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양날의 검’같아요. 과학이라는 칼이
범죄에도 쓰이고 범인 검거에도 쓰인다는 뜻이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범인 검거와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국과수에 관심을 가지고
법과학자의 꿈을 키우는 학생이라면 범인 검거는 물론 과학기술 발전에도 이바지 하는 미래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9월 20일 꿈트리는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에 위치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을 찾았다. 김은영
국과수 연구기획과 대외협력팀 주무관은 법과학 실습실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이처럼 국과수는 한때 ‘미드’(미국드라마의 줄임말)
‘CSI과학수사대’나‘크리미널 마인드’, 또 한국 드라마‘싸인’에 열광했던 이들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과학수사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국과수는 범죄수사 증거물을 과학적으로 감정하고 연구하여 범인 검거와 사건 해결을 지원할 목적으로
1955년에 설립됐다. 경찰 검찰 군사기관 등 수사기관은 물론 법원 같은 공공기관이 각종 범죄수사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사의 과학화에
기여하고 있다. 일례로 국과수의 감정서는 법원에서 증거능력으로 인정된다. 또 범죄수사에 대한 법의학적∙법과학적 연구와 감정 관련 교육훈련도
수행하고 있다.
국과수의 청소년 진로체험 프로그램인‘과학수사체험교실’은 실제 범죄 감정에 이용되는 과학적 원리를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한 현장 직업체험형 프로그램이다. 과학수사요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 분야에 호기심과 탐구열이 높은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어 2015년 이전 네이버카페‘과학수사체험교실’에선 3분 만에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또 정부 3.0박람회,
국제과학수사박람회 같은 정부부처 행사에도 1순위로 초청 받을 만큼 인기가 높다.
국과수는 감정물 오염 또는 분실 우려로
출입이 엄격히 제한돼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교단위 단체 참가자들은 국과수를 직접 방문하는 것은 물론 시중에서 보기 힘든 특수기계를
다뤄보는 것은 물론 범죄 사건해결을 위한 과학적인 분석(감정)까지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과학수사체험교실’의 주요 프로그램은 법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범인 검거를 위한 과학수사 감정기법
실습과 진로상담으로 구성된다. 감정기법 실습은 사건 현장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유전자 분야 △문서 분야 △디지털 분야로 나눠 모의실험을
통해 진행된다.
유전자는 범죄 현장으로부터 감식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오는 증거물인 만큼 제일 먼저 분석하는 감식
대상이다. 따라서 유전자 실습에서는 가변광원기를 사용해 육안으로 인체분비물을 찾고 혈흔이나 타액 시약을 이용해 검출 실험을 하며 전기영동장치를
이용해서 DNA를 관찰한다.
문서 실습에서는 위조된 화폐를 감식하기 위해서 미세현미경과 광학비교분석기(VSC)로 위조방지 마크를
찾아 진폐와 위폐를 구분해본다.
디지털 실습은 귀의 모양, 점 같은 얼굴특성을 이용한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활용해 범인을 식별하는
것이다. 인체에서 개인의 특징은 손가락 지문 외에 귓바퀴, 귓볼 등 귀 모양으로도 감별이 가능하다. 여권사진을 찍을 때 이마와 눈썹은 물론 귀가
나오게 찍어야 하는 이유다. 1차로 얼굴 앞면과 측면을 인식하도록 해 연예인의 얼굴과 대조 후 유형별 DB를 구축하고 2차로는 모자나 안경을
착용하거나 표정변화 등을 준 후 인식률을 확인한다.
거짓말탐지기로 알려진 심리생리검사도 체험해볼 수 있다. 실제 범죄자에게 사용되는 기계라 개방이 어려워
참가자 중 단 한 명만 참관해 볼 수 있다. 단순히 질문에 대한 답변의 진위만 가리는 게 아니라 국과수 내 법심리과에서 개발한 고도화된
심리기법을 적용한다. 따라서 홍채 인식을 비롯, 정밀한 생체 반응까지 측정에만 1시간이 걸린다. 최근 강원도 내 미제사건을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쾌거를 올리기도 했다.
진로상담은 국과수 연구사들이 직접 담당
분야를 설명하고 질의응답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명 연예인 교통사고 원인이 무리한 스케줄로 인한 매니저의 과속운전 때문이었다는 것과
2015년 발생한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 원인을 ‘낙뢰’에 의한 것으로 밝혀낸 사례를 이야기할 때면 학생들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고 한다.
이같은 진로상담은 부검을 주로 담당하는 의사 직군의 법의관과 엔지니어링 및 법심리학 분야를 다루는 법공학부, 약독물∙마약 등을 분석하는
법생화학부로 구분돼 진행된다. 이 분야의 연구사들은 주로 석사이상 학력이 있어야 지원할 수 있으며 실제로는 박사들이
대부분이다.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은영 주무관은 현장 실무자로서의 애정과 함께 향후 추진방향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국과수 연구사들이 실제로 담당하는 중요한 실험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합니다. 물론 보안 등의
문제로 일부 축소되기도 하지만 학생들이 충분히 몸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바람이 있다면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학교에서 이뤄지는 과학수업 내용과 연계될 수 있는 커리큘럼이 개발되도록 학교에 계신 과학교과 선생님들과 협업하는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흔히 과학수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국과수와 과학수사관리관(KCSI)의 차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건이 발생할 경우 과학수사관은 사건 현장에 나가 현장 증거물을 수집하는 1차 감정을 실시한다면, 국과수 연구사는 현장에 가지 않고
증거물 분석이나 정밀검사, 새로운 수사기법 연구 같은 보다 전문적인 2차 감정을 담당한다. 또 국과수 연구사는 행정안전부 소속 국가직 공무원이고
과학수사관리관은 경찰청 소속 경찰 공무원이다.
국과수는 2015년 자유학기제 시범기관으로
선정됐으며 지난해 정부 부처 행사 등 총 19회에 걸쳐 620명이 이 프로그램을 수료해 2016년 자유학기제 진로체험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올해는 인제, 영월, 황둔 등 강원도 내 소외 지역을 비롯 총 12회 320명이 참가할 계획이다. 또 강원도 원주라는 소재지의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5곳을 중심으로‘찾아가는 과학수사교실’을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국과수의 ‘과학수사체험교실’프로그램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 오전 9시30분부터 총 3시간
동안 진행된다. 회당 30명씩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방학 중에는 운영하지 않으며 1~2월과 7~8월 중에 한 학기 일정을 게시한다. 체험
신청은 학교 단위로 교육부 자유학기제 진로체험신청 사이트 ‘꿈길’(www.ggoomgil.go.kr) 을 통해 할 수 있으며 선착순
마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