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2024.8.11.연중 제19주일
1열왕19,4-8 에페4,30-5,2 요한6,41-51
아버지의 집을 향한 ‘귀가(歸家)의 여정’
“참 좋은 삶, 영원한 도반 주님, 이정표이자 쉼터인 미사”
“나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니,
내 입에 늘 찬양이 있으리라.
주님을 바라보아라. 기쁨이 넘치고,
너희 얼굴에는 부끄러움이 없으리라.”(시편34;2,6)
오늘 역시 자유로운 이런저런 묵상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어제 교황청 홈페이에서 이색적인 인터뷰 기사를 읽었습니다.
‘교황님 스위스 경비병에서 사제가 된(From Swiss Guard to priest)’ 34세 ‘그란디에안(Grandjean)’의
‘겸손한 섬김(Servive with humility)’에 대한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멋진 근위병 제목에서 로만 칼라를 한 제복의 대조가 참 신기했습니다.
그의 인터뷰 기사는 더욱 영적 길로 매진하기 위해 교황과 교회를 섬기기 위해 전환한 영적 전투중에
훈련된 사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역시 사람마다 주님께서 부르시는 삶의 여정은 참 다양함을 느낍니다.
직업은 바뀌었지만 ‘겸손한 섬김’이라는 믿는 이들 직업의 본질은 그대로임을 깨닫습니다.
또 하나의 놀라운 소식은 제 어릴적 추억이 가득 담긴 시골 고향집이 '구암리 카페'로 바뀌었다는
소식과 더불어 고향을 방문한 자매가 동영상을 보내줬습니다.
허전하고 쓸쓸하면서도 상전벽해로 변한 환경이 많은 묵상을 하게 했습니다.
곧 시간을 내어 고향집 카페를 방문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충남 예산 봉산에 소재한 '구암리카페' 검색하면 잘 소개되어 있습니다.
바로 제 고향집 자리입니다.
제가 태어나 서울교대에 입학하기전, 고등학교 시절까지 무려 20년 동안 저를 키워낸 보금자리 고향집이
구암리 카페가 된 것입니다.
제 고향집 구암리 카페 사방 30분 거리에는 해미성지, 솔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생가의 성지, 신리 성지,
의사 윤봉길 생가, 추사 김정희 생가, 그리고 불교 조계종 4대 총림중의 하나인, 유명한 덕숭산을 배경한
경허와 만공 대선사를 배출한 수덕사 절이 있습니다.
고향집이 카페로 변한 상황이 가톨릭교회를 몰랐던 시골 출신인 제가 수도사제로 변한
혁명적 상황과 흡사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변화된 환경에 일희일비함이 없이 아버지의 집을 향한 귀가 여정에 더욱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오늘 옛 어른의 말씀 역시 ‘귀가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들에게 귀한 깨우침이 됩니다.
“인간의 격(格)은 축적이 아닌 드러난 태도로 증명된다.”<다산>
“미인을 좋아하듯 현인을 존경하고, 힘을 다해 부모를, 신명을 다해 임금(주님)을 섬기며,
벗을 사귈 때 말에 믿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를 배운 사람이라고 인정할 것이다.”<논어>
‘임금’은 ‘주님’으로 바꿔 읽어도 잘 어울립니다.
참으로 사람답게, 하느님의 자녀답게 존엄한 품위를 지닌 격조있는 삶이 얼마나 본질적인지 깨닫습니다.
인생 광야 ‘귀가의 여정’, 괴물(怪物)이나 폐인(廢人)으로 변질됨이 없이 성인(聖人)답게 살도록
온갖 노력을 다해야 함을 배웁니다.
바로 그 참 좋은 삶의 모습을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잘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전문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광야 인생 귀가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적절한 가르침입니다.
“형제 여러분,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그러므로 사랑받는 자녀답게 하느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는 향기로운 예물과
제물로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 안에서 살아가십시오.”
사랑 안에서 하느님을 본받아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삶, 얼마나 품격있는 삶인지요!
말그대로 영적 명품(名品) 인생입니다.
우리의 귀가 여정중 평생과제입니다.
바로 우리의 노력과 더불어 평생 스승이자 주님이요 인도자이자 도반이신, 주님 은총의 도움으로 가능합니다.
오늘 제1독서 열왕기 상권은 그대로 아버지의 집을 향한 귀가의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카르멜 산에서 바알 예언자들과의 싸움에서 주님의 힘으로 대승을 거둔 엘리야가 아합의 아내,
희대의 악녀 이제벨의 보복을 피해 도주하는 장면입니다.
