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힘든 날들은 다시 오지 않아야 해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전도서 기자의 지혜와 같이, 인류 역사는 ‘전쟁과 기아와 역병’이라는 재앙이 반복되고 이어져 왔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이 이런 문제는 우주를 운영하는 신의 섭리와 통제라고 생각하여, 이를 피하게 해달라고 초월자에게 기도하고 다양한 종류의 제의(祭儀)를 만들어왔다.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Yuval Noah Harari) 그의 저서 ‘호모 데우스’(Homo Deus, 신이 된 인간, 2015년 출간)에서 20세기까지 인류의 의제가 되었던 ‘전쟁, 기아, 역병’은 통제와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기 때문에, ‘21세기의 아젠다’는 ’인간의 불멸(immortality), 행복(happiness), 신성‘(divinity)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미래 역사를 예측했다.
그의 저서에서 놀랍도록 긴장을 초래케 하는 부분은 역병에 관한 내용인데 이러하다. ‘그러므로 심각한 전염병이 미래의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경우의 수는 단 하나, 어떤 무자비한 이념을 위해 인류 스스로 그런 병을 창조하는 경우이다. 자연발생적인 전염병 앞에서 인류가 속수무책이던 시대는 끝난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대를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우리를 지금 피폐하도록 괴롭히고 일상을 빼앗고 있는 코로나 대역병이 그의 말대로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런 힘든 날이 다시 오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오히려 자연발생적인 전염병의 시대를 진정으로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이런 어려운 시절이 오게 되면, 고향을 떠난 이스라엘인들이, 바빌론 강가에 수금을 나무에 걸어두고 예루살렘을 향하여, 슬픈 노래를 불렀듯이 스스로 위로하기 위해 사람들은 애조띤 노래를 지어 부른다. 1850년대 전후의 미국이 그러했다. 그 당시 남북전쟁 이전의 미국은 새로운 주를 편입시키는 영토확장이 시작되었고, 해외로부터 많은 이민이 급속히 유입되었다. 산업형태는 제조업과 교통산업, 건축과 서비스부문이 증가 되고 농업부문은 축소되었다. 또한, 소득분포는 지역별로 편차가 심했고 이런 현상은 남북전쟁 이전에 더욱 심했다. 그러므로 비숙련 노동자와 흑인 노예의 생활은 실업으로 피폐했다. 설상가상으로 콜레라 전염병의 창궐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이런 비참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미국의 대중가곡(American Parlor Song) 작곡가인 포스터(Stephen Foster, 1826-1864)는 1854년, ‘힘든 날은 다시 오지 않으리’(Hard Times Come Again No More)란 제목의 슬픈 노래를 지었다. 그는 우리에게 ‘오! 수잔나’, ‘금발의 제니’ 등으로 익숙해진 작곡가이다. 이 노래는 그 당시 미국과 유럽에 유행되어 부유한 자들에게 불우한 자의 곤경을 헤아려 달라는 뜻을 애처롭게 전달하고 있었다. 167년 전의 이 가요는 그동안 밥 딜런(Bob Dylan),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 등이 불렀고, 지금 들어도 편한 노랫말과 가락이다. 그가 어릴 때 흑인 교회에서 들었던 멜로디를 기억하여 기초로 삼았다고 한다. 도입부의 가사를 서투르게 옮기면 이렇게 시작한다.
‘인생의 즐거움을 잠시 멈추고 흘린 눈물들을 헤아려봐
우리 모두 가난 때문에 슬픔을 삼켜야 했을 때
우리 귓가를 떠나지 않았던 노래가 있었지
오, 힘든 날들은 다시 오지 않았으면
그건 녹초가 된 한숨의 노래이지’
슬프게도 이 가곡의 작곡자는 자기의 운명을 예언이라도 하듯 죽기 전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칩거했을 때 자주 불렀다. 그가 1864년 1월,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했을 때 병원의 간호사가 그의 가죽 지갑을 꺼내 보자, 거기에는 38센트의 돈과 구겨진 종이에는 ‘사랑하는 친구들과 너그러운 분들’ (Dear Friends and Gentle Hearts)’ 이란 글자만 씌어있었다고 한다. 그의 37세의 짧은 인생은 그렇게 끝났다. 어찌 보면 37세와 38센트의 숫자 대비가 그의 소박한 인생을 상징해주는 것 같고, 슬퍼하는 자만이 곤경 당한 자에게 연민의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으로 느껴진다.
