럼 온 누리 하얗게
서리꽃 피던 그날
눅진하고 달콤한 조청에
말랑말랑한 떡을 찍어 먹으면
쫀득한 맛에 향기 솔솔
은근한 목 넘김
정말 꿀맛이었는데
그러나 이제는 설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날이 다가와도 가슴이 뛰지 않고
더 맛있는 것을 먹어도
그때만큼 맛있지 않다.
초가집 저녁연기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뜨끈뜨끈한 떡이
서서히 식어가며 굳어가듯,
어느새 나이테가 하나 둘 많아지면서
마음도 무디어지고 입맛도
경화되어 가는 것일까?
늘 가슴을 방망이질하던
첫사랑을 회복하듯,
다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리울 김형태 -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안치환
https://www.youtube.com/watch?v=INSBXgkq8Ng
손주들의 해 맑은 웃음소리
모처럼 집안이 활기 넘친다
일어나니 새벽 4시
어제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술이 확 깨질 않고 몽롱
술마시고 늦게 자서일까?
얼른 일기써서 톡을 보냈다
어제 일기를 한줄도 써 놓지 않아 시간이 꽤 걸린다
숙취가 남아 있어 정신까지 몽롱해 더 걸리는지 모르겠다
톡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8시가 다 되간다
집사람이 아침을 차려 놓았다
혼자서 나물 하느라 힘들었다고 푸념
내가 도와주었어야했는데 아픈 사람에게 모든 걸 맡겨 버리고 나가서 논 게 미안하다
아직도 난 내 위주의 삶을 산다
늙어가는 길
집사람과 서로 기대며 살아가야할건데...
밥을 비벼 청국장에 한술
밥맛은 아직 괜찮다
동물 챙기러 나오니
날씨가 쌩코롬해 절로 어깨가 웅크러 든다
서리꽃도 허옇게 피었다
섣달 그믐치레 하는걸까?
오늘은 우리가 집에 있어 병아리장과 닭장 문을 열어 주었다
날씨도 쾌청해 밖에 나와 놀면 괜찮겠다
병아리장에 있는 닭들이 모이를 다 먹지 않았다
내가 넘 많이 주나?
조금씩 덜 주어야할까 보다
지인들에게 설인사를 보냈다
나와 연을 맺은 한분 한분을 떠 올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지난 시간들을 회상해 봄도 하나의 즐거움이다
지인들도 안부 묻고 덕담해주니 즐거움이 배가 된다
아들네들이 동시에 도착
서로 일찍 오자고 약속했나 보다
식구들만 봐도 절로 맘이 흐믓
손주들이 모두 학교 다녀 제법들 의젓
그래 바르고 씩씩하게 잘 크렴
큰 애 얼굴이 부었다
왜 그러냐고 하니 피부과 약을 먹는데 이렇게 붓는단다
약중에서 피부과 약이 가장 독하다
장복하면 간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아이구 코로나 걸린 이후 피부 알레르기가 생겨 3년째 힘들어 하고 있다
스트레스 받거나 피곤하면 바로 나타나 버린다
빨리 좋아져야할건데...
