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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안내산악회 목요방 산행 계획에 따라 '단산중(폐교) → 용바위골 → 누에머리봉 → 삼태산 → 방산미'의 7km 구간의 오지를 4시간 30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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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정의: 단양 어상천면과 영춘면의 경계를 이루는 삼태산
커다란 삼태기(구들에서 긁어낸 재나 흙·쓰레기를 옮기는 데 쓰이고, 타작할 때 곡식을 퍼서 가마니에 담는 데도 쓰인다. 또, 이것을 허리에 끼고 밭에 씨앗을 뿌리기도 하는 등, 농가에서는 여러 곳에 두루 쓴다) 세 개를 엎어 놓은 듯이 생겨 '삼태기산'으로 불렸고, 누에가 기어가는 형상이라 해서 '누에머리산'이라고도 불렀다. 삼태산은 등산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산이다.
이 산에는 제2 단양팔경인 '일광굴'이 산허리에 있고, 산자락 곳곳의 촌락마다 여러 전설이 전해오고 있어 심심하지 않은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삼태산 산행 기점이 되는 임현리는 마을 이름이 그렇듯 옛날 을아현의 관아가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을아현에 새로 부임한 현감의 아내가 절골의 중과 바람을 피우다가 들통이 나자, 화가 난 현감이 절을 헐어 버리고 현청을 지금의 영춘으로 옮겨갔다고 한다. - [출처: 단양군]
추석의 계절인 2024년 9월, 첫 번째 목요일인 5일은 대기업 안내산악회 목요방 산행 계획에 따라, 오지 중의 오지 충북 제천의 누에머리봉과 삼태산을 연계해 달리기로 했다. 아주 당연히 삼태산이나, 누에머리봉은 처음 듣는 이름의 산이자 봉우리로, 목요방 인솔 대장이 계획한 코스로는 7km에 불과한 산행이다. 물론 신청 당시에는 산악회 일정 게시판에서 산행 계획을 늦게 발견해, 이미 단독 석은 앞선 선수들이 선점하는 바람에, 그나마 하나 남은 자리에 신경 쓰느라, 자세히 확인할 틈이 없었다(산행 열흘 전인 현재는 대기자만 다섯이다). 이후 산행 일을 열흘 정도 남겨두고, 계획한 산행을 하나씩 검토하는 과정에서 7km, 4시간 30분에 불과한 산행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워낙 오지 산행을 좋아하는 인간이라 비록 코스야 짧지만, 오지 중의 오지 산행이라 기대가 큰 산행 중 하나다.
오지 중의 오지라는 건, 단양군의 삼태산 소개와 오지 산행에서 많이 의지하는 등산 앱에 등산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확신했다. 해서 7km에 불과한 구간을 4시간 30분이라는 소요 시간을 책정했을 거다. 산행 하루 전 삼태산과 가까운 소백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종일 흐리고, 기온은 25℃~28℃, 바람은 2㎧~3㎧로, 산행에는 약간 덥지만, 지난 칠보산행에 비하면, 아주 시원한 산행이 될 듯하다. 해서 늘 하듯이 산행 준비를 한다. 다만, 산행 마감이 2시경이라, 산행 중 굳이 김밥을 먹어야 하는지 고민이다. 목요방에서 선정한 하산주 식당인 '제천송학휴게소'는 날머리에서 산악회 버스로 고작 12분 거리라, 늦어도 2시 30분이면 도착할 예정이다. 고로 그때 평소 산행보다는 이른 하산주를 곁들인 점심을 먹어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사당역표 김밥은 당일 역에 도착해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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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알람 소리에 기상해, 아지트로 나와 밤사이 변동 사항이 있는지 확인했다. 산행 계획에는 변함이 없고, 산악회에서 출발 하루 전 28인승 버스에서 31인승 버스로 변경해, 3명의 대기자가 동행할 수 있게 됐고, 일이 생긴 한 명의 신청자가 취소하는 바람에 인솔 대장 포함 최종 30명이 같이 한다. 당일 삼태산 날씨 예보에 의하면 산행 시간 구름이 약간 끼었다가, 점차 구름이 많이 끼는 흐린 날씨에, 기온은 영상 25℃~29℃, 바람은 2㎧~3㎧, 습도는 60%~70%라는 정보다. 초미세먼지, 미세먼지는 '좋음'이라, 날씨가 좋고 전망대만 있다면 조망은 좋을 듯하나, 날씨 예보와는 상충한다. 기본적인 걸 확인하고,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은 후 준비한 배낭을 짊어지고, 5시 45분경 집을 나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구산역으로 갔다.
