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효모
효모가 인류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여기 나뭇가지 밑에 빵 한 덩어리와 포도주 한 병, 시집 한 권
그리고 당신이 있네.
오마르 하이암의 시집 [루바이야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 번역)
효모는 균류다. 균류는 식물이 아니지만, 우리는 보통 같은 종류로 생각한다. 그들이 우리처럼 살아 있기는 하지만, 움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삶을 이분법적으로 보길 좋아한다. 밝거나 어둡고, 선하거나 악하고, 사랑하거나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상을 동물과 식물로 나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과학적인 분류법은 전통적으로 진핵생물 세포핵이 있는 생물)을 동물과 식물 그리고 균류라는 세 영역으로 나눈다. 사람들은 균류가 식물보다 동물에 더 가깝다는 사실에 조금 혼란스러워한다. 동물과 균류 모두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식물을 먹고 산다. 식물은 자신의 먹이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다. 이 책에서는 아홉 가지 균류에 대해 다루었다. 균류와 식물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균류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일반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식물로 여겨지기 때문에 포함했다.
효모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효모가 없었다면 인간이라는 종은 살아남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농촌 공동체를 이루지 못했을 수도 있다. 효모는 1,500종 정도가 있고, 다세포 생물 조상에서 진화한 단세포 생물이다(여기에서 생물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쪽으로만 진화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단순한 것이 유리하다면 점점 더 단순한 형태로 진화할 수도 있다). 효모(yeast)는 비공식적인 용어다. 두 개의 문에 여러 종의 효모가 있다(문은 전통적인 분류법에서 계 바로 아래의 생물 분류 단위다. 우리 인간은 척추동물문에 속한다).
우리는 보통 한 종의 효모, 사카로미세스 세레비시아(Saccharomyces cerevisiae)만을 이용한다. 이 균류는 탄수화물을 이산화탄소와 알코올로 바꿀수 있다. 이 과정을 발효라고 부른다. 효모 덕분에 우리는 술과 발효된 빵을 얻었다. 술과 빵은 인류의 수많은 문명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기독 교 교회의 성찬식에서는 빵과 포도주를 중심으로 의식을 진행한다. 화성에서 온 인류학자가 본다면 우리가 효모를 신으로 숭배한다고 결론 내릴지도 모른다.
신에게 감사하게도 효모는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 2장에서 설명했듯이, 시큼한 사워도 빵을 만드는 과정에서 효모는 저절로 생긴다. 무척이나 쉬운 과정이어서 분명 전 세계에서 그런 일이 자연스레 반복적으로 계속 일어났을 것이다. 반죽을 오래 방치해두면 야생 효모가 모여들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다. 부풀어 오른 반죽을 버리기 아까우니 어쩌다 한번 구워본다. 그렇게 100배 더 맛있는 빵을 만드는 법을 터득했을 것이다.
효모가 알코올을 만든다는 사실은 오히려 더 간단하게 발견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기회가 생기면 실제로 무엇이든 알코올로 변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아는 한 여성은 일을 쉬는 동안 [신은 술꾼을 좋아해]라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그녀는 책을 끝마치지 못하고 취직해 다른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책에 쓰려던 내용은 진실로 남아 있다. 술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언제나 그랬다.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몇몇 문헌에서도 효모에 대해 언급한다. 메소포타미아의 맥주 여신 <닌카시에 대한 찬가>에는 여신에 대한 기도와 그녀가 준 위대한 선물인 맥주를 만드는 방법이 쓰여 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문명에서는 중요한 정보를 노래로 외웠다. 남아 있는 기록은 4,000여 년 전의 것이지만, 찬가는 분명 그보다 휠씬 더 오래전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고대인은 맥주를 만들면서 이 노래를 불렀으리라.
발효시켜 걸러낸 맥주를 따를 때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의 물이 쏟아지는 것 같네.
