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MLB] 월드시리즈와 다저스 야구기사입력 2018.10.30 오전 06:38 최종수정 2018.10.30 오전 09:57 <키워드로 정리하는 월드시리즈 결산>
드라마
디비전시리즈 2차전 1.2이닝 3실점에 이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 4.2이닝 4실점. 그런데 놀라운 장면이 목격됐다. 보스턴 홈팬들이 마운드를 내려오는 데이빗 프라이스(사진)를 박수로 격려한 것이다. 그날 처음으로 본인이 선발로 나선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팀이 승리한 프라이스는 하루를 덜 쉬고 나간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6이닝 9K 무실점)과 불펜 등판 후 하루를 쉬고 나간 월드시리즈 5차전(7이닝 5K 1실점)에서 모두 시리즈 승리를 확정짓는 선발승을 따냈다. 박수를 받기 전 프라이스의 포스트시즌 선발 성적은 11경기 9패 6.16. 박수를 받고 나서는 3경기 3승 1.42다.
3차전
포스트시즌 역대 최장 시간 경기. 7시간20분(18회)은 20만 경기가 넘게 열린 정규시즌을 포함해도 역대 3위에 해당됐다. 1승2패로 밀려 있던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에서 5시간15분(13회) 경기를 승리하고 시리즈를 뒤집었던 다저스에게는 1,2차전 패배를 지울 수 있는 경기가 되는 듯했다. 게다가 보스턴은 4차전 선발 이볼디를 당겨썼고, 이볼디는 97구를 던지고 6이닝 1자책 패전을 안았다. 하지만 3차전 패배는 되려 보스턴 선수들의 강한 결속을 불러왔다. 13회말 실책으로 팀의 승리를 날린 킨슬러는 동료들로부터 위로를 받았고, 포셀로는 이볼디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4-0
4차전 6회말. 몸쪽공에 엉덩이를 흔든 후 나온 푸이그(사진)의 스리런홈런으로 4-0이 되자 보스턴의 승리 확률은 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17년 5차전에서도 4-0으로 시작한 경기를 지키지 못하고 12-13으로 패했던 다저스는(커쇼 4.2이닝 6실점, 잰슨 끝내기안타 허용) 이번에도 6-9의 역전패를 당했다. 2009년 이후 월드시리즈에서 넉 점 이상 리드를 잡은 경우는 33번. 이 중 역전패를 당한 것은 2017년 5차전의 다저스와 2018년 4차전의 다저스뿐이다.
5252만 달러
올 시즌 보스턴이 핸리 라미레스(2275만) 파블로 산도발(1800만) 루스네이 카스티요(1177만)에게 준 돈. 5월31일 보스턴은 라미레스를 방출했다. 그리고 6월29일 스티브 피어스(사진)를 한 박자 빨리 영입해 피어스와 미치 모어랜드로 1루를 구성했다. 모어랜드는 4차전에서 추격의 신호탄이 된 7회 스리런홈런을 쏘아올렸고, 피어스는 8회 동점 솔로홈런에 이어 9회 5-4에서 8-4로 달아나는 3타점 2루타를 날렸다. 만약 보스턴의 9회초가 5-4로 끝났다면 정규시즌 스와이하트와 호흡을 맞췄을 때 평균자책점이 16.62였던 킴브럴은 경기를 지켜내지 못했을 것이다. 고함
화이트삭스 시절 동료들의 유니폼을 가위로 난도질한 일이 있었던 크리스 세일은 [관련기사]
파격
2017년 불펜에 심각한 약점이 있었던 휴스턴은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차전과 월드시리즈 7차전의 마무리를 선발투수들인 랜스 매컬러스(4이닝 6K 무실점 세이브)와 찰리 모튼(4이닝 4K 1실점 승리)에게 맡겼다. 벤치코치로서 이를 함께 했던 알렉스 코라는 똑같은 해법을 보스턴에 적용했다. 선발투수들의 불펜 피칭일을 실제 불펜 등판으로 연결시킨 것이다. 세일 포셀로 프라이스 이볼디가 8번의 짧은 불펜 등판에서 기록한 7.2이닝 무실점은 킴브럴이 포스트시즌 내내 흔들렸던 보스턴에게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이볼디 WS 3차전 등판 제외). 코라의 파격은 '동의 하의' 파격이었다. 보스턴의 선발투수들은 앞다투어 등판을 자청했다. 심지어 이볼디는 3차전에서 97구를 던진 다음날 자청해서 4차전 불펜 대기를 하고 있었다. 돔브로스키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데이브 돔브로스키(사진)는 디트로이트로 건너가 2006년과 2012년 팀을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수비와 불펜이 약점이었던 디트로이트는 두 번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지난 7월 양키스가 잭 브리튼, 휴스턴이 로베르토 오수나, 클리블랜드가 브래드 핸드와 애덤 심버를 경쟁하듯 보강한 반면 보스턴은 좌완 전문 타자인 스티브 피어스와 선발투수 네이선 이볼디 영입에 그쳤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펜 보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 돔브로스키가 실수를 반복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보스턴 불펜은 월드시리즈에서 평균자책점 1.40(25.2이닝 4자책)을 기록함으로써 5.48(23이닝 14실점)에 그친 다저스를 압도했다. 돔브로스키가 옳았다.
