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제활용 분리 수거 날에 보면 멀쩡한 살림살이 들이 널여있다. 왜들 그리 버리기만 하는지?! 하긴 요즘 살림살이 들만 그런가?! 그렇게 예쁘다고 난리들을 치다가 길가에 그냥 반려견들을 버린다는데.. 더 나아가서는 남편 아내와도 꺼떡하면 이혼이고..
307. 낡은 냄비가 좋은 것처럼..
우연히 오래된 순두부를 냉장고에서 발견하고는 다행히 상하지를 않아서 찌개를 하려고 냄비를 찾아 꺼냈더니 정말 몰골이 말이 아니다. 다 찌그러지고 색도 변했고 한 쪽 손잡이는 아예 떨어져 나갔고.. 그런데 난 왜 이런 찌그러지고 낡은 색바랜 누런 양은 냄비를 안 버리고 아직도 쓰는 건지?! 누가 볼까 창피 할 정도다. 후후!
얼마 전만 해도 살림살이에 재미를 부쳐서, 시간만 나면 멋지고 특색이 있는 그릇장도 사러 다니고 그릇들도 각 나라 별로 좋다는 제품을 찾아 수집을 하고 그랬었다. 그래서 아직도 집에 좋은 그릇들이 수두룩한데.. 주전자, 찻잔, 냄비들도 그렇고.. 심지어는 포장을 아직도 안 풀은 것들도 있고..
그런데 웃기는 건 그런 좋은 그릇들 보다는 늘 써 왔던 오래 된 낡은 그릇, 냄비들이 더 좋다는 거다. 단지 익숙한 것이라서 그런 건 물론 아니고 아무튼 딱히 뭐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마 굳이 한 마디로 하자면, 정이 많이 들어서.. 그리고 그 낡은 것들이 이상하리만치 무작정 그저 좋다는 거다. 하긴 내 것이니까. 마치 소설 어린 왕자의 내별의 내 장미라서.. 후후!
며칠 전 우연히 본 무슨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 나가서 바람을 피운 다는 것에 대해 의견들이 많았던, 그래서 댓글들이 유난히 많았던, 글이 기억이 난다. 실은 뭐 그 바람을 피운다는 게 옳고 그르고의 의견들보다는 그저 흥미롭다는 반응이 주 된 거였지만.. 심지어는 세월이 가 서로에게 무관심 해져서 여자 남자를 바꾸어 뽀뽀를 한다는 스와핑에 대한 말들도 나왔고.. 그런 걸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낡은 냄비가 마냥 정이가는 것처럼 사람도 늙어 몸이 다 망가져도 그래도 무작정 그냥 내 배우자를 좋아 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뭐 더 이상 긴말 안해도 다 알겠지만, 정든 내 편(내 사람)이니까?! 말이다.
글. 고사리
첫댓글 ㅎㅎ 구관이 명관이긴 하나
양은보다 안전한 스테인리스로 바꾸시옵소서 ㅎㅎ
그럴까요?! 이참에 싹 바꾸어 볼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