구산역에서 5시 58분발 신내행 열차를 타고, 삼각지역에서 사당행 열차로 갈아타, 6시 43분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열차로 오는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김밥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화장실에 들른 후 바로 1번 출구로 나가, 산악회 버스가 대기 중인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대기 중인 삼태산행 31인승 버스에 배낭을 짊어진 채 타, 친숙한 얼굴과 인사를 나누며 거의 제일 뒷자리로 갔다. 이후 배낭에서 슬링백과 물가방을 꺼낸 후, 앞 좌석 밑으로 배낭이 들어갈 수 있는지 확인하고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열차에서 보던 책을 계속해서 읽고 있으려니, 7시 정각 버스가 출발했다. 그리고 양재와 죽전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고 제천을 향해 달리는 차에서 잠이 들어 실내등이 들어오고 버스의 속도가 느려지는 느낌이 들어 깨어 보니, 휴게소로 들어간다. 치악이다!
20분의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특별히 위험한 구간은 없으나, 코스가 짧아 빠른 산꾼을 위해 연장 구간이 있었으나, 등산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정보라, 될 수 있으면, 가지 말 것을 권했다. 그리고 짧은 코스에 600m가량을 올려야 하는 산행이라, 생각보다 힘든 산행이 될 거라며, 그래서 보통 3시간 30분이면 주파하는 구간을 4시간 30분을 책정했으니, 무리하지 말고 충분히 휴식하며 진행하라고 했다. 추가로 애초 이 산악회는 28인승에서 31인승으로 차량이 변경되면, 수익의 일부를 포인트로 승객에게 돌려주는데, 대기자 중 목요방 주요 구성원이 있어 어쩔 수 없이 대장이 차량 변경을 신청하면 포인트가 없으니 양해해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산행 후 씻을 곳이 마땅치 않아, 하산주 식당을 샤워장이 있는 ‘영월랜드’로 변경했다고 했다. 그렇게 설명이 끝난 후 예정보다 10분 늦은 9시 50분경 들머리인 폐교된 ‘단산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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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 도착 전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은 후 끈을 조이고, 벗어놓은 바람막이를 슬링백에 넣고 슬링백과 물가방을 크로스로 메는 것으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버스가 정차한 후 차례대로 내려, 산길샘의 '기록 시작'을 누르고 위성과 동기화하는 동안, 주변을 둘러봤다. 과거 단산중은 연수원으로 변했고, 그 산기슭에는 스마트팜 시설이 있다. 그런데, 평일 이 시간에 활동하는 사람이 안 보인다. 스마트팜이라 사람이 필요 없나? 아니 해 뜨기 전인 새벽에 일을 마쳤나? 어쨌든 위성과의 동기화가 끝난 두 앱의 지도로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226m~253m, 산행 전에는 삼태산의 높이를 600m대로 알고 있었으나,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600m 이상을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소개에, 다시 확인한 결과, 876m로 알고 있는 것보다 200m 이상 높다는 걸 알았다. 해서 고도차는 623m~650m, 와중에 정상까지 2.6km에 불과해 급경사의 쉽지 않은 산행을 예고하고 있다.
고도차를 확인한 후 이미 산행을 시작한 선두의 뒤를 따라, 과거 단산중 오른쪽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며,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누에머리봉이 아닐까, 생각하며 산행을 시작했다. 약간은 경사가 있는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위로 올라, 9시 55분 '삼태산 정상 2.6km' 이정표를 지났다. 그리고 누에머리봉이라 생각되는 봉우리가 조금은 가깝고, 인공물이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위치에 도착해, 다시 자세히 관찰했다. 실제와 다르게 높아 보이지는 않는데, 정상 직전 급경사가 생각보다 큰 고도차에 더해 쉽지 않은 산행이 될 거라는 걸 경고한다. 그리고 지금은 칡을 키우지만, 과거에는 농작물을 키웠을 밭 가에 서 있는 '삼태산 등산로' 안내도로 코스를 확인하고, 그걸 기록으로도 남겼다. 결과적인 얘기나, 이정표, 안내도, 갑판 계단, 전망대 등의 안전시설을 보면, 과거 등산객이 많이 찾았거나, 찾기를 유도했던 산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인구 감소의 영향인지, 까만 소의 농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찾는 사람이 적어, 그것들이 관리되지 않아, 다시 오지로 바뀌는 자연의 위대함을 볼 수 있는 산이다. 하긴 그게 삼태산만의 변화는 아니다!
등산로 안내도부터는 칡넝쿨이 발목을 잡아 진행이 쉽지 않다. 해서 붙잡는 칡넝쿨을 뿌리치기 위해 아래를 자세히 살피며 전진하는 과정에서 이게 밭이 아니라, 임도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임도는 우회전하고, 역시 칡넝쿨이 장악한 갑판 계단 등산로는 직진이다. 그 갑판 계단에 올라서자, 역시 칡넝쿨이 장악한 꽤 넓은 등산로고, 그 오른쪽에는 '0.4km 용바위골 방향' 이정표가 있다. 그걸 보고 용을 닮은 바위를, 산행 중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조금 올라가지, 이번에는 왼쪽으로 '삼태산 정상 2.1km' 이정표다. 이후 오지 산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과 달리 생각보다 좋은 등산로를 따라가다, 다시 임도를 만나, 그 위치에서 등산로의 방향과 고도를 확인했다. 지도가 가리킨 대로 갈림길에서 우회전해 계곡으로 들어서자, ‘용바위골 290m’ 이정표다. 임도에 접한 계곡부터가 아니라, 290m 상류에서 용바위골의 시작이라는 게 이상했지만, 그 옆으로 난 등산로로 위로 가며 보니, 연이은 불볕더위에 계곡에 아예 물이 없지만, 그 서늘함은 여느 얼음골 못지않았다. 그리고 그 계곡 바닥을 자세히 보니, 다른 계곡과 달리, 너덜이 아니라, 암반이라, 그곳으로 내려가 계곡을 따라 위로 갔다.
