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무리 하면서
이미나
주간보호센터에 파견되어 일을 한 지도 시간이 좀 되었다. 남을 가르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늘 긴장하고,따라서 준비하고 연습하여 수업에 임하곤 했다. 오늘 수업은 오랜 피로도 풀고,또 뜻한 바가 있어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마지막 자리가 되어 아쉬움이 앞선다. 수업이 길지 않다고 부담이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한 과목 수업을 위해 미리 집에서 3시간 정도는 연습해야만 했다.
우선은 수업에 들어가서는 밝고 경쾌한 목소리로 내 애칭을 소개하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어르신들” “저는 어르신들의 뭉친 근육을 쭉쭉 펴드리고 어르신들의 인지능력을 쭉쭉 늘려 드리는 쭉쭉 이입니다”
“어르신들 제 이름이 뭐라고요?” 하면 어르신들도 “쭉쭉 이여 ” “쭉쭉 이”하고 대답하신다.
“어르신들 제 이름처럼 몸을 쭉쭉 펴볼까요” ,하고 온몸이 스트레치 되게 목을 돌려주고 좌우로 손을 털어주며 기지개를 켜주며 수업을 시작하는 것이다. 수업 도입 부분에 뻣뻣해진 몸을 풀어준 다음 치매 예방과 두뇌 운동 효과를 줄 수 있는 손 운동을 해본다.
우선은 손가락 끝을 부딪쳐주고 이 부분들은 얼굴 부분에 해당하며 시력 개선과 비염 예방에 좋다는 것을 강조한다. 둘째는 손을 달걀이 들어갈 만큼 오므려 주며 두드린다. 이 동작은 중풍과 치매 예방에 좋다는 것을 알려 드린다. 세 번째는 주먹끼리 손뼉을 쳐준다. 이 동작은 어깨통증과 만성두통에 좋다는 것은 인지 시켜드린다. 네 번째 손바닥 옆 (손날 )박수는 변비, 혈액순환에 좋다는 것을 알려드리며 2~3번씩 반복을 해본다, 각각의 박수의 효과를 강조하며 박수하는 것에 동기 유발이 효과적일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어르신들께 반복된 동작 학습과 손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며 두뇌 운동에 좋다는 것을 각인시켜 드린다.
오늘의 치매 예방 박수는 해물 뇌인지 박수이다. 머리가 세모인 오징어를 표현하기 위해 양손을 비스듬하게 붙여주며 오징어 오징어 하며 구호를 외치고 납작한 쥐포를 손바닥으로 눌러주는 흉내를 내주며 쥐포 쥐포 하며 외쳐본다. 다음에는 주먹을 쥐고 검지와 중지를 접었다 폈다 하며 새우의 수염을 나타내주고 옆으로 주먹을 쥐고 검지와 중지를 쥐었다 폈다 하면서 꽃게를 표현해 준다.
어르신들이 충분히 뇌 운동이 되었다고 생각되면 분위기를 전환해본다.
“어르신들 이제 노래를 틀면서 신나게 몸을 흔들어 볼까요”
“오늘 어르신들과 함께 춤출 곡은 임과 함께입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 이렇게 시작하는 곡인데 한 번 들어보시면서 춤춰봐요” 나는 오른쪽 손을 들고 온몸을 트위스트 추듯이 흔들어보았다. 그리고 다시 왼쪽 손을 들고 흔들어보면서 어르신들의 신명을 돋웠다. 특히나 가사 중 멋쟁이 빌딩이 으스대고 유행 따라 사는 것도 제멋이지만 반딧불 초가집도 임과 함께라면 나는 좋다는 작사가의 말은 절창이다. 어르신들도 이 말에 절대적으로 공감하듯 계속 얼쑤 좋다 하고 흥에 겨워하신다.
박수를 통해 인지능력이 향상되고 건강 체조를 통해 흥이 올라오고 체력 증진이 되었다 싶으면 내 본래 과목인 전래. 회상(전래동화) 이야기를 들려 드릴 준비를 한다. 영상을 준비하고 어르신들이 이야기 속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는 동화 속의 인물이 되어 있는 것이다.
오늘 동화 제목은 도깨비가 준 보물이다, 이 이야기는 스무 살이 넘도록 엽전도 제대로 셀 줄 모르며 오이와 호박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총각 이야기인데 총각의 부모는 총각의 자립심을 키워주고 세상 물정을 알게 하기 위하여 집을 내보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하지만, 이 총각이 도깨비를 만나면서 도깨비가 준 보자기, 말을 선물로 받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보자기는 손뼉을 치면 쌀이 쏟아져 나오고 말은 궁둥이를 치면 금화가 쏟아져 나오는데 이 보자기와 말을 주막집 주모가 꾀를 부려 빼앗게 된다. 그렇지만 권선징악의 결말처럼 마지막으로 도깨비가 준 요술 방망이도 빼앗으려 하자 요술 방망이가 못된 주막집 주모가 흠씬 때려 줌으로써 그간 가져간 보자기와 말을 되찾고 부모님 앞에 금은보화와 쌀을 가지고 와 기쁘게 해 드리는 모습은 속이 시원한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이야기를 마치면서 “어르신들 가지고 싶으신 것이 무엇 있으세요” “저는 금은보화도 좋지만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그러자 어르신들도 “맞아 나도 건강이 최고라고 생각해” 하고 공감을 해 주신다. 또한 어리숙한 총각의 보자기와 말을 빼앗으려 했던 주모의 결말이 누가 봐도 잘되었다고 많은 어르신이 응수해 주시기도 하였다.
나는 시간이 약간 남는 것 같아 보자기로 보자기 춤을 추고 한 많은 대동강이라는 노래를 함께 불렀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순서가 되었다.
“어르신들 제가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쉽지만,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 제가 없더라도 치매 예방을 위해 건강 박수도 열심히 하시고 건강 체조도 많이 하시고 재미있는 전래동화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시고 건강하세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하고 고개 숙여 인사를 드렸다.
어르신들도 많이 아쉬워하셨다. “ 선생님 나중에라도 기회 되면 또 와”하시며 인사를 하셨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미련도 있었지만, 홀가분한 마음이 더 앞섰다.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아이들 공부와 살림, 글쓰기 등에 신경을 쓰지 못해 힘들었다. 남들은 이 일을 그만두고 바로 또 어떤 일을 할 거냐고 하는데 당분간이 될지 오랜 기간이 될지 집에 남아 있고 싶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나는 돈을 벌면서 삶의 균형이 깨진 듯하였다. 요즈음 직장을 나가지 않으니 느긋해지고 원하는 글도 마음껏 쓰고 아이들 공부도 신경 써서 가르쳐 주고 너무나 행복하다. 모처럼 만에 느끼는 이 여유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