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모신 맞벌이 부부
- 주간노인보호소 시설은 양호, 가격은 저렴
노인분들이 홀로 복지관에서 운영하는「노인대학」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족들과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장·단기 보호소나 병원에 맡기기 꺼림직한 사람들을 위한 좋은 시설이 주변에 있다.
각 구 마다 위치한「주간노인보호소」는 맞벌이 부부가 직장에 있는 오전 9시부터 6시께 까지 노인들을 대신 맡아 준다. 이곳은 60세 이상의 심신 허약 노인들을 위해 물리 치료, 한방 강의, 단학 체조, 발지압 등을 비롯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또 종이 접기나 인지 활동, 비디오 상영이 이루어지기도 하며 깨끗하게 잘 갖춰진 샤워실에서 자원 봉사자의 도움으로 목욕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서른 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방에는 노인들이 편안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TV와 안락한 소파들도 마련되어 있다.
몇 년째 치매를 앓고 있던 김모(84) 할머니는 집 근처「강서 주간노인보호소」를 다니고 난 후부터 눈에 띄게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 아들 내외는 낮시간 동안 직장을 다녀야 했기 때문에 할머니의 병 간호에 신경을 많이 쓸 수 없어 고민하다가 이곳 저곳을 알아본 후 결국「주간노인보호소」를 찾았다. 할머니는 노인주간보호소를 한달 정도 다닌 후에 받은 진찰에서 의사로부터도 놀랄만큼 상태가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담당 신희원(여·28) 사회복지사는『집에서 무료하게 하루를 보내는 노인들은 대개 심리적인 불안감이나 고립감을 갖기 쉽고, 혼자 점심을 챙겨먹는 일이 많아 영양이 부실해기 쉽다』면서 방에서는 간호사가 건강관리를 돕고, 따뜻한 점심도 대접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더구나 다른 노인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늘어 노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광진구 자양 3동에 있는「광진 주간노인보호소」도 30 여명의 노인들을 낮시간 동안에 돌보고 있다. 하루 4,000원을 지불하면 전담복지사와 간호사의 보호를 받을 수 있고,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잘 짜여져 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의 후원을 받고 있어 시설도 좋은 편이다. 98년 9월에 생긴 이래 인근 노인들의 인기가 높다. 배모(79)씨와 김모(75)씨는『맞벌이를 하는 자녀들에 누가 될까봐 나오고 있다』고 했다. 어머니를 주간보호소에 6개월째 맡겨놓은 배재민(33·광진구 구의3동·자영업)씨는『낮동안에 직장일로 어머니를 돌볼 사람이 없어 맡겼는데 처음 며칠은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해 안타까웠다』며『그러나 차츰 익숙해진 이후는 오히려 어머니께서 더 가고싶어 하고 초기 치매 증세도 더 나빠지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이 노인방의 비용도 월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고, 직장을 포기하지 않고도 부모님을 모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남부노인종합복지관은「노인주간보호소」를 노인들의 건강상태에 따라 심신허약, 중풍, 치매 노인 등으로 나눠 따로 보살피고 있다. 노인종합복지관에 딸린 노인 주간보호소는 대체로 규모도 크고 시설도 좋은 편이다.
현재 우리 나라의 노인 복지시설은 다양하지 못하고 복지시설을 기피하기도 한다. 한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1998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65세 노인 320만 명 중 0.3%만이 노인복지시설에서 보호 받고 있다고 한다. 또 주간노인보호소는 92년에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독거 노인과 생활보호대상자 노인들을 우선적으로 돕고, 맞벌이 부부의 부담을 덜기 위해 생겨났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인주간보호소를 운영하는 노인들과 자녀들 모두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예산의 한계로 시설을 확장하거나 노인들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전문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얘기했다. 또 처음에는 낮시간 동안에 맡기기를 원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단기보호소, 장기보호소를 차례로 찾는 경우도 있다고 걱정하면서 결국「노인 주간보호소」에 부모님을 맡길 때도 노인들과 낮시간 동안에 지내기 힘드니까 맡긴다는 생각은 갖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노인문제연구소 이미애(李美愛) 박사는『현재 우리 나라 노인 주간보호소는 노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특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미국의 데이케어(Day Care) 처럼 경제 형편에 따라, 또는 노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요양시설과 방법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인문제연구소 박재간 소장도『우리나라처럼 복지예산이 적은데「노인방」에 한달 평균 지원되는 돈이 일인당
60~70만원에 달한다』며『치매 노인뿐 아니라 중산층 가정의 노인방에
대한 수효가 늘 것에 대비 서구나 일본에서 처럼 가족이나 이웃에게
지원금을 주고 보살피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960년에 전체 인구대비 2.9% 뿐이었으나, 올해는 7%를 넘어「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2020년에는 14% 에 이르러「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들의 건강상태 뿐 아니라 가정형편의 차이도 커져 그들이 각각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가 달라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국가 지원을 늘리는 것과 중산층 이상의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11/26/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