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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고수 출현
담비는 어릴 때부터 몸놀림이 재빨랐다. 신체의 유연성 柔軟性을 선천적 先天的으로 타고난 것이다.
고목 古木 상단 上端의 팔목만 한 가느다란 가지 위에도 곧잘 올라가, 산새알을 꺼내 오기도 하고, 겨울철에는 나무 꼭대기 부분에 자생하는 겨우살이를 채취해 오기도 하였다.
경사도가 수직에 가까운 아주 좁은 바위틈도 비집고 올라가 더덕이나 산도라지, 하수오 何首烏 등 귀한 약초를 캐오기도 하며, 겁이 없고 몸 쓰임새가 날렵하니 별명이 ‘담비’다
그처럼 몸이 유연하니 같이 무술을 배워도 다른 사람들보다 실력이 빨리 늘었다.
그러니 묵시적 黙示的으로 주장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그 주장과 새로이 등장한 고수 간의 대결이 펼쳐질 상황이다.
담비가 기마자세를 취한다.
상대는 왼무릎을 앞으로 굽혀 내밀며 두 손은 상하로 몸에 붙인다.
담비의 왼발이 상대의 옆구리를 겨냥해 올려 차기로 선제공격을 가한다.
상대는 몸을 왼쪽으로 비틀어 피하더니, 그 탄력을 이용하여 몸을 빙글 돌리며 돌려차기를 시도한다.
수비와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아주 날렵하면서도 부드럽다.
서너 차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상대가 담비의 허리를 향해 왼 다리로 재차 돌려차기 공격을 한다.
돌려차기는 그냥 단순 발길질하는 것과 비교하면, 신체를 돌리는 원심력 遠心力이 작용하여 가격 시에는 그 위력이 배가된다.
즉, 가속도와 체중이 발길질에 집중되니 파괴력도 증가 되는 것이다.
그 사나운 위력을 맞받아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에 담비가 뒤로 두걸음 물러나 어렵게 피하였다.
그러자 상대는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더니 그대로 돌려차기를 시도한다.
붉은 참나리 꽃잎에 앉았던 호랑나비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날갯짓처럼 화려한 동작이다.
큰 나비들은 꽃을 발견하더라도 곧바로 일직선으로 꽃잎에 내려앉지 않는다.
꽃 주변을 두어 바퀴 선회하며 주위에 위험 요소가 없음을 확인한 후, 꽃송이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그래서 무술 초식 명이 호접회비각 胡蝶廻飛脚이다.
나비가 공중을 선회하듯이 허공을 날면서 돌려차는 발길질이다.
두 팔은 나비의 날개 짓처럼 허공을 부드럽게 휘저으며, 양다리가 번 갈아가며 상대를 향하여 돌려차는 고차원적인 공격 기술이다.
허공에 몸을 띄운 상태에서 공중 돌려차기한다는 것, 그 자체가 대단한 고수의 무예 실력이다.
주위에서 관전하던 관중들이 피아 彼我 관계를 떠나 모두 입을 벌리고 "야~"하며 탄성을 지른다.
호접회비각의 위력도 엄청나지만, 먼저 그 화려한 기술과 고난도 무예를 매끄럽게 구사하는 우아한 자태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구경하는 관전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러나 공격당하는 당사자인 담비는 정신이 없다.
상대의 화려한 호접회비각술을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가까스로 겨우 피하며, 내려오는 상대방의 가슴을 향해 왼발로 올려 찬다.
그런데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자세에서 다급하게 발길질을 시도하다 보니, 허점이 노출되어 버린다.
상대방은 지면에 착지하는 동시에 오른쪽으로 돌면서 왼발로 허점을 보인 담비의 허벅지를 걷어차 버린다.
화려한 호접회비각술에 연이어 재빠른 상대의 돌려차기 기술에 담비는 허벅지를 맞고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자 상대는 곧바로 오른발로 쓰러진 담비의 옆구리를 가격한다.
