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생각] 2006년 3월 10일 금요일(자) 사순 제1주간 금요일

[빈배]

시편 25(24),17-18 참조
주님, 저를 고난에서 빼내 주소서. 저의 비참과 고생을 보시고 저의 죄악을 모두 없이하소서.

주님, 신자들이 파스카 축제를 정성껏 준비하게 하시고, 모두 엄숙히 시작한 육신의 극기로 영혼의 참된 쇄신을 이루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하느님께서는 죄악에서 돌아서면 그는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라고 거듭 말씀하십니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살인은 물론 형제들을 ‘바보’나 ‘멍청이’로 취급하는 일조차 엄금하십니다. 또한 싸운 형제들과 화해하기를 권하십니다(복음).

<내가 정말 기뻐하는 것이 악인의 죽음이겠느냐? 악인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버리고 돌아서서 사는 것이 아니겠느냐?>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18,21-28
주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21 “악인도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를 버리고 돌아서서, 나의 모든 규정을 준수하고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 22 그가 저지른 모든 죄악은 더 이상 기억되지 않고, 자기가 실천한 정의 때문에 살 것이다. 23 내가 정말 기뻐하는 것이 악인의 죽음이겠느냐? 주 하느님의 말이다. 악인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버리고 돌아서서 사는 것이 아니겠느냐?
24 그러나 의인이 자기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서 불의를 저지르고, 악인이 저지르는 온갖 역겨운 짓을 따라 하면, 살 수 있겠느냐? 그가 실천한 모든 정의는 기억되지 않은 채, 자기가 저지른 배신과 자기가 지은 죄 때문에 죽을 것이다.
25 그런데 너희는, ‘주님의 길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집안아, 들어 보아라. 내 길이 공평하지 않다는 말이냐? 오히려 너희의 길이 공평하지 않은 것 아니냐? 26 의인이 자기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서 불의를 저지르면, 그것 때문에 죽을 것이다.
자기가 저지른 불의 때문에 죽는 것이다. 27 그러나 악인이라도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버리고 돌아서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그는 자기 목숨을 살릴 것이다. 28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악을 생각하고 그 죄악에서 돌아서면, 그는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시편 130(129),1-2.3-4.5와 6ㄴ-7ㄱ.7ㄴ-8(◎ 3)
◎ 주님, 주님께서 죄악을 살피신다면, 주님, 누가 감당할 수 있으리이까?
○ 주님, 깊은 곳에서 주님께 부르짖나이다. 주님, 제 소리를 들으소서. 제가 애원하는 소리에 주님의 귀를 기울이소서. ◎
○ 주님, 주님께서 죄악을 살피신다면, 주님, 누가 감당할 수 있으리이까? 그러나 주님께는 용서가 있으니 사람들이 주님을 경외하리이다. ◎
○ 나 주님께 바라노라. 내 영혼이 주님께 바라며 그분 말씀에 희망을 두노라. 파수꾼들이 아침을 기다리기보다 내 영혼이 주님을 더 기다리노라. 이스라엘아, 주님을 고대하여라. ◎
○ 주님께는 자애가 있고 풍요로운 구원이 있으니. 바로 주님께서 이스라엘을 그 모든 죄악에서 구원하시리라. ◎

에제 18,31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 주 하느님의 말이다. 너희가 지은 모든 죄악을 떨쳐 버리고,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어라.
◎ 말씀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먼저 형제를 찾아가 화해하여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5,20-2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0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21 ‘살인해서는 안 된다. 살인한 자는 재판에 넘겨진다.’고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22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23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24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25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도중에 얼른 타협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고소한 자가 너를 재판관에게 넘기고 재판관은 너를 형리에게 넘겨, 네가 감옥에 갇힐 것이다.
26 내가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네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주님, 저희가 주님과 화해하고, 영원한 구원을 얻도록 크신 자비로 제정하신 이 제사를 받아들이소서. 우리 주…….

에제 33,11
주 하느님의 말이다. 내 생명을 걸고 말한다. 나는 악인의 죽음을 바라지 않고, 오히려 회개하여 살기를 바라노라.

‘마지막 5분을 웃는 자가 승리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 살았다가도 잘못하는 것보다 평소의 잘못을 고치고 잘 살아가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탕자의 이야기가 그 한 가지 사례일 것입니다. 더욱 좋은 일은 물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잘 사는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가 그 모범입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메시지를 듣는 순간부터 승천하는 날까지 하느님께 가득히 입은 은총을 잃어버리지 않고 끝까지 간직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그분을 ‘은총이 가득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성모님처럼 우리가 그 은총을 온전히 간직하지는 못할망정 탕자의 모범을 따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주님, 성체를 받아 모신 저희가 새롭게 되어, 옛 죄를 깨끗이 씻고 구원의 신비 속에 들게 하소서. 우리 주…….

강론 : 서울대교구 잠실7동 이기양 신부

<사순 제1주간 금요일> 회개는 은총을, 화해는 평화를 줍니다


제 1독서 : 에제 18,21-28 (내가 정말 기뻐하는 것이 악인의 죽음이겠느냐? 악인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버리고 돌아서서 사는 것이 아니겠느냐?)
복 음 : 마태 5,20-26 (먼저 형제를 찾아가 화해하여라.)


