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한 2,29―3,6; 요한 1,29-34
+ 찬미 예수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을 보고 네 가지 증언을 하는데요, 첫째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둘째, “내가 나기 전부터 계셨다.” 셋째, “성령께서 내려와 저분 위에 머무르시는 것을 보았다.” 넷째, “하느님의 아들이시다.”입니다. 이 중 오늘 하느님의 어린양에 대해 함께 묵상해 보겠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고 말하는데요, 미사 때 사제는 성체를 손에 들고 이 말을 반복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교우들은 그전에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평화를 주소서” 하며 기도를 세 번 반복합니다.
어린양이 성경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창세기 22장인데요, 아브라함은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모리야 산을 오릅니다. 이사악은 아무것도 모르고 아브라함에게 “아버지,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 번제물로 바칠 어린양은 어디 있습니까?”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아브라함은 “얘야, 번제물로 바칠 어린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거란다.” 하고 대답합니다. 우리말 성경은 ‘양’으로 번역했는데 원문으로는 둘 다 ‘어린양’(הַשֶּׂ֖ה 하쎄)입니다.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신 어린양은 하느님 자신입니다. 당신이 인간이 되시어 당신 자신을 제물로 내어주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보고 고백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탈출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탈출하기 전날 어린양을 잡아서 문설주와 상인방에 발랐습니다. 그날 이집트 땅의 모든 맏아들과 맏배들이 죽임을 당했지만, 이스라엘 백성들은 어린양의 피로 구원되었습니다. 우리는 그분을 우리 눈앞에 뵈오며 고백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이사야서에는 ‘고난받는 야훼의 종의 노래’가 네 개 나옵니다. 그중에서 특히 53장에 나오는 네 번째 노래에 어린양이 나옵니다.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미 양처럼 그는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이사 53,4.7) 우리는 이 미사 중에 그분을 뵈오며 고백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이처럼 구약성경에는 어린양의 희생적 이미지가 많이 나오는데, 신약성경인 요한묵시록에는 어린양의 자기희생 외에도, 승리하는 어린양, 당신의 백성과 혼인하시는 어린양, 그리고 심판자인 어린양이 등장합니다. 물론 이 어린양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합니다.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희생하실 뿐 아니라 마침내 승리를 거두시고, 신랑으로 우리를 신부처럼 맞아주시고, 결국 세상을 당신 정의로 심판하실 예수님께서 지금 우리 가운데 계시다는 것을 우리는 미사 중에 고백합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제주 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 가운데 올 3월에 결혼 예정이었던 예비 신랑과 예비 신부가 계셨습니다. 사고의 순간 예비 신랑은 예비 신부를 꼭 끌어안고 있었고 그래서인지 예비 신랑과는 달리 예비 신부의 시신은 온전했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요한묵시록에 나오는 ‘어린양의 혼인 잔치’가 떠 올랐습니다. 우리 눈에서 눈물을 다 씻어주실 그때, 세상 종말의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거행하기까지 세상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할까요.
우리는 세상의 고통의 의미를 다 알지 못하지만, 두 가지만큼은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하나는 고통 안에서 우리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고통 안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고통 중에 계신 모든 분들을 그분께 맡겨 드리며 기도드립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https://youtu.be/fRL447oDId4?si=vTmzHE65lpGa1KXr
* 사무엘 바버, 하느님의 어린양 (아뉴스 데이), 플레미쉬 라디오 합창단
얀 판 에이크( Jan van Eyck), 어린양 흠숭, 1432년
출처: Adoration of the Lamb, 1432 - Jan van Eyck - WikiAr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