2018 PS 보스턴 주요 불펜 성적
11.1이닝 1자책 - 조 켈리 08.2이닝 1실점 - 맷 반스 08.2이닝 1실점 - 라이언 브레이저 04.2이닝 0실점 - 히스 헴브리
10.2이닝 7실점 - 크렉 킴브럴 01.0이닝 5실점 - 브랜든 워크맨
풍선껌
2008년 다저스에 온 첫 번째 매니(매니 라미레스)는 무시무시한 가을 활약을 했다. 그러나 2018년의 두 번째 매니(매니 마차도)는 그렇지 않았다. 월드시리즈 5경기에서 0.182 무장타 1볼넷(고의사구)에 그친 마차도는 특히 5차전 4타수 무안타 3삼진으로 다저스에서의 마지막 경기를 망쳤다. 그리고 4차전 긴박한 상황에서는 땅볼을 친 후 풍선껌을 불며 1루로 달리는 충격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마차도가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플레이에 대해 한 현지 전문가는 "몸값이 1억 달러 정도는 깎였을 것"이라는 말을 했다.
3번타자
다저스의 5차전 라인업을 본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키케 에르난데스가 3번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좌완에게 강하다고는하나 에르난데스는 3번타자로 나선 정규시즌 네 경기에서 좋지 못했으며 4월30일이 마지막 출전이었다. 그리고 4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킴브럴로부터 홈런을 때려내기 전까지 24타수2안타라는 깊은 침묵에 빠진 선수였다. 5차전에서 1회초 커쇼가 두 점을 내준 다저스는 1회말 데이빗 프리스가 초구 리드오프 홈런을 날린 후 곧바로 터너가 볼넷을 골라나갔다. 뒤 이어 나온 에르난데스의 초구 병살타. 프라이스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대본 야구
FOX스포츠에서 해설을 맡은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이런 말을 했다. "대본 야구는 10월에 통하지 않는다"(Scripted baseball doesn't work in October). 하지만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끝까지 자신의 대본(승계주자 실점 상황 매드슨, 앞서 있는 8회 잰슨 등판 등)에 수정을 가하지 않았다. 2011년 두 개의 시리즈 MVP(CS+WS)를 거머쥔 바 있는 '가을의 사나이' 데이빗 프리스는 포스트시즌 내내 뛰어난 활약을 했다(.364 .423 .773). 2011년 역대 두 번째로 일리미네이션 경기(6차전)에서 홈런과 3루타를 때려낸 선수가 된 프리스는 올해도 5차전에서 홈런과 3루타를 기록했다. 그러나 프리스는 우완이 등장한 타석에서 벨린저로 교체됐다. 로버츠 감독의 기계적인 좌우놀이에, 다저스에서는 '미친 선수'가 나올 수 없었다. 로버츠는 이에 대해 "이미 정규시즌에서 검증된 운용"이라며 항변했다.
2013년과 2014년 다저스의 메이저리그 1위 연봉 총액을 가지고도 월드시리즈에 가지 못했다. 그리고 저연봉 팀 출신인 앤드류 프리드먼(탬파베이)과 파르한 자이디(오크랜드)가 사장과 단장으로 왔다. 지난해 다저스는 29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는 2015년 3억 달러를 돌파했던 연봉 총액(스포트랙 기준)을 1억9900만 달러로 낮추고도 다시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프리드먼의 최대 목표인 <지속 가능한 우승 도전 모델>이 마침내 만들어진 것이다.
프리드먼의 생각은 이렇다. 팀에는 스타 선수들이라 할 수 있는 큰 톱니바퀴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서 원활한 회전을 가능하게 해주는 작은 톱니바퀴들이 있다. 그런데 큰 톱니바퀴는 교체하기가 어렵다. 새로 구입하려면 큰 돈을 써야 한다. 반면 최대한 많은 수의 작은 톱니바퀴들로 팀을 구성하면 교체가 용이해진다. 지속 가능한 모델이 탄생하는 것이다. 프리드먼 부임 후 다저스는 엄청나게 두터운 선수층을 가지게 됐다. 그리고 그 정점에 오른 올해, 마치 미식축구의 O-라인과 D-라인을 생각나게 하는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 로버츠 감독은 우타자로 도배하는 좌완 상대 라인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작은 톱니바퀴 전략을 갑자기 포스트시즌 들어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더 정밀화되고 기계화된 다저스 야구에서는 감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다저스의 좌타자들은 좋은 타격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좌완이 나오면 교체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감정이 지배할 수밖에 없는 포스트시즌과 상충되는 부분이다. 과연 프리드먼의 생각은 옳은 것일까. 프리드먼은 월드시리즈를 패하자마자 로버츠 감독의 장기 계약 이야기를 꺼냈다. 로버츠 감독이 (자신의 야구가) 실패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기사제공 김형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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