위험을 감지한 담비는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체면 불구하고 두 번을 더 굴려, 상대의 발길질을 가까스로 피하였으나 몸이 강변의 큰 바위 사이 하단 下端에 끼어 더 이상 움직이기가 곤란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바위 틈에 끼여 운신 運身하기 어려운 담비를 보더니 상대방은 더 이상 공격을 가하지 않고 자기 무리를 보고는,
“오늘은 이만 가자” 하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그런데 상대방 고수의 말소리가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다.
그러고 보니 싸울 때의 몸놀림도 부드러운 것이 담비보다 훨씬 더 유연하였다.
야간이라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몸매도 여자처럼 날렵해 보였다.
오늘은 참패다.
달포 전 처음 대결할 때는 상당히 열세였으나, 박지형의 무술 지도로 보름 전부터는 우세를 잡았고, 날이 갈수록 점자 유리한 결투를 펼쳤는데, 오늘은 패하였다.
물론, 상대방은 고수 한 명이 더 추가되었지만, 결론은 패배다.
문제는 새로 출현한 자가 엄청난 무술의 고수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여자로 보여지는데...
담비는 물론, 일행 모두 자존심이 상한다.
다음날 담비의 마차에 죽간 하나가 날아왔다.
죽간에는 ‘來日子正訪問’ ‘내일 자정 방문’이라 적혀있다.
죽간 아래에는 ‘淸河門’ ‘청하문’이라 표기되어 있다.
정식 대결 통고서다.
하루 이틀 방문한 것도 아니고, 거의 매일 오다시피한 자들이 새삼스럽게 ‘방문 통고문’을 보내온 것이다.
그 의도는 시간적인 여유를 주니 고수가 있으면 대동하라는 뜻이다.
사로국 무리들의 무예가 날로 발전하니 그 뒤에는 분명히 뛰어난 고수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통지문을 보낸 것이다.
그런데, 도둑 무리의 명호 名號가 ‘청하문’이라니 도둑들이 사용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맑고 우아한 명칭이다.
그런데 담비 일행은 지금 명칭이 문제가 아니다.
문파 호칭이야 ‘흑룡방’이던 ‘맹호파’던 간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문제는 실력이 상대방 고수와 비교해 많이 뒤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죽간을 박지형에게 보여주고
“다음 날 야간에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실은 박지형이 천부장과 동행하는 것은 천부장의 자녀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로국에서 온 담비 일행을 천부장에게 돌봐 달라고 박달거세가 부탁하자, 이전부터 박지형의 무술 솜씨를 눈여겨보았던, 걸걸추로 乞乞秋露 천부장이 본인의 아들과 딸의 무술 사부로 박지형을 초빙 招聘한 것이었다.
볼모를 책임지는 을지담열 소왕도 대찬성이다.
이동 중에는 가장 안전한 직책으로 여겼다.
그렇게 이주하는 도중에도 천부장의 자녀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담비 일행의 요구로 낮에는 틈틈이 사로국 형들을 가르치고, 아침, 저녁으로는 걸걸 천 부장의 자녀를 지도하게 되었다.
그러니 박지형도 이주가 시작된 후, 석 달 동안 사실 피곤한 상태였다.
그래도 박지형은 웃으며 승낙하였다.
담비 정도의 무예 실력자를 7, 8 초식에 제압하는 고수라, 더구나 그 고수가 젊은 여자라고 하니, 오히려 호기심이 동하였다.
과연,
자정 무렵이 되자 청하문파의 무리, 여섯 명이 등장하였다.
보름달 아래 나타난 6인의 도둑들.
도둑 무리의 두목은 새로 나타난 박지형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한참 동안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고수 분께서 친히 납시었네요”
자신들의 의도대로 상대방의 고수가 나타난 걸로 예상하고 인사말을 던진다.
