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12국기 이야기를 잠깐 하긴 했습니다만 실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와 책은 이겁니다.^^;;;
여류 sf작가인 어슐러 르귄의 헤인시리즈죠.
예전에 타 커뮤티니에도 엄청난 광고를 했던 작품인데요(^^;;)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 아니면 잘 모르는 작품들이죠.
원래 제가 르귄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헤인 시리즈가 아닌 어스시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인 '어스시의 마법사'가 처음이었습니다.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더불어 환타지의 중흥을 알린 3대 작품으로 꼽히는 이 어스시의 마법사는 반지의 제왕과 D&D에 익숙한 환타지 세계에 익숙한 저로서는 상당히 독특하게 다가왔던 작품입니다.
여류 작가 특유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의 탓과 독특한 배경도 그 이유이지만 이름을 바탕으로 존재를 탐구하는 그런 설정과 그 묘사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스시 시리즈의 나머지 편인 '아투완의 무덤', '머나먼 바닷가' 역시 구입해서 읽어고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품이죠.(나머지 두개의 이야기는 아직 번역 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환타지 작품이 이 어스시 시리즈와 12국기, 얼음과 불의 노래입니다. 이 작품들 다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어 근데 딴소리네.^^;;)
참고로 이 작품은 어스시 시리즈 주인공인 게드의 이름을 따서 게드 전기란 애니메이션이 나온다고 하니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그래서 알게된 르귄이라는 작가의 국내 번역도서를 찾아보니 의외로 많이 번역되어있었고 원래는 sf쪽 작가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이 이분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어둠의 왼손'이죠.(실은 이건 나중에 읽어야할 작품이죠.^^;;; 이유는 있다가 설명)
보통 대하 sf시리즈 생각하면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이나 프랭크 허버트의 '듄'을 꼽는데요, 저도 그 작가들의 작품을 좋아하고 모두 소장하고 있습니다만(파운데이션은 원서도 가지고 있습니다.) 전 헤인 시리즈가 더 끌리더군요.
헤인 시리즈는 '셈레이의 목걸이'라는 단편으로 시작된 시리즈라고 합니다.(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신선구경하다가 도끼자루 썩는줄 모른다 생각하면 딱...)
현재 장편만 9편에 단편까지 합하면 수십편이 넘는 대작입니다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작품은 빼앗긴 자들-헤인 3부작(로케넌의 세계-유배행성-환영도시)-어둠의 왼손입니다.(세계를 부르는 이름 숲은 어떻게 구해서 읽어보다가 중도 포기...ㅡㅡ;;; 원서...)
보통 sf를 생각하면 외계인이 나오고 뭐 우주선이 날고 이런 생각 많이 들죠? 특히 스타워즈를 본 이상은...
근데 르귄의 헤인 시리즈는 이런 sf와는 전혀 다른 그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와 아나키스트들의 갈등, 그리고 외계인인 헤인과의 접촉들을 그린 '빼앗긴 자들'부터 페니미스트 sf소설이란 말을 듣는 르귄 최고의 작품 '어둠의 왼손'등은 sf적인 분위기보다는 몽환적이고 환타지적인 분위기를 많이 풍깁니다. 게다가 그녀 특유의 사고실험이 잔뜩 들어 있어서 읽기 꽤나 까다로운 작품입니다.
sf소설답지 않게 sf적인 아이템이나 기대할만한 임팩트한 전개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끄는 그런 작품들입니다.
처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르귄의 깔고 있는 그 바탕이 너무나 맘에 든다고 할까요?
파운데이션은 전 우주적인 장대한 서사시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류의 발전이야기입니다. 듄은 그 발전은 허무한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죠.
특히 파운데이션은 전 은하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 구성은 너무나 지구적입니다.
하지만 르귄은 동양 사상에 심취하고 도덕경을 영어로 번역까지 한 사람답게 그런 것은 허무하다는 분위기를 깊게 깔고 있습니다.
