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자․창작 연대 미상의 판소리계 고전소설.
활자본, 방각본, 필사본, 구활자본 등이 두루 전한다. <흥부전>은 판소리 <흥부가>의 사설을 차용하여 기록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일반 서민, 광대, 양반 등의 작가군을 상정할 수 있다. 이런 흥부전의 형성시기는 18세기로 추정되며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충청, 전라, 경상도 어름에 흥부와 놀부가 살았는데 놀부는 욕심이 많아 유산을 독차지하고 흥부를 내쫓았다. 쫓겨난 흥부는 가난을 견디지 못해 놀부의 집으로 쌀을 구하러 갔다가 매맞고 돌아온다. 품팔이를 해도 먹고 살 길이 없어 매품팔이를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어느 해 제비 새끼가 땅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흥부가 불쌍히 여겨 다리를 매어 주자 이듬해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준다. 그 박씨를 심은 흥부는 박 속에서 금은보화가 나와 부자가 된다. 놀부가 이 소식을 듣고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린 뒤 매어 날려 보내자 이듬해 제비가 박씨를 물어다 준다. 그러나 놀부네 박 속에서는 몹쓸 것이 나와 놀부는 망한다. 흥부가 놀부에게 재물을 나눠주자 놀부도 착한 사람이 되어 형제가 화목하게 산다. <흥부전>의 근원설화는 불전설화, 모방담, 선악형제담, 동물보은담 등이 거론되었지만, 어느 하나의 발전 형태라기보다는 설화의 복합에 형성되었을 것이다. 특히, 창본 중에서 신재효본은 흥부 내외가 자살소동을 벌이는 부분과 도승이 명당을 점지하여 그곳에 집을 짓는 부분 등 독창적인 면이 있다. 흥부전의 이본은 경판본을 제외하고 대부분 판소리적인 서두로 시작돼 흥부전이 판소리 사설의 정착 과정에서 생성되었음을 말해준다. 흥부전은 서민 사회의 양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서민계층의 삶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흥부와 놀부가 빈농과 부농으로 계층이 나뉘어진 것은 계층의 경제적 분화를 뜻한다. 결국 흥부와 놀부는 농민층 분해의 양극을 형상화한 것이며 흥부에게는 몰락양반의 역사적 현실이, 놀부에게는 천민의 신분상승이 반영된 것이다. 이것은 경제적 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생긴 갈등이 주문제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흥부전은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한 작품으로 인과응보라는 권선징악의 주제와 사상을 지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중세 해체기의 역사적 변동상황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있고 거기에 흥부전의 주제가 있다. 이런 흥부전은 우리 문학사상 빈부의 갈등과 그 극복을 제기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작가와 작품 세계흥부전은 작가·연대 미상의 고대 한글본 도덕소설로서, 홍보전, 놀부전, 연(燕)의 각(脚) 이라고도 한다. 몽골의 동화인 「박 타는 처녀」를 소재로 하고, 형제간의 윤리를 짓밟고 선량한 아우를 내쫓는 간악한 형을 해학적으로 풍자하고 있다.
<줄거리>충청·전라·경상 삼도가 만나는 어름에 사는 연 생원이 아들 형제를 두었는데 형은 놀부요 동생은 흥부다. 한 어머니 소생이건만 흥부는 착하고 효행이 지극한데, 놀부는 불효에다 마음 쓰는 것도 괴상했다. 보통 사람과 달리 오장육부에 심술보가 하나 더 있는 듯했다.
욕 잘하고, 거드름 빼고, 싸움 잘하고, 불난 데 부채질하기, 우는 아기 똥 먹이기, 빚값으로 계집 뺏기, 패는 곡식 이삭 빼기,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 목욕하는 데 흙 뿌리기, 이 앓는 놈 뺨치기 따위를 즐길 정도로 놀부의 흉악함은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부모가 물려준 재산도 독차지하고 아우 흥부를 구박하나 흥부의 어진 마음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놀부는 제사도 제물 없이 돈을 놓고 지내면서, "이번 제사에도 황초값 닷 푼이 온데간데없구나." 하는 식이다. 그런 천하에 몹쓸 놈이 결국 아우를 내쫓는다. "형제란 어려서는 같이 살아도 처자를 갖춘 다음엔 따로 사는 것이 떳떳한 법이다."흥부는 하는 수 없이 아내와 어린것들을 이끌고 대문을 나섰다.