그런데 도둑 무리의 두목이 하는 말투가 어떠한 실망감을 안고 있었다.
자신이 기대하고 있었던 인물이 아니란 걸 확인하고는 허탈해하는 듯한 어투다.
박지형이 답한다.
“그쪽이 청하 문주 되시는 분으로 보이는데 고수, 하수를 떠나 힘들게 함께 이주하는 같은 이웃 간이고 동고동락하는 동료들인데, 그 동료의 물품을 탐내어 훔치고 또, 싸우고 그러면 되겠습니까?”
“그쪽의 물품량이 많아 이동하기에 힘들어 보이기에 내 아우들이 수고로움을 좀 덜어 준 거 같은데, 그걸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면 안 되지요”
대답이 상당히 삐닥하다.
새로이 나타난 고수가 자신이 기대하였던 사람이 아니라서, 내심 內心 실망한 감정이 여과되지 않은 그대로 바깥으로 외표 外表된 것이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민들레는 부아가 치밀었다.
“요망한 것, 도둑 주제에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아”하더니,
그대로 몸을 날려 이단 옆차기로 청하문주를 공격하였다.
그러나 민들레의 돌발적인 공격을 받은 청하문주는 당황하지 않고, 좌로 슬쩍 피하면서 착지하는 민들레의 어깨를 오른손으로 밀어버렸다.
공격이 무위로 끝나 착지하던 민들레는 중심을 잡을 틈도 없이 청하문주의 공격을 받고, 옆으로 다섯 걸음이나 비틀거리며 밀려갔다.
그러자 곁에 있던 가마우지가 왼손을 수도 手刀로 만들어 청하문주의 왼쪽 관자노리를 후려친다. 청하문주는 얼른 오른쪽으로 돌면서 가마우지의 수도를 피하면서, 그 반동을 이용하여 왼 다리로 가마우지의 허리를 돌려찬다.
가마우지가 주먹을 쥐고 오른 팔뚝으로 중단 막기를 하면서 왼발로 상대의 목을 겨냥하여 올려 찬다.
청하문주도 뒤로 몸을 젖혀 발길질을 피하면서, 오른손으로 가마우지의 허리를 밀어버린다.
허리를 가격당한 가마우지가 옆으로 허우적거리며 뒤로 물러 난다.
상대는 수비와 공격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고수의 솜씨다.
삽시간에 두 명의 공격을 피하며 도리어 상대를 공격하는 수법은 대단한 실력이다.
그때 가까이에 있던 박지형이 허우적대는 가마우지를 양손으로 부축해 잡으면서 양다리로 청하문주를 차례로 공격한다.
박지형의 양다리 공격을 받자 즉시, 뒤로 물러난 청하문주.
이제 상대를 바꾸어 양손을 수도 手刀로 만들어 교차로 사용하며 손날치기, 손끝치지, 주걱치기 등의 수법으로 현란하게 지형을 공격한다.
청하문주가 발휘하는 화려한 쌍수도 공격수법,
그 모습을 본 박지형은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뒤로 세 걸음 물러나 청하문주의 쌍수도 공격을 멀찍이 피한 후, 청하문주에게 묻는다.
“방금 사용한 그 쌍수도 수법은 누구에게 배운 것이요?”
“허~, 여기도 머리 둔한 분이 계시네, 내가 누구에게 배웠겠어요? 당연히 사부님께 배웠지”
“그 사부가 누구요?”
“하하하, 당연히 우리 사부님이시지”
“아니, 그...사부가 된다는 분의 성함이 뭐요?”
“그건 나를 이기고 나서 물어보세요” 하더니,
손날치기로 박지형의 인중 人中을 겨냥하여 가격하더니
연이어 왼 다리를 들어 박지형의 가슴을 올려 찬다.
지형은 허리를 뒤로 젖혀 손날치기를 피하며, 상대의 발길질은 왼손으로 중단막기로 방어로 방어하면서 오른 다리로 상대의 어깨를 차올린다.