며칠 전 신문에 30대 후반의 한 남자가 초등학생 때 대전의 어느 도로 공사 현장에서 호기심 반 욕심 반으로 펜치 하나를 훔쳐갔다가 25년이 지나서 죄를 용서받고 싶다는 편지와 함께 3만원을 놓고 갔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보았습니다. 외국에서 살다가 여러 해 만에 귀국을 했다는 이 남자는 조국이 정직한 사회로 변모하기를 염원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부끄러운 삶을 살았던 것 같다며 훔친 펜치를 돌려드리는 것처럼 자신의 양심도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편지에 적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을 속일 수 있고 또 법을 속일 수는 있어도 하느님과 양심을 속일 수는 없는 법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참된 제사의 의미와 새로운 율법을 선포하시는데 그 핵심에 ‘회개’와 ‘화해’가 있습니다.
ꡒꡐ살인해서는 안 된다. 살인한 자는 재판에 넘겨진다.ꡑ고 옛 사람들에게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ꡐ바보ꡑ라고 하는 자는 최고의회에 넘겨지고, ꡐ멍청이ꡑ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ꡓ(마태5,21-24)
예수님은 ꡒ살인하지 말라.ꡓ는 율법이 형제에게 성을 내거나 욕을 하는 행위, 더 나아가 미친놈이라고 비난하는 것까지 해당된다는 것을 말씀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성을 내거나 욕을 하는 것이 간접 살인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사람들은 별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이웃을 욕하고 비난했다가 잘못을 뉘우치고는 고해성사를 청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볼 것이 있습니다. 교회법에는 독성죄(瀆聖罪)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聖)스러운 것, 거룩한 것을 모독하는 죄인 독성죄에는 사람에 관한 것과 건물이나 물건에 관한 것이 있습니다. 하느님께 봉헌된 사람인 성직자나 수도자에 대한 개인적인 비난이나 위해 등이 전자에 속하고, 거룩한 성당에서 해서는 안될 일을 하거나 의식적으로 성물을 파손하는 행위가 후자에 속합니다. 세상에는 국가 원수 모독죄라는 것이 있지요. 성당에서도 일반 사람에 대한 비난이나 욕이 고해성사 감이려니와 이 독성죄는 죄 중에서도 큰 죄에 해당됩니다.
교회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본당 신부나 수녀를 욕하고 비난하며 함부로 행동합니다. 이는 반드시 고백성사를 보아야 하는 독성죄에 해당되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들은 하느님을 만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람을 욕하고 복음적인 사목을 방해하면서 어떻게 하느님을 만날 수가 있겠습니까? 일반인들에게 오고 가는 비난이나 모함보다도 훨씬 부정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본당에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모습들이 다른 본당에는 더러 속출한다고 하니 같은 그리스도인의 입장에서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죄를 지으면 유대인들은 자신이 지은 죄를 사함 받기 위해서 양이나 염소, 비둘기나 곡물 등을 하느님께 속죄의 제물로 바쳤습니다. 참회의 제물을 바침으로써 하느님께 죄를 용서받는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물론 제물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참된 회개와 그 죄에 대한 진실한 고백이 있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남의 물건을 훔친 죄를 사함 받고자 성전을 찾아와 예물을 드린다고 했을 때 도둑질한 물건을 되돌려주지 않았다면 그는 용서받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이웃과 다툼을 벌인 사람이 하느님께 죄를 용서 청하며 속죄의 제물을 드리러 왔는데 화해할 생각이 전혀 없고 미움으로 가득 차 있다면 그것도 역시 무의미한 일입니다.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제물을 드리기에 앞서 먼저 형제끼리 화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화해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우리 각자의 개인적인 행실의 중요함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ꡒ의인이 자기 정의를 버리고 돌아서서 불의를 저지르면, 그것 때문에 죽을 것이다. 자기가 저지를 불의 때문에 죽는 것이다. 그러나 악인이라도 자기가 저지른 죄악을 버리고 돌아서서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면, 그는 자기 목숨을 살릴 것이다.ꡓ(에제18,26-27)
진실한 회개와 삶의 올바른 변화만이 하느님께로부터 생명을 얻는다는 말씀입니다. 또한 바로 이것이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진정한 예배인 것입니다.
하느님께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는 먼저 화해의 장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미워하는 마음과 보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가득 찬 상태에서는 하느님께 죄를 용서 청할 수도 없을뿐더러 용서를 받을 수도 없는 것이지요.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며 내가 먼저 화해를 청하고, 내가 먼저 용서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요.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은 오그라진 마음입니다. 중국의 달마 대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마음, 마음, 마음이여, 참으로 알 수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으니.＂
그렇습니다. 이것이 우리의 마음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이 되도록 항구하게 기도하며 주님께 도움을 청해야 할 것입니다.

사순 시기를 우리는 회개의 시기요 은총의 시기라고 이야기합니다. 회개하는 사람만이 은총을 체험할 수 있고, 화해하는 사람만이 평화를 체험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순절의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회개할 것을 요청합니다. 주님의 은총을 받는 길이 바로 그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원하든지 원하지 않든지 한계 있는 사람들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오늘 예수님께서 제단 위의 제물보다는 이웃과의 화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듯이 회개가 빠를수록 은총 또한 풍부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앞에서 말한 신문 기사에 나온 사람은 펜치를 되돌려 놓는데 25년이 걸렸지만 세상에는 죽을 때까지 회개할 일을 가슴에 담고 가는 사람도 있고, 더 빨리 또 다른 방법으로 새로운 계기를 만드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회개는 용기이고 결단입니다.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많은 문제들 앞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회개할 수 있고 또 상대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결과는 하느님께 맡겨드린다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얻게 될 것입니다.

회개와 은총을 더욱 피부 깊이 체험할 수 있는 이 사순 시기에 하느님께서는 제물보다도 우리가 드리는 참된 회개와 이웃 간의 화해를 즐겨 받으신다는 것을 체험하는 복된 시간을 갖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웃사랑]

회개는 용기이며 결단입니다...... 회개하는 사람만이 은총을 체험할 수 있고, 화해하는 사람만이 평화를 체험할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