산언덕 밑에 수숫대로 얼기설기 집을 지으니, 다리를 뻗으면 발목이 벽 밖으로 나가고 팔을 뻗으면 손목이 나간다. 가지고 나간 양식이 한 톨도 없으니 살아갈 계책이 막연하다. 아이들은 배고파 아우성이다. 흥부는 놀부를 찾아가 무엇이든 조금만 달라고 했다.
"이 염치없는 놈아. 하늘이 내지 않은 자는 벼슬에 못 오르고 땅이 내지 않은 자는 이름 없는 인간이다. 너는 어찌하여 타고나지도 않은 복을 나에게 달라고 보채느냐?"놀부는 화를 내며 도끼 자루로 흥부를 때린 뒤 "다시는 내 눈앞에 뵈지 마라." 했다.
흥부는 온몸에 피멍이 들었다. 그러나 형수를 보고 가려고 엉금엉금 부엌으로 갔다. 놀부 아내는 마침 밥을 푸고 있었다. 밥냄새를 맡으니 흥부의 오장이 뒤집혔다."에고 형수님, 밥 한 술만 떠주오. 이 동생을 살려주오."그러나 이년 또한 몹쓸 년이었다. "남녀가 유별한데 어디를 들어오노?"밥 푸던 주걱으로 마른 뺨을 때린다. 흥부는 정신 아찔하여 손으로 뺨을 어른다. 그런데 밥알이 볼때기에 붙어 있자 얼른 입으로 쓸어 넣는다."형수님 이쪽 뺨도 쳐주시오. 밥 좀 많이 붙은 주걱으로요."그러자 이 몹쓸 년은 주걱이 아닌 부지깽이로 때린다. 흥부 통곡하며 돌아온다.
흥부 아내, 주린 배를 움켜쥐고 흥부 오기만 기다리는데 흥부가 비틀비틀 걸어오니 반겨 마중 나간다. "큰댁에 가더니 술에 취했구려. 무엇을 얻었소? 쌀이거든 밥짓고 돈이거든……."흥부는 형의 행패를 바로 말하지 못한다."형님 집에 갔더니 주안상이 나오고 더운 점심밥이 나왔소. 상을 물리니 돈과 쌀을 주셨소. 그런데 큰 고개를 넘어오다 도둑을 만나 다 빼앗기고 빈손이오."
얼굴을 보니 부었고 성한 곳이 없다. 흥부 아내 기가 막혀 땅에 주저앉는다."슬퍼 마오. 가난 구제는 나라에서도 못하는 법. 형님인들 어찌하시겠소?"다음날부터 함께 나가 품을 판다. 이 집 저 집 궂은 일 마다 않고 하지만 살기는 막연하다.
흥부는 나랏곡식을 한 섬 얻어볼까 하여 읍내 관청을 찾았다. 이방이 다른 소리를 한다."연 생원은 더러 매를 맞아 보았소? 나랏곡식 생각 말고 매를 맞으시오. 고을 김부자를 어느 놈이 고소했는데 대신 가서 매맞으면 그 간으로 돈 삼십 냥을 줄 거요. 어떻소?"이방은 돈 닷 냥을 선금으로 주고, 영문으로 보내는 보고장을 흥부에게 준다."어서 가시오. 내 편지를 영문 사령에게 주면 매도 가볍게 칠 거요. 김부자가 뒤로 감영 관리에게 백 냥쯤 보탤 테니 큰 염려 말고 어서 가시오."흥부는 좋아서 넙죽 절까지 한다. "이방님, 다녀오리다."
흥부 아내는 매 품팔이가 웬 말이냐고 펄쩍 뛴다."남의 죄를 어찌 알고 대신이라니 웬 말이오? 살인죄를 범했는지 강도죄를 범했는지 어찌 알고 그런 일을 하시오? 굶은 몸에 곤장 맞으면 쓰러질 것이니, 어서 가서 거절하오.""높은 곳에 앉아보지도 못할 볼기짝, 감영에 가서 삼십 대만 맞으면 돈 삼십 냥 생기니 열 냥으로 고기 사고, 열 냥으로 쌀 팔고, 열 냥으로는 소 한 마리 사면 그 아니 경사요?"그래도 아내가 한사코 말리는지라 흥부는 속으로 가기로 하고 겉으론 얼버무린다."그럼 아니 가리다. 저 건너 김 동지네 가서 짚이나 한 단 얻어 가지고 오리다."