청하문주도 어깨를 비틀며 왼쪽으로 돌면서 오른발로 박지형의 허리를 돌려찬다.
고수들의 날카로운 공격과 매끄러운 수비의 현란한 수법에 관전자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청아문주의 위력적인 발길 공격을 피하여, 박지형이 얼른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난다.
상대방과의 거리가 띄워지자, 기회를 포착한 표범처럼 허공으로 날아올라, 맹렬한 기세로 이단 옆차기를 시도하는 청하문주.
그러나, 거리를 띄운 것은 박지형의 작전이었다.
옆으로 비켜 엎드리면서, 허공을 향해 헛발질하고 착지하는 청하문주의 왼 발목 복숭아뼈 뒷 부분 곤륜혈 崑崙穴을 돌려 차버린다.
정확하게 곤륜혈을 걷어차인 청하문주는 속절없이 옆으로 ‘콰당’하며 크게 넘어지더니 일어나질 못한다.
역시, 박지형은 절정 絶頂 고수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청하문의 문도들이 문주에게 다가가 부축한다.
잠시 후 청하 문주는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어 겨우 입을 벌린다.
“내, 내가 졌소, 내일 낮에 찾아뵙겠소”
청하 문주는 가격당한 왼 다리를 절뚝거리며, 문도들과 함께 어둠 속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다음날 정오 무렵
청하 문도들이 커다란 양을 한 마리 통구이로 요리하여 담비 일행을 찾아왔다.
청하 문주가 먼저 인사한다.
“어제 한 수 잘 배웠습니다”
머쓱해진 박지형,
“아니오, 다친 데는 없소”
“사정을 봐주셔서 괜찮아요, 고수를 몰라본 죄, 용서하세요”
“하하, 자꾸 그러시면 제가 죄송하죠”
“무예 솜씨가 대단하시더군요”
“하하, 보잘것 없습니다”
“우리 사부님이 계시면 호적수가 될 것 같은데요”
“아~ 참, 사부님 존함이?”
“제가 어둔하여 여태까지 사부님 존함을 모릅니다”
“하하, 밝히기가 거북하신 모양이죠?”
“아니, 정말로 몰라요”
“그럼, 사부님 연세는?”
“연배는 저와 비슷해요”
“...”
“살던 곳이 산동성 북해 봉래 포구라는 곳인데”
“어, 우리도 봉래 포구 출신이요”
“어, 그래요?”
“혹, 사부님이 키가 크고 인물이 훤칠하게 생긴 신 분 아닙니까?”
“어, 아시는 분이세요?”
“어제 결투할 때 쌍수도 雙手刀를 잘 사용 하시던데, 그 사부님에게 배웠죠?”
“으음, 고수님을 감히 속일 수가 있을까요?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배웠다기 보다는 제가 흉내를 내어 봤어요”
그러자 곁에 있던 이슬비가 한마디 거든다.
“우리 중부 오빠 얘기하는 거 같은데...”
이슬비는 산동성과 조선하를 떠나기 전까지는 무술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사로국 오빠들과 같은 일행이 되는 바람에 의도치 않게 무술을 배우기 시작하였다.
실종된 오빠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또, 조금이라도 일행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무예 수련을 하게 된 것이다. 뒤늦게 무술에 눈을 뜬 관계로 비로소, 오빠의 존재와 중부의 무술 실력을 요즘 들어 어느 정도 감 잡은 것이다.
“어, 맞아요. 옆에 있던 동무가 사부님을 보고 ‘중부’라고 부른 거 같았네요”
“옆에 있던 동무는 ‘한준’ 오빠 같은데...”
“맞네, 맞아요. 이제야 생각나네, 당시에는 정신이 혼란스러워 기억이 흐릿한데, 그 옆의 동무를 보고 ‘한준아’하고 불렸던 거 같아요”
그러자 박지형이 매듭을 짓는다.
