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행사장까지는 버스 타고 편하게 갈 수 있는 곳이라 부러 서둘지 않았다. 오정농수산물시장에서 606번 버스를 환승하고 보니 행사장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대전역을 지나자 버스를 거꾸로 탔음을 알게 되어 부리나케 택시를 잡았다. 엑스포다리까지는 한참을 둘러 가야 해서 부득불 둔산대교 한가운데에서 하차를 부탁했다. 무단횡단하고 내달려서 행사장에 도착하니 4시 40분이다. 선체로 배번을 달고 배낭을 둘러매자마자 바로 출발이다.
5km쯤 지나자 아랫배에 신호가 나타났다. 방귀가 계속 나왔지만 연구단지를 통과하는지라 주변에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Annet 영사를 만났지만 방귀 때문에 함께 갈 수가 없었다. 12km 지점 갑천변 화장실을 만나고서야 속을 비울 수 있었다. 그때부터 앞서가는 Annet 영사를 따라잡아 동반주를 시작했다. 50km까지만 동반주하고 그 이후는 알아서 가기로 했다. 갑천변을 여러번 뛰었지만 위쪽으로는 월평동까지 가본 게 전부라 느낌은 도심이 아닌 시골에 와 있는 듯했다. 1차 반환점에서 과일을 먹으면서 돌아 나왔다. 계속해서 속이 거북하여 53km 지점에서 한번 더 화장실에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Annet 영사와는 이별을 하게 되었다. 64km 지점 식사장소에 이를 무렵 그녀를 만났지만 종아리가 무척 아프다고 했다. 마침 호주에서 살았다는 젊은 친구가 Annet 영사와 보폭을 맞추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와 이별을 하게 되었다.
나 또한 목감기 걸린 상태에서 출전하여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랐지만 시간이 갈 수록 목에서 쇳소리가 났다. 기침을 시작하면 멈출 기미가 없었고 그때마다 짙은 가래를 수없이 뱉어내야 했다.
관평천과 갑천 두물머리에는 72km 지점 보급터가 위치해 있었다. 전갑열 선수가 물을 보급하고 있었지만 이미 19km를 더 갔다 왔기 때문에 이제 9km만 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부러웠다. 그때 심정은 나도 함께 엑스포다리로 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3년만에 대전충남본부장으로 복무할 때 달렸던 갑천변을 다시 뛰게 되어 반가웠다. 예전 직장이 갑천변 인근에 위치해 있던지라 처장들과 점심식사 후 천변을 산책했었다. 안장수도 만났다. 두 시간 가까운 갭이 있었다. 점점 기록이 더 좋아지는 친구가 부러웠다. 82km 지점 2차 반환점을 돌고 내려갈 때 Annet 영사가 올라오고 있었다. 91km 지점 보급터에 다시 도착했을 때는 그제야 72km에 도착하는 주자들도 있었다. 엑스포다리를 향해 달리고 있으려니 마치 3년 전 새벽 달리기와 오버랩되는 것 같았다. 속도는 겨우 8분주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추억의 길이라 생각하니 마음은 따뜻했다.
12시간 39분에 골인했다. 으례 등장하는 꽃다발도 메달도 없지만 오히려 이런 방식이 더 좋다. 식사를 마치고, 유성으로 이동하여 사우나탕으로 들어가자 식었던 몸도 따뜻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