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3. 경남.
댕기는 국어사전에서 ' 길게 땋은 머리 끝에 드리는 장식용 헝겊이나 끈'을 말하는데 이 녀석은 뒷머리에 헝겊이나 끈은 없지만, 비오리아 비슷하게 마치 댕기처럼 보이는 깃털이 뒷머리에 있습니다. 그래서 날개가 하얀 흰죽지 중에서 머리에 댕기가 있다고 이름이 댕기흰죽지인가 봅니다. 암수 모두 머리 뒤쪽에 댕기 모양의 깃털이 발달했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녀석 중에 검은머리흰죽지는 댕기 모양이 없어서 구별할 수 있습니다.(다만... 댕기흰죽지가 물속에 잠수했다가 나오면 물에 젖은 댕기가 뒤통수에 붙어서 댕기가 없는 것처럼 찍힐 때도 있어서 가끔 헷갈리기도 한답니다. ㅋㅋㅋ)
부산에서는 한두 마리, 많아 봤자 열 마리 이내의 댕기흰죽지만 봤는데 이번에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대박'을 외치며 백여 장 넘게 찍었답니다. 사진 고르는 것도 힘든 거라는 걸 고속셔터로 새 찍어 본 사람은 알 겁니다.
위 사진의 맨 앞에 방금 잠수한 녀석의 꽁무니가 보이네요. 이 녀석들은 잠수해서 물속 동물을 잡아먹기도 하고 물풀(수초)를 뜯어 먹기도 합니다. 검은색과 흰색이 선명하게 대비되는 녀석이 수컷, 갈색이 도는 녀석이 암컷입니다. 물속에서 나온 지 조금 된 녀석들은 뒷머리의 댕기가 삐죽 보이고 그렇지 않은 개체들에서는 안 보이기도 하네요.
바로 위쪽 사진에서 암수 구별이 금방 되죠? 선명한 흰색 날개가 수컷, 희끗한 갈색 날개가 암컷입니다. 앞뒤로 암컷, 가운데에 수컷이 있는 형국이네요.
어라, 바로 위 사진에서 오른쪽 맨 위에 있는 녀석은 가창오리 암수인데 너희들이 거기 있었냐? 기척이라도 하지, 그랬으면 더 잘 찍어 줬을 텐데 아쉬워라.
바로 위 사진 왼쪽 아래에는 자그만 쇠오리 한 마리와 덩치 큰 청둥오리가 보이고 저 뒤로 수십 마리의 댕기흰죽지 무리가 보입니다.
오후 4시가 되어가는 시점에 폭발적으로 목욕하는 개체가 늘어나더군요. 자러 가기 전에 씻고(또는 털고?) 가는 거겠죠?
바로 위쪽 사진 보면서 대중목욕탕에서 본 할배들 생각이 나서 픽 웃었답니다. 따뜻한 욕조에 몸 담그는 할배의 90% 이상은 꼭 한마디를 뱉습니다.
'아, 시원하다.'
근데 사실은 할배들은 뜨거울 정도로 욕조물의 온도를 높여놓고 들어오거든요. ㅋㅋㅋ (당신들은 시원하...신지 몰라도 얼라들은 그 욕탕에 몸 담그고 있기가 심히 난감하죠.)
바로 위 사진의 위쪽에서 줄지어 헤엄치는 건 댕기흰죽지 암컷들이고 중간에는 쇠오리 수컷 한 마리, 맨 앞쪽 물속에 머리 박고 있는 녀석은 흰뺨검둥오리입니다. 바로 아래 사진에는 쇠오리 수컷 두 마리가 마치 댕기흰죽지인 척 섞여 있네요.
바로 위 사진에서 댕기흰죽지 뒤로 비오리 수컷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몇 마리인지 세어 보고 싶지 않나요? ㅋㅋㅋ
앗, 날았다. 준비도 안 했는데... 그래도 일단 찍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