“그런 쌍수도를 사용하는 사람은 당시에 봉래 포구 아니, 북해 北海 전체에서도 나와 중부형밖에 없었어요”
“아….”
“중부형은 봉술도 수준급이었는데?”
“아이고, 맞습니다. 사부님의 그 타봉술 솜씨에 우리 편 다섯 명이 아작 났었어요”
“그랬군요”
“그 훌륭한 타봉술에 반한 나머지, 제가 사부님으로 모시기로 작정하였습니다”
“하하하”
“호호호”
“그리고, 뒤늦게나마 정식으로 인사합니다. 저는 ‘우문청아’ 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이야기를 모두 들은 중부는 우연의 연속이 계속 이어져 어머니와 고향 동무들을 만나게 된 것이 신기하게만 여겨진다.
실은,
대릉하를 떠나기 전,
지형은 아버지 박달 대군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
대릉하 부근의 흉노족.
금성부에서는 고비사막으로 이주할 이동통로를 수시로 척후대 斥候隊를 보내어 계속 조사하고 있었는바, 그 척후병들로부터 후담 後談으로 들은 별도의 귀중한 정보가 한 가지 있었다.
‘동이족의 패잔병으로 보이는 부상병 무리, 십여 명이 조선하 상류, 만리장성 방면에서 난하 상류를 거쳐 홍산 부근으로 이동하는 중’이라는 간략한 보고를 2차례나 들은 것이다.
척후병들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이동통로 즉, 지리적인 조사에 치중하였고, 주변과의 마찰을 염려하여 주변인들과는 접촉을 피하고, 되도록 관여하지 아니하고 있었다.
그것이 상부의 지시였고, 측후대의 행동 지침 行動 指針이기도 하였다.
박달 거세는 그 보고를 전해 듣고,
근래에 큰 전투가 없었는데, 부상병 무리라면 조선하 옥전의 박달촌 전투에서 실종된 병사들로 여겨졌다.
박달촌 전투와 당시 실종된 병사들의 인원 숫자와 그 시점. 그리고 이동 거리와 위치를 종합하여 추정해보면, 박달촌 병사들일 가능성이 농후 濃厚하였다.
만약,
전투 도중에 실종된 병사들이 몇 명이라도 살아있다면, 완력이 좋고 무예가 남달리 뛰어난 이중부가 생존해 있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전투 도중 실종된 이중부도 그 패잔병 무리와 함께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정보를 박지형에게도 설명해주었다.
박지형도 이 소식을 중부의 근오지 동무들에게 알려주었다.
그러니
박지형과 중부의 동무들은 이중부 일행이 현재 홍산 부근에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나마 추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주민의 후미에서 두 명씩 짝을 지어,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부상병 무리를 수소문 搜所聞하면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잃어버린 양을 찾으려고, 이중부는 자신을 찾는 가족과 동무들보다 한발 앞서, 이주민 무리의 앞쪽으로 가버린 것이었다.
중부의 행방을 여기저기에서 탐문 探問하던 중부의 동무들은, 해천과 중부가 기거하던 빈집 부근에서
“부상병 일행이 보름가량 거주하였다”라는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사로국 일행들도 오시 午時 무렵,
“부상병 일행 다섯 명이 아침에 서쪽으로 바삐 갔다”라는 토착인들의 말을 듣고,
이주민 무리의 앞쪽으로 급히 이동하던 중에 우문 청아의 지시 指示로 이중부의 출현 소식을 전하려 오던 청하문 문도를 도중에 만나게 되었다.
따라서 우문 청아가 장담한 일자보다 하루 빠르게 가족 간, 친구 간의 상봉 相逢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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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유 읽기쉽게 3편으로 나누어 써 주셨으면 ^)*
ㅎ ㅎ
더운 날씨에 분량이 많아 짜증 나시는 군요.
참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