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신규 확진자가 3일 처음으로 하루 1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확진자도 13만4천명을 넘어 세계 7위로 올라섰다. 전날에 이어 화들짝 놀랄 만한 폭증세라고 할 수 있다. 현지 언론은 '지금보다 더 나쁜 이탈리아식 시나리오'를 제기하는 전문가보다는 '어차피 가야 할 길을 가는 중'이라는 시각에 더 초점을 두는 느낌이다. 후자는 결국 오랜 '임시 휴무및 자가 격리' 체제의 단계적 해제로 가야 하는 전제조건을 제시하는 쪽이다.
(방역책임자) 포포바 청장, 12일부터 제한 해제 가능성 어느 정도?
프로첸코(카무나르카 의료센터장), 이탈리아식 발병 시나리오 평가/얀덱스 캡처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보인다. 신규 확진자가 하루 1만명대로 불어났지만, 새로 감염된 환자라기 보다는 기 감염자가 검진 건수의 증가로 인해 확인되는 과정이라는 시각이다. 러시아 방역당국에 따르면 러시아의 전체 검진 건수는 410만 건으로, 하루 20만 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 비율은 5% 정도다.
또 신규 확진자의 약 40~50%가 무증상 감염자다. 절반 가량이 검사를 받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 확진자라는 뜻이다. 이들이 추후 발병할 수도 있지만, 2~3주 후에 스스로 완쾌될 수도 있다.
모스크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분석시설/사진출처:모스크바 시
감염자가 집중된 모스크바의 세르게이 소뱌닌 시장은 전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표본 검사 결과에 의하면 실제 감염자가 전체 모스크바 주민의 2% 정도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시민을 약 1천200만명으로 계산한다면 최소 24만명이다. 그동안 검진을 통해 확인된 확진자는 총 6만8천여명. 아직 17만2천여명이 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무증상 상태에서 이미 완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일부 외신은 소뱌닌 시장의 발언을 '검사를 받으면 나올 감염자들'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국민들이 '자가 격리' 등 엄격한 코로나 감염 대응 수칙을 잘 지키면, 현재의 '임시 휴무및 자가 격리' 조치가 끝나는 12일 이후에는 증가세가 꺾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 보건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의 안나 포포바 청장은 3일 러시아 TV 채널 (우리의 KBS-1이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1'의 시사 프로그램 '모스크바, 크렘린. 푸틴'에 출연해 "국민들이 이번 연휴(11일까지)기간에 '자가 격리' 등 제한 조치를 잘 지키면 12일부터 제한조치를 해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제한 조치 시한을 더 연장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칙을 잘 지켜달라는 경고성 발언이지만, 현지 언론은 12일부터 제한 해제 가능성 평가 등으로 제목을 뽑았다.
러시아 언론이 화들짝 놀라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어차피 우리 곁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발언을 들 수 있다. 어떤 감염병이든, 통제가능한 수준에서 제어할 수 있다면, 지금과 같이 전례가 없는 생활 속 제한조치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무라쉬코 보건장관) 백신 개발될 때까지 일부 제한 조치는 유지/얀덱스 캡처
미하일 무라쉬코 보건장관은 이날 보도 전문 TV 채널 '러시아 24'에서 "제한 조치는 당연히 단계적으로 해제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신종 코로나 백신이 나올 때까지 기존의 제한 조치 일부를 유지하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면역 신분증'을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과는 다른 '생활속 방역'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주요 상점의 영업 재개 등 무차별적인 제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면서, 동시에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시설 소독작업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자는 타협안이다. 현실적인 방역 시스템이기도 하다.
신규 확진자가 1만명에 이르는 러시아의 상황은 의료진(시설)의 통제를 넘어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지시로 군 병력까지 동원해 각 지역에 임시 의료시설을 짓고 있다. 이미 준공한 곳도 많고, 준공을 앞둔 곳도 있다. 이 시설들이 가동되면 러시아는 일정 규모의 신종코로나 감염자 치료는 일상적으로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는 특이하게도 무증상 확진자들이 신규 확진자의 절반 가량에 이르고 치사률도 1% 미만이다. 확진자는 늘지만, 그 비율만큼 입원 환자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는 순간, 신종 코로나도 통제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모스크바 외곽의 감염전문 카무나르카 의료센터의 데니스 프로첸코 센터장은 "'이탈리아식 시나리오'로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여러가지 여건으로 볼때 이탈리아 북부 지역과는 다르다"며 그 가능성이 낮게 봤다.
그렇다고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는 6월에야 확산 진정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여전하다. 프랑스 등 유럽의 일부 국가가 보건 비상사태를 여름까지 연장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여름이 지나면 또 추위가 다가올텐데, 그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어떤 기세로 다가올 지도 궁금하다.
러시아 방역당국은 3일 "지난 하루 동안 모스크바 등 85개 전 지역에서 1만633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며 "전체 확진자는 13만4천687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