“내가 내일 이맘때까지 그대의 목숨과 그들의 목숨을 한가지로 만들지 못한다면,
신들이 네게 벌을 내리고 또 내릴 것이오.”
보복의 결의를 다짐하는 이제벨입니다.
바로 엘리야가 이제벨의 마수를 벗어나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기까지가 상징하는 바 광야여정입니다.
엘리야가 주님을 만나는 극적인 장면이 참 반갑고 놀랍습니다.
주님은 당신 수호천사를 통해 일하십니다.
“주님, 이것으로 충분하니 저의 목숨을 거두어 주십시오. 저는 제 조상들보다 더 나을 것이 없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절망중에 죽여달라 기도하다 싸리나무 아래에 누워 잠이 든 엘리야를 흔들어 깨우는
천사입니다.
주님은 당신의 수호천사를 통해 엘리야와 늘 동행한 평생 도반임을 깨닫습니다.
엘리야가 혼자가 아니었듯이 여러분도 혼자가 아닙니다.
수호천사를 통해 늘 동행하시는 평생 도반 주님을 잊어선 안됩니다.
“일어나 먹어라.”
엘리야가 깨어보니, 뜨겁게 달군 돌에다 구운 빵과 물 한 병이 머리맡에 놓여 있었고,
그는 먹고 마신 뒤에 다시 누워 잠이 듭니다.
바로 광야여정중의 이정표와 쉼터를 상징하는 싸리나무밑 미사잔치입니다.
그대로 광야여정중 쉼터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을 모시는, 성체성사 미사 은총을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성체와 같은 구운 빵에, 성혈과 같은 물 한병에 다시 원기를 회복해 다시 일어 난 엘리야입니다.
“일어나 먹어라. 갈 길이 멀다.”
오늘 미사를 봉헌하거나 이 강론을 읽는 모든 분들을 향한 복음 말씀입니다.
20년전 수녀원 피정지도시 식당 벽에 붙어 있던 이 말씀에 얼마나 신선한 충격에 위로를 받았던지
그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좌절하거나 의기소침해 있을 때 식사 시 반드시 이 말씀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인생여정은, 평생 영적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죽어야 끝나는 영적전쟁에 영원한 현역임을 한시도 잊어선 안됩니다.
영적 전의를 부단히 새롭게 해야 합니다.
아무리 영적 무기 좋아도 영적전의와 열정을 상실하면 영적전쟁은 끝입니다.
심기일전, 초발심의 자세로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꼭꼭 씹어 먹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바로 엘리야가 그 좋은 모범입니다.
‘엘리야는 일어나서 먹고 마셨다.
그 음식으로 힘을 얻은 그는 밤낮으로 사십일을 걸어,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다.’
그대로 광야여정중의 성체성사를 상징하는, 한폭의 살아 있는 그림처럼 참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주님이 주신 음식으로 힘을 얻어 목적지 하느님의 산 호렙에 이른 엘리야처럼, 하루하루 인생 광야에서
성체성사의 은총으로 살아가는, 귀가 여정중인 우리들입니다.
인생 광야에서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 여정중 성체성사 미사가 없다면 이 험난하고 거친 광야 여정
어떻게 살아낼 수 있을런지요!
이런 영적감각을 잃게 하는 ‘영적 세속성(spiritual worldliness)’의 위험을 참 많이도 강조하는 교황입니다.
아주 예전 은퇴후 양노원에 지도신부로 계시고 지금도 계신 87세 고령의 아빠스님 말씀도 생생합니다.
“나 휴가 못간다. 낙(樂)이라곤 미사 하나뿐인데 이 노인들 놔두고 어떻게 휴가갈 수 있나?”
바로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성체성사, 생명의 빵에 대한 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예수님 고향 사람들은 무지에 눈멀어 생명의 빵, 예수님의 정체를 알아 보지 못했지만,
하느님께 은총으로 불림 받은 우리는 생명의 빵이 얼마나 소중한지 압니다.
온힘을 다해 사랑하고 모시는 생명의 빵, 예수님입니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 온 빵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
너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 죽었다.
그러나 이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 온 살아 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나는 생명의 빵이다(I AM the bread of life), 참 은혜로운 말씀입니다.
‘나다(I AM)’는 모세에게 계시된 하느님 이름입니다.
바로 생명의 빵이신 하느님을, 예수님을 모시고, 하느님의 힘으로 영원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새삼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 이 거룩한 성체성사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생명의 결정체가 바로 생명의 빵, 예수님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아버지의 집을 향한 귀가 여정에
한결같이 충실하도록 도와주십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그분께 몸을 숨기는 사람!”(시편34;9). 아멘.
이수철 프란치스코 신부님
가톨릭사랑방 catholicsb
첫댓글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