흥부가 감영에 도착하니 도사령이 알아보고 아래 사령에게 이른다. "김부자 대신이니 매를 쳐도 가볍게 치게. 편지와 돈 백 냥이 왔다네."그때 청령 소리가 나더니 영이 내렸다. "살인죄를 범한 자 외에는 모두 석방하라."그 바람에 흥부도 그냥 풀려나니 낙심 천만이다. "나는 매를 맞아야만 되오. 그저 가면 낭패요.""허허 연생원, 매 안 맞았다고 돈을 안 주거든 다시 오시오. 우리가 받도록 해줄 테니."
흥부 아내는 남편이 감영에 갔음을 알고 뒤뜰에 정화수 올려놓고 빈다. 흥부가 몸 성히 들어서니 여간 반가워하지 않는다. 흥부는 마누라의 좋아하는 거동을 어이없이 바라본다. 김부자 조카가 찾아와서 묻는다. "주린 사람이 그 매를 맞고 어떻게 돌아왔나?"흥부는 바른 대로 말한다. "그것도 복이라고 사면되어 못 맞았다네.""무사히 와서 돈을 못 받았구려. 내 지닌 돈 칠팔 냥 있으니 쌀 말이나 팔아먹소."흥부는 그 돈으로 며칠은 살았으나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세월이 흘러 춘삼월 되니 흥부는 수숫대로 지은 집이나마 입춘(立春)을 써 붙였다. 삼월 삼일이니 강남의 제비 나타나 흥부 집에 집을 짓는다. 흥부는 제비에게 충고한다. "수숫대로 지은 집에 네 집 지었다가 장마철에 무너지면 낭패 아니랴? 금수일망정 내 말 듣고 좋은 집 찾아가 집 짓고 새끼 치려무나."제비는 그러나, 흥부 집에 집짓고 새끼 낳아 길렀다. 그런데 하루 큰 구렁이 한 놈이 달려들어 제비새끼를 잡아먹었다. "흉악한 짐승아, 고량 진미 많은데 하필이면 죄없는 제비 새끼를 먹느냐."흥부가 칼을 들어 구렁이를 치니 제비 새끼 한 마리가 허공으로 뚝 떨어져 피를 흘린다. 흥부는 부러진 다리를 조기 껍질로 찬찬 감고 당사 실로 동여매 주었다.
제비는 살아나 날아다니게 되니 소상강 기러기는 왔노라, 강남 제비는 가노라 하직하는 때다. 이 제비 수천 리를 날아 제비 왕께 입시 하여 아뢴다. "신의 부모가 조선국 흥부 집에 깃들였는데 큰 구렁이의 화를 입었습니다. 다리가 부러져 죽을 것을 흥부가 구해주었습니다.""흥부는 과연 어진 사람이구나. 보은함은 군자의 도리이니, 그 은혜를 어찌 아니 갚으랴? 내가 박씨 하나를 줄 테니 경은 가지고 나가 은혜를 갚도록 하라."
이듬해 봄 제비는 흥부 집을 찾아갔다. 기웃 기웃 넘노니 흥부 아내가 보고 반긴다."여보, 작년에 왔던 제비가 입에 무엇을 물고 와 넘놀고 있네요."제비는 그들 앞에 박씨를 떨어뜨린다. 흥부가 집어보니 한가운데 '보은박(報恩瓢)' 석 자가 선명하다. 동편 울타리 밑에 심으니 쑥쑥 자라 주렁주렁 박이 열린다.
추석날 아침이었다. 영근 박이나 한 통 따서 속을 지져 주린 배를 채우자며 톱으로 켰다. 양주가 마주 앉아 밀거니 당기거니 톱질하여 타놓으니 오색 채운이 서리며 청의 동자 한 쌍이 나온다. 왼손에 병을 들고 오른손엔 보물 가득한 쟁반을 받쳐들었다. "이것을 값으로 따지면 억만 냥이 넘습니다. 팔아서 쓰십시오" 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흥부는 다른 박을 또 톱질했다. 두 번째는 온갖 세간붙이가 나왔다. 또 한 통을 타니 순금 궤가 나왔고, 다른 한 통에서는 일등 목수와 각종 곡식이 나왔다. 목수들은 우선 명당을 가려 터를 잡고 집을 지었다. 사내종, 계집종, 아이종이 드나들며 온갖 것을 여기저기 쌓고 법석이니 흥부 내외는 좋아 춤을 추며 돌아다녔다.
