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선짬뽕과도 같은 5월의 연휴였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로부터 시작된 황금연휴였지만 행주내동 자경지밭에서의
돌 고르는 소리는 휴식보다 값진 달콤한 보람을 선물하였다.
작년 한해 야심차게 시작한 고구마와 서리태농사였지만 전 대파 임차인의
요소 과다시비로 처녀농사는 보기좋게 '실패'라는 이름을 낳았다.
두 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땅심을 길러야 할 면적과 개선된 땅을
분리하여 고구마와 메주콩, 호박, 수박을 덧붙이고 부드러운 땅 한편으론
고추와 가지, 삼채를 심기로 하였다.
끊어질 듯한 허리였지만 토요일 아들의 면회를 생각하며 아비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위병초소 30여분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2명의 호위병과 함께 나타난 아들!
쫘악 벌어진 어깨와 건강미 넘치는 썬텐으로 제 아비를 안는 65Kg 아들의
품이 참으로 넓고 듬직하였다.
키마저 금세 170Cm로 자라있지 않을까 했지만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랬던가?
한꺼번에 지나친 욕심은 다쳐..,
늠름하게 경례를 붙이는 녀석이 입대전 비실이 아들였는지?
삼겹살 1인분도 채 해치우지 못했던 녀석이 등심을 마다하고 삼겹살 4인분을
게눈 감추듯 드시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뿌듯한 웃음이 5월 2일
연천 하늘을 날고 날았다.
아쉬움 속에서 다시 경례를 붙이는 녀석이지만 6월 예정된 정기휴가를
고대하며 아들은 제 아비의 가는 뒷모습을 그렇게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한탄강 줄기 끝에서 헤어짐이 아쉬워 찰칵~)
5월 셋째주에나 서로 호흡하려 했는데 느닷없이 호박 고구마순을 공수해준다는
강화 농군으로부터의 긴급 타전이 접수되었다.
따뜻한 일기와 서너차례 흡족했던 봄비로 인하여 또 작년보다 10여일 정도
영농일자가 앞당겨졌다하니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어가는 한반도의 하늘이
하마 수상타~
꿀맛같은 모처럼만의 휴식을 즐기는 직원들에게 차마 연락할 수 없었다.
장화와 일복으로 중무장하고 애둘러 작물을 심기 위한 채비에 만전을 기하였다.
우천을 대비하여 두둑 사이에 안심고랑을 파고 요소질비료가 과다한 땅에는
시험삼아 수박을 미리 심어 놓았다.
해가 기울수록 허리통증도 함께 기울어가지만 지는 석양이 저리도 예쁠까?
(비록, 몇 안되는 수박이지만 잘만 큰다면 향후 호박을 대체할 명품 상품일터~)
휴일 후 병원근무에 맞춰 결국 병상 위에 눕고 말았다.
찢어질 듯한 통증으로 가늘게 휘어가는 요놈의 허리를 무엇에 쓸꼬?
수술 후 오류케이스가 일백에 하나라더니 그 덤탱이를 새주가 짊어지고 있었다.
허기야 삼재(三災)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린 얄궂은 2014년이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율로 다가서는 짜릿함을 신음으로 만끽하였더니 주사쟁이
왈(曰)~
"오늘은 제대로 놓은 듯 합니다. 금세 좋아질 거예요!"
엎지러진 물을 이렇게 저렇게 주어 담고 싶지 않아 애써 "감사합니다"로
억지미소를 지은 체 병원을 나섰다.
유아의 허물을 이미 벗어 던진 딸래미에게 '어린이날'은 그리 특별해 보이진
않지만 그들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따로 있는 모냥?
다음주에 있을 제주 수학여행을 준비한답시고 한창 지지배배인 녀석들은 줄줄이
홍대 쓰나미지역으로 달린다.
점심밥도 홍대에서 유명한 '닛뽄 라멩'을 먹는데나..,
나사 하나가 빠진듯한 허리를 부여메고 구파발 산책로를 왕복하였다.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손에 손에 솜사탕과 풍선을 꿰찬 아이들은 인근 체육센터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만끽한 듯 해맑은 웃음이 바짝 물 오른 마당의 청상추를 닮았다.
보름달로 일요일밤을 빛내던 온달이 손톱만큼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선명한
별무리와 어울리어 어린이가 미래의 희망이며 꿈이라 강조하는 듯하였다.
입하(立夏)!
시절은 어느새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서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며
지난 곡우에 준비한 못자리와 갖은 농삿일을 서둘러 준비하고 마무리하라
말한다.
아침 미팅을 마치기가 무섭게 상암동 두레우가로 달린다.
장외 홍보를 위한 현수막 광고로부터 좀 더 다양한 신규고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특별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입하날에 계획한 고구마순을 심기 위하여
행주내동 밭으로 달린다.
새로운 유형에서 3개월간의 훈련생으로 자청한 동료도 일찌감치 자경지에
도착하고 구매팀장과 형준군의 팔 다리는 이미 밭두렁 위에서 왔다 가기를
반복한다.
이웃 시설하우스에 설치된 관정을 사용하고자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동" 마려운
아이마냥 주인장의 눈치를 살피는데 조급함을 알아차린 시설하우스 농업인,
흔쾌히 수도관을 내어 주시니 은혜가 어버이날 카아네이션이라!
이런저런 수고 끝에 5시가 다 되어서야 고구마순 식재가 완료되었다.
점심마저 건너뛴 장수들이 참으로 용맹스럽지만 그들의 참 보람을 어떻게
영글어 줄 수 있을까?
꼬르륵거리는 배를 의식하여 자경지에 인접한 메밀국시집에서 그제서야
입하날 몸과 마음의 힘겨움을 살며시 내려 놓았다.
햇마늘 판매와 매실진액담그기 행사를 진행하기 위하여 기획안을 작성하고
퇴근을 서두른다.
여전히 허리통증이 만만치 않음이다.
5월의 하늘을 시작하며 물레방아 쳇바퀴 돌듯 분명히 무언가가 돌긴 돌았는데
벌써 6일 입하(立夏),
100세 시대라 자랑하여도 쾌속선처럼 빠른 이 시간을 두고 어느 뉘가
마음 편히 다릴 뻗을까?
조석(朝夕)과 한낮으로 큰 기온차를 의식하며 북한산 족두리봉을 우러르는데
촌음일지라도 내리쬐는 양지(陽地)의 감사함을 몸으로 표현하는 마당가
청상추와 토마토, 부추, 서리태새싹, 쌈채, 피망, 고추, 더덕군들과 그들의
파수꾼으로 갑옷을 입은 대봉시, 불루베리, 사과나무가 잔뜩 물을 머금은체
제 몸매들을 자랑하고 섰다.
그날 그날의 예복습과 미진한 학습을 위하여 미적분에 휩쌓여 있을 딸래미를
어여삐 여겨 일찌감치 '아빵표 매운탕'을 준비한다.
관자와 명란, 꽃게 한마리를 어우르고 덤으로 시원한 무와 쑥갓, 두부까지
얹었으니 입하날 흘린 땀이 금세 치유될 듯하다.
(딸래미가 가장 좋아하는 매운탕인데 생선이 안보이넹^^)
5월은 울퉁불퉁 향기를 그으며 잘도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