이것저것 골고루도 사 왔다
식구들 함께 하니 맛있게 먹잔다
집사람은 며느리들과 전을 지진다
구수한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
명절 기분이 난다
구수한 냄새를 참을 수 없어 아들들과 함께 갓 지져 따끈한 전에 맥주 한잔
명절은 이런 맛이지
집사람이 봄동을 무쳐 준다기에 아래밭에 가서 봄동 몇 개를 캐 왔다
봄동저리지도 입맛을 돋게 한다
소고기 구워 점심
도릿상에 옹기종기 둘러 앉아 먹는데 모두 다 맛있다
봄동저리지와 곁들여 먹으니 더 맛있다
큰 애가 온 식구 함께 먹으니 더 맛있단다
뭐든 혼자보다 여럿이 어울려야 즐거움이 더한다
손주들도 맛있게 잘 먹었다며 수저를 놓는다
늙은 호박을 쪼개 껍질을 벗겼다
큰애가 자주 붓고 작은 애는 기침을 자주 한다니 호박을 먹는 것도 좋겠다
며느리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집에 가서 삶아 호박죽을 쓰던지 그냥 국처럼 먹어 보라고
호박은 몸의 부기를 빼는데 효과적
그래서 부을 땐 호박을 자주 먹어주는게 좋다
우리 군 북하에 사는 김다빈이가 작년에 프로기사 입단을 했다
우리 군에선 처음으로 프로기사가 나온 셈
읍내 김회장이 주동하여 작년에 김다빈 후원회를 조직해 모금했다
들어 온 후원금을 오늘 전달한다며 나에게도 꼭 참석해 달란다
그래 우리 군에서 첫 프로기사가 나왔다니 바둑 두는 사람으로서 축하해 주는 것도 좋겠다
밖에 나갔다 오겠다니
애들이 저녁 먹고 집에 가겠단다
아니 오늘 밤 집에서 자고 내일 큰 댁에 같이 가자니 큰애는 몸이 아파 안되고
작은애네는 멀고 애들이 아파 가기 어렵다고
이제는 강요할 수 없다
지들이 마음 내키지 않는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내가 나가면 늦게 들어 올 수도 있으니 미리 세배 드리겠단다
올핸 건강하고 자기 일에 충실하자고
작년엔 우리 식구들이 꽤 아팠다
특히 집사람과 나부터 더 건강을 챙겨야겠다
올 한해 우리 가족 좋은 일만 가득 했음 좋겠다고 소원해 본다
북하 문화센터에 가니 자치위원장 이장 협의회장 등 많은 분들이 나와 있다
우리 바둑 동호인에서도 6분이 참석했다
취지를 간단히 설명하고 그동안 모은 기금을 전달
프로 기사 입단이 좀 늦은 감 있지만 좋은 성적 내라며 다같이 파이팅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최소한 50위 안에 들어야 생활할 수 있다니 참으로 어려운 기사 생활이다
아직은 젊으니 좋은 성적 거두었으면 좋겠다
바둑 휴게실로
몇분이 나와 바둑을 두고 있다
이 전 조합장과 한판
나에게 석점 바둑인데 저번에 내가 일방적으로 밀렸다
흑을 아래로 가두고 중앙을 크게 부풀렸다
뛰어 든 흑돌을 몰아 붙여 잡아 버리니 투석
이 판은 가볍게 이겼다
다시 한판
변에 있는 돌을 살려내지 못해 내가 비세
충분히 타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게 타이밍이 넘 늦었다
결국 대마가 죽어 버려 투석
아이구 바둑이 엉터리다
좀더 놀려다가 피곤해 안되겠다
새해 복들 많이 받으라며 먼저 일어 섰다
명태전에 막걸리 한잔
어제도 많이 많이 마셨는데 또 들어간다
손주들은 서로 어울려 즐겁게 논다
사촌끼리 자주 모여 놀면 좋은데 겨우 명절 때나 서로 얼굴 본다
각자의 삶이 바쁘니까 별 수 없겠지
집사람이 소고기로 떡국을 쑤었다
떡국이 맛있어 후루룩
손주들도 맛있게 잘 먹는다
떡국 먹었으니 한 살 더 먹는 건가?
아들네들이 일어선다
하룻밤이라도 함께 자면 좋으련만...
각자들 하고 싶은대로 해야겠지
집사람은 이것저것 골고루 싸준다
사 온 선물도 모두 나누어 가라고
나물과 전까지도 다 싸준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게 어미 마음이겠지
집사람은 마다하지 않고 가져가는 며느리들이 더 고맙단다
항상 건강 잘 지키며 즐겁게들 지내라고
모두들 떠나고 나니 이 큰 집에 적막만 감돈다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갑다고들 하던데 우린 아쉽기만 하다
내일 아침엔 우리만 장손집으로 차례 모시러 가야겠다
손발끝 사혈
어떤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꾸준히 해봐야겠다
하루일 대충 정리하고 일찍 잠자리로
하는 일도 없었건만 하품만 자꾸 나온다
창문을 여니 공기가 싸늘하다
짙은 어둠속 사위가 고요하다
님이여!
새해 아침
갑진 새해엔 千洋雲集(천양운집)하소서
천 가지의 좋은 일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님의 주변에 머물며
몸도 건강, 사업도 번창, 가정도 평안하시기를...
설명절의 기쁨을 모두 함께 나누었으면 하고 소망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송산골에서
기용위 세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