마지막 박을 켜니 꽃 같은 미인이 나와 큰절을 한다. "저는 월중의 선녀입니다. 강남국 제비 왕이 그대 부실이 되라 하시기에 왔습니다." 이리하여 흥부는 좋은 집에서 처첩을 거느리고 향락으로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소문을 들은 놀부는 한걸음에 건너와 닥치는 대로 살림살이를 부수며 바른 대로 자초지종을 고하라 다그친다. 흥부가 앞뒷일을 자세히 말하자 이번엔 집 구경을 시켜달라고 조른다. 구경하는 중에 월궁 선녀가 나타나니 놀부는 그 계집을 자기 달라고 하였다. 흥부가 거절하자 그러면 화초장을 달라고 한다. 흥부는 화초장을 내주었다.
화초장을 본 놀부 부인의 눈은 휘둥그래졌다. 흥부가 부자 된 연유까지 알게 되자, "그럼 우리도 다리 부러진 제비 하나 만납시다" 하고 동지섣달부터 제비를 기다린다. 그 뜻을 하늘에서 알았는지 봄이 되자 제비 한 쌍이 놀부 집에 집을 지었다. 그러나 알을 낳으니 수시로 집어내 만지작거려 모두 곯게 만들었다. 천행으로 한 개가 새끼를 까니 이제 놀부는 뱀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구렁이가 나타날 기미가 없자 놀부는 제 손으로 제비새끼 발목을 분지른 뒤 흥부처럼 조개껍질로 발목을 싸주었다. 과연 이듬해 춘삼월 제비는 박씨를 하나 가져왔다. 그런데 '보수박(報讐瓢)'이라 쓰인 박씨였다. 놀부는 그것을 처마 밑에 심었다.
박이 주렁주렁 열렸다. 놀부는 큰 박 하나를 따기로 했다. 계집과 켜려는데 박이 쇠같이 딱딱하므로 힘깨나 쓰는 장정을 불러 후히 사례하며 박을 켜게 하였다. 박 속에서 글 읽는 소리가 나더니 관 쓴 양반, 도포 입은 도련님이 꾸역꾸역 나왔다. 그들은 놀부를 결박하여 달아매고 참나무 절굿공이로 짓찜을 하면서 삼천 냥을 앗아갔다.
또 한 통을 타니 이번엔 노승이 나오고 뒤따라 상좌중이 나왔다."네 집을 위하여 사십구 일 정성을 드렸으니 돈 오천 냥을 바쳐라."더 이상 패가망신하지 말고 그만 켜자는 놀부 계집의 말을 어기고 또 켜니 이번엔 상여 한 채가 나오고 뒤따라 각양각색의 병신 상제들이 나왔다."이놈 놀부야, 소 잡고 잘 차려라. 돈 만 냥만 내놓아라."
"다른 통에도 보물은 아니 들었소?" 놀부가 물으니 상두꾼이 대답한다 "어느 통에 들었는지는 모르나 생금(生金) 한 통이 들기는 들었소."그럼 그렇겠지 하고 새 박을 켜니 팔도 무당이 나와 놀부 가슴팍과 배때기를 후려친다. "네 집을 위하여 굿을 했으니 오천 냥을 바쳐라. 거역하면 네 머리가 온전치 못하리라."
"될 테면 되고 망할 테면 망해라. 남은 박을 또 타리라."다음 박에선 수천 명 초라니탈이 나와 오도방정을 떤다. "이놈 놀부야, 돈이 중하냐 목숨이 중하냐?""사람 생기고 돈이 났는데 어찌 돈이 더 중하겠습니까?""그러면 돈 오천 냥만 시각 내로 바쳐라."놀부는 또 돈 오천 냥을 내주었다. 그리고 또 보물은 없겠는가 초라니에게 물었다. "어느 통인지 분명 생금이 들었으니 다 타보려무나."
다음 박에서는 수백 명 사당 걸사가 나와 북을 두드리며 저희끼리 야단스럽게 놀더니 놀부에게 달려든다. "옳지! 이놈 이제야 만났구나! 목숨 보전하려면 전답 문서 다 바쳐라."놀부는 눈이 뒤집히고 오장이 나오는 듯하였다. 문서 뭉치 다 내주고 또 다음 박을 타니 활패들이 밀거니 뛰거니 뛰쳐나왔다. "저놈을 사정 두지 말고 세게 쳐라!"
놀부는 애걸복걸 빌어댄다. "살려주오. 무엇이든 바칠 테니 남은 목숨만 살려주오!"돌아가며 한번씩 생주리를 틀더니, 그제야 한 놈이 분부한다."우리가 금강산 구경을 가려는데 노잣돈이 떨어졌으니, 돈 오천 냥을 바쳐라."
