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싸한 아귀찜을 먹노라면 잃었던 입맛이 언제냐 싶듯 되살아난다. 아귀찜의 고장인 경남 마산에선 말려서 갈무리한 아귀를 사용하는 데 반해 부산에선 생아귀를 재료로 쓴다. 그 때문일까. 이젠 마산 아귀찜의 명성과 맞먹는 지역명물로 자리잡은 부산 아귀찜. 그 맛을 음미하고 싶다면 부산 동구 초량동 성분도병원 주차장 옆 '통일아구찜' 집을 찾아봄직하다.
김순이(71) 할머니가 35년 전 문을 이 집에선 혀가 아리도록 매운 아귀찜을 만날 수 있다. 쫄깃한 대창과 오도독 씹히는 미더덕, 매콤한 양념장에 버무린 콩나물을 한입 가득 베어물면 입맛이 절로 난다. 거기에 '통일아구찜' 집만의 식별기호인 산초 향이 더해지면서 맛은 일품이다. 산초는 아귀의 비린내를 없애주고 담백한 맛을 내는 김 할머니만의 비결이기도 하다.
김 할머니는 10여년 전만해도 '욕쟁이 할머니'로 통했다. 결혼한 지 10년 만인 지난 67년 5남매를 남겨두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음식점을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짓궂은 손님들의 농에 마음고생하다 대응책으로 욕을 하기 시작했다고. 그래서 욕쟁이란 별명은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온 김 할머니의 상징이자 잊고 싶은 말이란다.
김 할머니가 특히 신경쓰는 재료는 아귀와 고춧가루. 매일 아침 자갈치시장을 찾아가 아가리를 열어보고 우툴두툴한 껍질을 만져보면서 선도 높은 생아귀를 고른다. 어떻게 고르느냐고 묻자 '말로 어떻게 얘기해. 딱 보면 알지.' '고춧가루는 국산을 넣어야 빛깔이나 매운 맛이 제대로 우러나.' '통일아구찜' 집 메뉴판("메뉴"가 맞음)에 적힌 음식은 아귀찜 아귀탕 아귀수육 등 3가지이다. 그러나 메뉴에 없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매운 아귀찜이 그것이다. '단골 중에 아주 매운 맛을 선호하는 경우가 있어. 이럴 땐 따로 마련해 둔 매운 고춧가루를 몇 숟가락 넣어서 화끈한 아귀찜을 줘.'
주변에 침례병원 등 큰 건물이 떠나고 손님도 예전같지 않다는 김 할머니는 주차장이 없어 손님들에게 항상 미안하단다. 051-467-3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