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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희생자 위로 예배 기도문 2010/1/7, 순천향병원 4층 장례식장
자비와 정의의 하나님, 너무나 먼 길을 걸어 우리 여기까지 왔습니다. 가슴 미어지는 아픔을 안고 걸어온 나날이었습니다. 거의 1년 전 불꽃 속에서 죽어간 이들의 장례를 이제야 치르게 된다니 기가 막힙니다. 하나님, 유족들의 부르짖는 기도에 왜 이제야 응답하십니까?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알 수 없는 우리는 다만 먹먹해진 가슴으로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차가운 냉동고에 누워 ‘신원의 날’을 기다리는 이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상림, 양회성, 이성수, 윤용헌, 한대성. “상아 침상에 누우며 안락의자에서 기지개 켜며 양 떼에서 골라 잡은 어린 양 요리를 먹고, 우리에서 송아지를 골라 잡아먹는 자들”은 이분들을 일컬어 도시 테러리스트라 했습니다. 돈을 찾아 떠도는 전문 데모꾼들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기가 막힙니다. 주님,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행복을 구하던 이들이었습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이 갈마드는 세상살이에 지쳤지만, 가족들과 함께 누릴 행복한 삶을 그리며 땀 흘려 일하던 성실한 가장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물질적 가치를 인간적 가치보다 높게 치는 세상은 느닷없이 그들을 죽음의 벼랑으로 내몰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망루에서 숯덩이가 되었습니다.
가장 낮은 이들의 신음소리를 기도로 들으시는 주님, 야만의 세월, 짐승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너나할 것 없이 맘몬에게 절하는 이 시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살아가는 국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풍요의 노래를 부르려는 이 전도된 세상이 무섭습니다. 달콤한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홀려 죽음에 이르게 했던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세상 도처에서 들려옵니다. 주님, 우리 앞에 영정으로 서 있는 다섯 분은 우리 앞에 거대한 물음표로 서있습니다. 그들은 ‘당신들이 원하는 세상은 어떤 세상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풍요의 주술에 걸려 텅 빈 영혼의 유령이 되어버렸습니다. 돌로 만든 빵을 먹고 사는 동안 이웃들의 아픔에도 반응할 줄 모르는 돌 가슴이 되었습니다. 땅을 파헤치고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하며 그것을 발전이라 강변하는 이들을 보면서도 저항하지 못했습니다. 주님, 고인들은 죽비처럼 우리의 영혼을 후려칩니다. 풍요의 환상에서 깨어나지 않는 한 이러한 억울한 죽음은 계속해서 발생할 거라고 말합니다. 무정한 세상에서 오직 사랑으로 살았기에 살해당하셨던 주님께서 이들을 이미 품에 안으신 줄로 믿습니다. 하지만 그 억울한 죽음을 못내 잊을 수 없는 유족들의 멍든 마음은 어찌 해야 합니까? 주님께서 친히 품이 되어 저들을 안아주십시오.
주님,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를 부인하는 이 땅의 교회들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주님의 이름을 팔아 풍요를 누리면서도 주님이 앞서 걸어가신 그 길은 한사코 외면하는 교회들을 어찌해야 합니까? 성전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 하셨던 주님의 음성이 천둥처럼 들려옵니다. 주님, 아픔의 자리, 눈물의 자리, 연약하고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이들의 삶의 자리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대체 어디서 주님을 만날 수 있단 말입니까? 주님의 이름을 소리 높여 부르는 이들조차 용산참사현장을 외면하는 현실이 너무나 가슴 아팠습니다. 우리는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만난 이들을 외면한 제사장과 레위인이었습니다. 주님, 과연 교회에 소망은 있는 것인지요? 우리 앞에 영정으로 선 이들은 ‘교회가 서 있어야 할 자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고귀한 죽음이 죽어버린 교회의 심장을 되살리는 강한 울림이 되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삶의 벼랑에 내몰린 이들의 손을 잡을 때 하나님께서 우리 손을 잡아주신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해주십시오.
주님, 이들의 억울한 죽음이 결코 망각의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들이 외쳤던 함성이 이 땅의 잠든 양심을 흔들어 깨우는 천둥소리가 되게 해주시고, 그들이 흘린 눈물이 이 땅의 불의를 씻어내는 거대한 물줄기가 되게 해주시고, 그들이 흘린 피가 다시는 이 땅에서 폭력적인 죽임이 일어나지 않는 초석적 피가 되게 해주십시오. 가슴으로 오열을 삼키며 이 자리까지 온 유족들의 피눈물을 닦아주시고, 앞서 간 이들이 소망했으나 누릴 수 없었던 조촐하고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살게 해주십시오. 이 예배를 통해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을 깨닫는 시간이 되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이 기도문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뒤 <355일>1년여만에야 장례식을 치른 그 위로 예배에서 사랑하는 김기석 목사님이 대표로 드린 기도문 전문입니다. 교회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우리의 주 관심이 무엇이었인지를 이번 사태를 보면서 깊이 깨닭게 됩니다. 소수의 크리스천들이 그들 곁을 떠나지 않고 눈물과 기도로, 정부를 향한 식지 않는 열정의 두드림이 끝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지요... 고마움!. 그렇지만 이제사 비로소 그 해결의 첫 걸음을 옮겨놓은 것이지요. 한마음으로 아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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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예수의 이름으로 예수를 부인하는 이 땅의 교회들을 불쌍히 여겨주십시오. 아멘
주님, 아픔의 자리, 눈물의 자리, 연약하고 소외되고 무시당하는 이들의 삶의 자리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대체 어디서 주님을 만날 수 있단 말입니까?-약하고, 힘없고, 병들고, 소외된 자들의 친구였던 청년 예수여~ 이 땅을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자신의 삶터를 지키려는 사람들을 짓밟은 사람들은 고통당하는 자들이 밤낮 울부짖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는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겠죠
하나님이 살아계신다고 믿는다면, 정말 저럴 수 있겠는가...며, 경악한 날들이 많았지요. 미안하고 화가 나서... 눈물이 납니다. 그래도, 우리 목사님... 그리고 마음으로 손 잡아 주는 많은 분들 보며, 희망을 품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