허욕을 버리지 못한 놀부는 다시 동산으로 올라가 박 한 통을 또 따왔다."이번 박은 빛이 희고 좋으니 응당 보화가 들었을 것이오. 정성을 들여봅시다!"하고 켜다가 궁금하여 귀를 기울이니 속에서 우레 같은 소리가 진동한다."나는 연(燕)나라 사람 장비다. 네가 만일 박을 아니 켜면 무사하지 못하리라."
박이 쪼개지고 장비가 나와 추상같이 꾸짖는다. "네가 세상에 태어나 부모께 불효요, 형제에게 불목하고 친척과는 불화 하니 죄악이 네 털을 빼어 세어도 당치 못할 것이다."그리고 덜미를 잡아 공기 놀리듯 하니, 놀부 울면서 애걸 복걸한다
동산에는 아직 박 두 통이 남았다. 한 통을 따와 톱질한다. "슬근슬근 톱질이야, 이 박에선 금은보화 사태같이 나오너라. 흥부같이 살아보리라."놀부 계집 곁에 서 있다 한마디 던진다. "보화는 나오되 흥부 아주버니같이 첩만은 나오지 마소서."
이번에는 박 속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드디어 수가 터질 박이렷다!"그러나 그 박에서는 아무 것도 안 나왔다. 다만 허연 속이 먹음직하여 계집을 시켜 끓이게 하였다. 한 사발씩 먹고 나니 놀부, 배가 봉곳하여 게트림하며 계집에게 말한다.그런데 국을 먹은 사람은 모두 말끝마다 '당동 당동' 한다. 온 식구가 다 그렇다.
"부자 되려고 박 심었다가 재산 다 없애고 고생하고 매맞고, 끝판에 와서는 온 집안 사람이 당동 소리로 병신이 되었으니 이런 분하고 원통한 일이 어디 있는가, 당동."놀부는 낫을 들고 동산에 올라가 마지막 남은 박 한 통을 따왔다. 크기는 인경 만하고 무게는 천 근이나 될 것 같았다. 놀부는 마지막까지 허욕을 버리지 못한다. 톱질하며 박 속을 기웃거리니 싯누런 것이 가득하다. "오냐, 이제야 보물이구나!"놀부 아내는 코를 킁킁거리더니 "누런 것이 금인가 싶소만 구린내는 웬일이오.""박이 무르익으면 구린내가 나는 것을 모른단 말인가? 어서 타세."
박이 쪼개지자 똥줄기가 쏟아져 나와 삽시간에 놀부 집 안팎채를 덮고 이웃 양반집까지 사정없이 덮친다. 놀부 양주는 똥벼락을 맞고 온몸이 황금덩이가 되어 달아났다. 놀부는 발을 동동 구른다. 양반들은 놀부를 잡아 앞에 꿇어앉혔다."네 이놈, 저 똥을 해지기 전에 다 쳐내지 못하면 죽을 줄 알아라!"
놀부는 거름장수를 불러 삯전 후히 주고 똥을 쳐낸 다음에야 겨우 풀려났다.놀부 내외 갈 곳 없어 통곡하는데, 건넛마을 흥부가 형이 망했다는 말을 듣고 급히 와서 놀부 양주와 조카들을 데리고 제 집으로 간다. 흥부는 형님 내외를 안방에 거처케 한 다음 의식을 후히 대접하며 위로하고, 한편으로 좋은 터를 잡아 집을 지어주되 제 집과 같게 하고, 세간이며 의복 음식을 또한 똑같게 하여 놀부 내외를 살게 하여주었다.
그제야 놀부는 흥부의 어진 덕에 감동하여 잘못을 뉘우치게 되었다.흥부 내외는 부귀 다남하고 장수하였는데 자손도 모두 사람됨이 빼어나 대대로 풍족했다.
출처 : 네이버 - 용어사전
|
첫댓글 흥부전이 당시의 경제적 상황을 반영하는 작품이었군요ㅎ
창본인 신재효본에 흥부내외가 자살소동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는 게 재밌네요 ㅎ
'그제야 놀부는 흥부의 어진 덕에 감동하여 잘못을 뉘우치게 되었다.흥부 내외는 부귀 다남하고 장수하였는데 자손도 모두 사람됨이 빼어나 대대로 풍족했다.' 어찌됐든 전 해피엔딩이 좋네요.^^
잘 읽고 갑니다~^^
'흥부와 놀부가 빈농과 부농으로 계층이 나뉘어진 것은 계층의 경제적 분화를 뜻한다.'그저 부자인 형과 가난한 동생의 가족 스토리가 아닌 사회 현실을 반영한 것이네요. 좋은 자료 잘 읽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흥부와 놀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