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물계곡
중문관광단지 입구에서 중문색달해변으로 이어진 도로를 벗어나 아래로 내려가면 비밀스럽게 숨어 있는 엉덩물계곡이 나타난다. 이곳을 처음 찾아갔던 때는 작년 1월, 찬 바람이 불고 땅이 빗방울로 촉촉하게 젖은 겨울이었다. 아무도 없는 길을 걷는 데서 오는 여유로움과 한적함을 느낀 것은 좋았지만, 흐린 겨울날 계곡의 풍경은 칙칙했고 깊은 인상을 주기엔 부족했다.
이곳의 풍경이 물이 오르는 시기는 봄이다. 겨우내 일찌감치 샛노란 꽃을 피우는 유채꽃이 봄이면 만발해 화사하고 싱그러운 그림을 만들어낸다. 다른 유채꽃 명소들도 많지만, 계곡의 생기 없는 풍경만 본 게 못내 아쉬워 이달 초에 다시 찾았다. 하지만 유채꽃이 벌써 많이 졌는지, 높은 곳에서 본 계곡은 아주 노란 유채꽃밭을 떠올렸던 내 상상 속 풍경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아래로 내려가 보니 그래도 꽃이 제법 많이 피어 있어 남은 봄기운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유채꽃 앞에서 사진을 찍고 산책하는 사람도 많아 겨울과는 상반된 화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계곡의 이름을 보면 엉덩이가 떠오른다. 그 유래가 엉덩이와 관련이 있다. 과거 이 계곡에는 커다란 바위가 많고 지형이 험해 사람은 물론 짐승들도 쉽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계곡에 물 마시러 왔다가 내려가지도 못하고 언덕 위에서 엉덩이를 내밀고 볼일만 보고 돌아갔다고 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대포주상절리
제주도에선 화산 폭발로 인해 특이하게 형성된 지질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는 화산 폭발로 흘러내린 용암이 식어 암석으로 굳는 과정에서 수축 작용 때문에 수직으로 갈라지며 만들어진 육각형 형태의 돌기둥이다. 중문 앞바다에 형성된 대포주상절리는 중문동에서 대포동 해안까지 무려 2km나 이어져 그 규모가 거대하다.
몇 년 전 이곳을 방문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새로운 장소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당시엔 흐리고 안개가 자욱했고, 바람은 어찌나 센지 파도가 매서운 기세로 주상절리를 덮쳤다. 작년 초에는 요트투어를 통해 멀리서 주상절리를 관람했는데, 그때도 흐렸고 비가 흩뿌리는 날씨였다. 삼세번 만에 아주 화창한 날을 만났다.
이곳에선 주상절리뿐만 아니라 제주도 남서쪽 끝의 절경을 바라보기에도 좋다. 대포주상절리 지형은 바다 쪽으로 튀어나와 있고 대평부터 송악산까지는 만처럼 들어가 있어 그 너머의 풍경이 주상절리와 함께 조화를 이룬다.
대포주상절리 정보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이어도로 36-30
입장 시간 : 매일 09:00~17:10
관람료 : 성인(25세이상) 2,000원 / 어린이(7~12세), 청소년(13~24세), 하사 이하 군인 1,000원)
중문요트투어
중문에서 즐길 조금 색다른 것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찾은 것이 요트투어였다. 이용한 업체는 ‘요트투어샹그릴라’인데, 중문관광단지 안에서는 유일한 곳이다(인접한 대포포구에 다른 업체인 제이엠 그랑블루요트가 있다). 퍼시픽랜드 건물 옆에 주황색 지붕의 요트투어 매표소 건물이 있고, 그곳에서 예약 확인을 하고 계류장으로 이동했다. 대기실에서 출발 시간까지 잠시 기다렸다가 안내사항을 듣고, 구명조끼를 지급받은 후 요트로 이동했다.