이 땅에 전쟁과 기아와 역병이 없었던 평안의 때는 과연 얼마나 될까? 역설적이지만 그러한 곤궁과 곤경의 때에 절대자에게 가깝게 다가가는 은혜를 선물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하루하루가 불안하고 우울하고 움츠려 지지만, ‘힘든 날들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포스터의 옛 가곡을 기억하며, 그들은 어떻게 힘든 날들을 참고 버티어갔는지를 생각해보면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할 때 옛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상적 삶이라고 일컬은 미가서(4:4-5)의 말씀인, ‘각 사람이 자기 포도나무 아래와 자기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을 것이라 그들을 두려워할 자가 없으리니 이는 만군의 여호와 입이 이같이 말씀하셨음이라 만민이 각각 자기 신의 이름을 의지하여 행하되 오직 우리는 우리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의지하여 영원히 행하리로다’라는 구절을 그리워하며 묵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새해엔 우리에게 ‘힘든 날들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작은 소망으로, 그곳을 향해 한 걸음씩 순례의 길을 내디디었으면 좋겠다.
붙임 ‘힘든 날들은 다시 오지 않으리’
/스테펀 포스터
‘1.
Let us pause in life's pleasures and count its many tears,
인생의 즐거움을 잠시 멈추고 흘린 눈물들을 헤아려봐
While we all sup sorrow with the poor;
우리 모두 가난 때문에 슬픔을 삼켜야 했을 때
There's a song that will linger forever in our ears;
우리 귓가를 떠나지 않았던 노래가 있었지
Oh! Hard times come again no more.
오, 힘든 날들은 다시 오지 않았으면
'Tis the song, the sigh of the weary,
그건 녹초가 된 한숨의 노래이지
Hard Times, hard times, come again no more
힘겨웠던 시절, 고통의 세월은 다시 오지 않았으면
Many days you have lingered around my cabin door;
많은 날 당신은 내 오두막 문 주위에서 서성거렸지
Oh! Hard times come again no more.
오, 힘든 날들은 다시 오지 않으리
2.
While we seek mirth and beauty and music light and gay,
우리가 환희와 아름다움에 취해, 가볍고 들뜬 음악을 찾을 때
There are frail forms fainting at the door;
문 앞에는 허약한 사람들이 힘없이 쓰러져있었지
Though their voices are silent, their pleading looks will say
목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표정은 간절히 말하는 것 같았네
Oh! Hard times come again no more.
오, 힘든 날들은 다시 오지 않으리
3.
There's a pale drooping maiden who toils her life away,
힘겹게 살아가는 창백하게 쇠약한 소녀가 있었네
With a worn heart whose better days are o'er:
좋은 때가 모두 지나간 지쳐버린 소녀였지
Though her voice would be merry, 'tis sighing all the day,
그녀의 목소리가 즐겁게 들릴지라도 그건 온종일 한숨이었어
Oh! Hard times come again no more.
오, 힘든 날들은 다시 오지 않으리
4.
'Tis a sigh that is wafted across the troubled wave,
그건 풍파를 가로지르며 떠도는 한숨이지
'Tis a wail that is heard upon the shore
그건 바닷가에서 들리는 구슬픈 소리야
'Tis a dirge that is murmured around the lowly grave
그건 초라한 무덤 주변에서 나직이 들리는 만가(挽歌)라네
Oh! Hard times come again no more.
오, 힘든 날들은 다시 오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