(젤 심한 건 '환영도시'입니다. 그냥 주인공이 생각하는 이야기가 몽땅 도덕경 이야기입니다.)
'셈레이의 목걸이'에서 접한 세계를 탐구하고 싶어서 왔던 로케넌이 엉뚱하게 사건에 말려들고 헤인과 테라(지구)를 중심으로 한 연맹에게 연락하려고(즉 살기 위해) 한 행동이 먼 훗날 별과 우주에 신화로 남아버리는 그런 일. 정작 본인은 연맹 사람들을 기다리다가 죽었음에도...(보통 한번 가는데 수십년입니다.^^;;)
다른 세계에서 천년 이상 고립되어 멸망해가다가 원주민과 극적인 결합을 통해 살아남은 '유배행성'의 워렐 행성계의 이야기 등 헤인 시리즈는 어떻게 보면 우주적인 신화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환영 도시'의 주인공은 자기를 기억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테라에 남아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자기의 고향인 워렐 행성계로 가게 되죠.(그 순간의 심리 묘사는 정말 맘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제국주의 국가들의 침탈에 반대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탓인지 그에 대한 비판도 여기저기 섞여있는 점도 더 마음에 들더군요.
'셈레이의 목걸이'에서 저 목걸이는 우여곡절끝에 연맹의 손에 들어가지만 그를 찾으로 온 한 원주민(청동기 문명 수준...)에게 이 목걸이는 우리가 원주민들에게 빌린 것이라면서 돌여주는 이야기는 3세계 국가들에게 약탈한 문화재를 자랑스럽게 걸어놓는 서양 박물관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유배 행성'에서 다른 문명은 절대로 침략하지 않고 단지 관찰만 한다, 그것도 그들 수준 이상의 문물(특히 무기)은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으로 천년이상 고립되어 멸망해가던 사람들이 원주민들과 극적으로 결합하여 살아남는 이야기는 그녀의 성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그 배경 역시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로 특이합니다.
무려 공전주기가 60년이라서 평생 같은 계절을 2번 보기 힘든 워랠 행성계나 '세계를 부르는 말은 숲'에서 나오는 숲밖에 보이지 않던 행성, '어둠에 왼손'에 등장하는 겨울만 있던 게센 행성계등 이런 다양한 묘사만 봐도 그 흥미를 끌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작품은 페니미스트 sf의 최고봉으로 꼽히고 그녀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어둠의 왼손'입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르귄 특유의 사고실험이 극대화되어서 처음 읽었을 때는 머리아파서 죽는 줄 알았던 작품입니다.
그러나 그 사고실험에 익숙해지면 게센 행성의 양성인에 대한 묘사와 함께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살짝 보여주면서도 이게 과연 이상향일까 하는 의문도 던진다고 할까요?
벌써 몇번 읽은지도 모르지만 읽을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고 계속 생각할 꺼리를 주는 것은 그런 독특한 실험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첫댓글 정말 책을 많이 읽으시는군요...
많이 읽었다고는 생각은 하지만 남들에게 내새울 정도까지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거 정말 재밌음.ㅜㅠ;;ㅋㅋ
르귄 정말 좋죠. 저는 바람의 열두 방향에 수록된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혁명전야>를 읽고 충격을 받아서 르귄의 작품을 찾아 읽기 시작했었죠. SF라는 마이너 장르에 대한 제 선입견을 싸그리 날려준 고마운 작가입니다.
바람의 열두 방향. 진짜 좋은 작품들이죠.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은 보고 정말 충격받았습니다. 꼭 서양과 3세계 국가간의 관계를 형상화한 듯 하더군요.
어스시 시리즈도 좋아라 하는데 얼마전 영화화된 거 퀄리티 보고 안습... 차라리 만들지 말란 말야..... ㅠ.ㅠ 지브리에서 이번에 애니화하죠? 게드전기라는 이름으로.... 기대중인데 시사회평이 좋지 않다는 얘기가 들려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