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0. 24. 16:26
23일, 1박2일 지리산 산행을 마무리한 삼신봉.
22일 거림계곡을 올라 세석평전 대피소에서 1박 후 23일 이른 아침부터 거의 한낮을 걸어 도달한 곳이다.
그러니까 세석에서 신선봉-청학동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남부능선을 걸은 셈인데,
힘들고 어려웠지만 청량하면서도 장쾌한 산행이었다.
또 한편으로 말하자면 지리산 남부의 내면에 감춰진 아기자기한 야성을 맛볼 수 있는 지리산 속살산행이었다.
세석에서 삼신봉까지의 8km에 이르는 등로는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때로는 약간 거친 야성의 모습으로,
또 때로는 푸근하고 감싸주는 어미의 품 같은 모성을 느끼게 하면서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이런 양면의 모습이 때로는 길을 잃어버리는 등 산행을 어렵게하는 측면을 갖게하기도 한다.
이 코스에서는 그래서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은 듯한 거의 전인미답 같은 산길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 일행이 7시간에 걸쳐 이 구간을 오르내리는 동안 딱 한 명의 등산객을 만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는 말하자면 세석에서 삼신봉까지의 이 등산구간이 결코 얕보아서는 안 될 만만찮은 등로라는 걸 드러내주는 것이다.
이 사람은 “아이고, 힘들다…”는 말을 남기고 우리들 앞을 바람처럼 휙! 지나갔다.
삼신봉에서 만난 그 사람은 50대 후반 나이였다.
그러니 70대 초반인 우리들은 어땠겠는가. 진력을 다한 산행이었다는 얘기다.
그런 산길을 걸어 걸어 오른 삼신봉은 지리산의 확 트인 전망대였다.
노고단에서 반야봉으로 올라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조망되는 곳이 바로 삼신봉이어서 우리들은 좀 오래도록 여기에 머물렀다.
하늘 머얼리 구름아래 천왕봉이 웅장한 그 자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전날 22일 거림계곡을 거슬러 세석평전까지 올라 온 산행은 말하자면 지리산 남부능선 산행의 전주곡같은 것이었다.
그런 만큼 거림계곡의 가을 단풍을 만끽하는 소풍같은 산행이었던 것인데,
쉬엄쉬엄 아기자기하면서 얘기 꽃들을 피우며 올라왔던 산행이었다. 그렇다고 산행길이 쉬웠던 건 아니다.
거림에서 세석평전까지 6km는 만만찮은 거리다.
특히 ‘남해전망대’서부터 이어지는 얼마 간의 길은 경사가 심해 힘이 무척 든다.
그렇지만, 세석평전에는 우리들이 하루 밤을 보낼 대피소가 있기에 보금자리를 향한 길이라는 점에서
심정적으로 산행길의 부담이 가벼웠다.
세석으로 올라오는 과정에 조그만 사고도 있었다. 이병만 회장이 넘어 굴러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인데,
천만다행으로 다치지는 않아 우리들은 하나의 ‘액땜’으로 여겼던 일이다. 만일 그 사고로 부상을 입었다면,
이번 지리산 산행이 잘 마무리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석대피소에서 우리들은 맛나고 즐거운 하룻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여러 면에서 고교후배인 김 이사의 노고가 컸다. 저녁 만찬장에서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한 건 삼천포 전어 회다.
남해에서 온 전수현 친구가 삼천포에서 전어 회를 사갖고 온 것이다.
그 전어를 원지에서 냉동상태를 유지해가며 짊어지고 온 성진 친구의 노고도 컸다.
그 전어 회로 우리들은 말 그대로 연모구어, 더 구체적으로 ‘지리산 연목구어’를 한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