1만 3,000여 년 전에도 맥주가 존재했다는 증거가 있다. 술은 대부분의 인류 문명이 발달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종교적인 의식과 황홀한 경험, 신들과의 교감 그리고 즐거움과 흥겨움을 위해 인류는 술을 활용했다. 메소포타미아 전설에는 술자리 놀이가 등장한다. 기원전 1800년 무렵, 길가메시 서사시에서 영웅 길가메시는 "배를 채우고, 낮이나 밤이나 즐겁게 지내라"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맥주에는 칼로리가 많아서 수분과 영양을 동시에 섭취할 수 있어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에게 좋다. 메소포타미아 노동자들은 실제로 맥주를 보수로 받았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오늘날 독일에서는 맥주를 유머러스하게 액체로 된 빵이라고 부른다). 더구나 술은 물보다 보관이 더 용이하다. 따뜻한 날씨에는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미생물이 물에 금방 증식한다. 당시에는 수인성 전염병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세균 때문에 질병이 생긴다는 이론은 18세기까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았다), 콜레라와 장티푸스에 어떻게 걸리는지 알아야만 물 마시기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쁜 물에는 나쁜 냄새가 나고 불쾌한 맛이 난다. 농업 사회에서 동물 배설물로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물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맥주는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었다. 수분 섭취를 위해 마셨던 맥주는 보통 우리가 21세기에 익숙하게 마시는 맥주보다 휠씬 도수가 약하다. 이제는 맥주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마시는 음료가 되었다. 첫 번째가 물, 두 번째가 차다.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맥주 덕분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오염된 물 대신 마실 술을 만드는 데 필요한 효모가 없었다면 농경 사회에서 수인성 전염병이 널리 퍼질 때 인류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뒤에 나오는 장들에서 알코올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술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효모와 함께 술이 시작되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포도주를 만들려고 포도를 으깰 때 이미 포도 껍질에는 효모가 있다. 그래서 금방 발효해 포도주로 변하는 것이다. 벌꿀로 만드는 벌꿀 술은 어떨까? 분명 야생 효모 때문에 야생 벌집이 발효하는 것을 우연히 발견한 사람들이 벌꿀 술을 만들었을 것이다. 중국인은 쌀을 발효시켜 술을 만든다. 콜럼버스가 발견하기 전의 아메리카 대륙에도 다양한 술이 있었다.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전에 효모의 또 다른 용도를 이야기해야겠다. 효모를 추출해서 만든 제품으로, 영국의 마마이트, 오스트레일리아의 베지마이트와 프로마이트, 독일의 비탐-R, 스위스의 세노비스 같은 상품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채식주의자에게 도움이 되는 건강보조식품이다. 요리할 때 첨가하면 풍미를 돋우고, 빵에 발라먹기에도 좋다(취향이 아닐 수도 있지만). 영국의 마마이트는 구역질할 정도로 싫어하는 사람도 있음을 전제로 광고를 한 유일한 식품이다. 텔레비전 광고에서 첫 데이트 후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는 남녀를 보여주는데, 첫 키스를 한 후 남자는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한다. 여자가 마마이트를 먹고 왔기 때문이다.
효모 덕분에 세계의 여러 문화권에서 꼭 필요한 주식과 취하게 만드는 술을 얻을 수 있었다. 술은 우리 기분을 유쾌하고, 편안하고, 들뜨게 한다. 반면 싸움꾼이나 폭력적인 사람 혹은 중독자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 [루바이야트] 중 몇 구절을 더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새벽의 왼손이 하늘에 떠 있을 때 꿈을 꾸면서
나는 선술집 안에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네.
"일어나, 얘들아. 그리고 잔을 채워.
인생의 술잔이 마르기 전에..."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중에서
사이먼 반즈 지음
이선주 옮김
첫댓글 잔을 채워^^~~인생의 술잔이 마르기전에..ㅎㅎ
감사합니다 ^^
효모는 우리에겐 없어선 안될 귀한 선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