이때가 1월 말이라 요트를 타기엔 썩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날씨가 쌀쌀했고, 비도 추적추적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 타 본 요트가 그저 신기하다 보니 궂은 날씨는 신경 쓰이지 않았다. 거기다 오전 시간대라 투어하는 사람도 나와 동생을 제외하면 두 아이와 엄마가 끝이었다. 조조할인으로 저렴하게 이용한 데다가 프라이빗 투어같은 느낌으로 즐겼으니 하나를 잃은 대신 다른 걸 얻은 셈이었다.
요트 내부. 1층에는 커다란 소파와 테이블이 있고 다과들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래층에는 간이 주방과 화장실, 침실 등 요트 생활을 위한 공간이 있다.
요트에서 바라본 풍경
요트를 둘러보는 사이 어느새 연안에서 멀리 나와 있었다. 곧 대포주상절리 앞에서 잠시 멈추고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산책로를 따라 볼 땐 몰랐던 용암 지형의 단면이 그대로 보였다.
주상절리 관람이 끝난 후에는 낚시 체험을 해 볼 수 있었다. 낚시 경험이 없더라도 직원이 알려주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 나는 한 손에 액션캠을 들고 낚싯대를 다루느라 행여 카메라가 바다에 떨어질까 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빈 손으로 낚시를 마쳤다. 반면 동생은 몇 분 안 되는 시간 사이에 무려 3마리나 잡았다. 모두 작은 쏨뱅이였다. 낚시를 마치고 난 후에는 즉석에서 그 회를 맛볼 수 있었다. 그 외엔 자유롭게 구경하고 시간을 보내며 한 시간에 걸친 요트투어를 즐겼다.
선상 낚시와 회 시식 시간은 요트투어의 하이라이트였다.
요트투어 정보
업체 : 요트투어샹그릴라(퍼시픽 리솜)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154-17
투어요금 : 대인60,000원 / 소인35,000원(해피코스 60분, 조조할인 가능) / 36개월 미만 서류 지참 시 무료
제주국제평화센터
중문엔 다양하고 재밌는 콘셉트로 즐길 수 있는 실내 관광지가 많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제주도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수 있는 ‘제주국제평화센터’도 가 볼 만한 곳이다. 4.3 사건으로 제주도가 겪은 아픔을 기억하고 극복해 세계 평화를 이룩하고자 하는 뜻에서 지난 2005년 제주도는 정부에 의해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었고, 그걸 상징하면서 평화의 섬으로서의 제주도를 알리기 위해 건립된 것이 제주국제평화센터이다.
제주국제평화센터 내 상설 전시실 세 곳과 기획, 야외전시실에서 다양한 전시를 접할 수 있다. 제1전시실은 제주의 전반적인 문화와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주로 제주 평화 정신의 기반이 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제2전시실은 평화 실천을 위한 사례, 과거 있었던 국제 교류와 국가 행사들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제1,2전시실
제2전시실까지는 아이들에겐 지루할 수 있다면, 제3전시실은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안중근, 김구 등 독립운동가부터 제주에서 열렸던 정상회담의 모습 및 세계 각국의 정상들, 한류에 불을 붙였던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을 밀랍 인형으로 만나볼 수 있다. 밀랍 인형이 실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정교해 더욱 몰입도 있는 관람이 가능하다. 건물의 한 가운데 도서관과 쉼터를 겸하는 베릿내 문화공간은 넓은 공간감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제주국제평화센터의 감초 같은 곳이다.
제3전시실
베릿내 문화공간
제주국제평화센터 관람정보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로 227-24(중문관광단지 내)
관람 시간 : 09:00~18:00 / 입장마감 17:30(동절기에는 관람종료와 입장마감 1시간 단축)
휴관일 : 매월 둘째/넷째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및 추석 전일과 당일
관람료 : 성인 1,500원(20~64세) / 청소년 1000원(8~19세) / 제주도민, 경로, 장애인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