마른 계곡치기를 하며 오르는데, 등산로가 계곡을 가로질러 어쩔 수 없이 다시 등산로로 들어서 위로 가니 계곡 중간에 정자다. 그리고 등산로는 그 직전에서 우회전해 능선을 따라 위로 가는 갑판 계단으로 바뀐다. 당연히 정자를 지나칠 수 없어, 갑판 계단에서 빠져나와 정자로 갔다. 용암정(龍岩亭)으로 과거에는 동네 주민이나 등산객의 휴식처였으나, 현재는 관리를 하지 않아, 정자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은 썩어 위험했고, 당연히 정자 내 의자는 쌓인 먼지가 엉겨 붙어, 앉으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런데도 정자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용바위골은 여기서부터 시작이고, 오른쪽 능선 위 갑판 계단 때문인지, 아니면 계곡이 험해 등산객이 찾지 않아 갑판 계단을 만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자 뒤 용바위골 초입에는 분명한 등산로가 보인다. 이 역시 결과적인 얘기로 초입을 지나, 상류로 갈수록 희미하나마 있던 인적도 사라진다. 어쨌든 갑판 계단으로 위로 향하는 후미를 관찰하며 물가방에서 얼린 보리차 병을 꺼내, 녹은 물 한 모금하려는 데, 위험한 정자가 아니라, 계곡 바위에 앉아 쉬자고 일행이 불러, 그곳으로 내려가 일행이 건넨 식혜로 허기와 갈증을 해소했다.
휴식이 끝나고, 급경사 갑판 계단으로 오르는 것보다는 '용바위'가 궁금해 용바위골로 갔다. 와중에 산꾼으로 참여한 여성 인솔 대장도 뒤를 따라오다가, 사시사철 긴 팔과 긴 바지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 산꾼이 흔한 건 아니고, 잡목을 뚫고 가야 하는 상황이라, 정규 등산로로 돌아갔다. 당연히 이정표는 없고, 가끔 희미한 인적을 발견할 수 있는 급경사 마른 계곡을 올라가는 거라, 제대로 가고 있는지, 고지까지 남은 거리를 알기 위해 수시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하며 갔다. 그런데, 애초 ‘e-산경표’에는 ‘영월지맥’이 아닌 이 코스는 없고, ‘산길샘’은 능선 길은 있으나, 지금은 폐쇄된 계곡 길은 없다. 앞과 좌우에서 용바위를 찾으며 올라가는데, 용의 모습을 한 바위는 없다. 그런데, 계곡 자체가 암반으로 중간중간 절벽 수준의 하얀 암반이 밖으로 노출된 구간이 나타났다. 물이 흐른다면 훌륭한 폭포다. 그런데, 그걸 보자, 혹시 이걸 용이라 부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인즉 계곡 자체가 용바위다. 어쨌든 밖으로 드러난 용 중 직벽에 가까운 구간은 낙엽 쌓인 급경사 우회로로 치고 올라가기도 하며 가, 11시 5분 정규 등산로가 있는 능선에 올라섰다.
10시 20분경 용암정을 떠나, 11시 5분 주 능선에 도착했으니, 용바위골을 오르는데, 시간으로는 45분가량, 거리로는 1.7km 정도 왔다. 와중에 손에 상처가 나기도 하고, 머리 위로 보이는 주 능선을 바라보며 숨을 고를 때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능선에 올라서기 2분 전쯤에는 능선 위 등산로로 왼쪽에 보이는 봉우리를 향해 가는 후미를 보며, 생각보다 일찍 주 능선에 도착한 스스로에 놀라기도 했다. 이제는 누에머리봉과 삼태산 정상에 오르면 돼, 좌회전해 먼저 산경표 지도에 보이는 영월지맥을 목표로 전진했다. 그리고 10여 미터를 가자 머리 위 울창한 숲 사이로, 왼쪽은 삼태산, 오른쪽은 누에머리봉이라 생각되는 쌍봉이 보여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며 갔다. 하지만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능선 위 등산로라 보이는 게 없어, 그저 앞만 보고 가다, 급경사를 오르자, 오른쪽에 '추락 주의'의 경고문이 있고, 그 뒤로 능선을 따라 금줄이 올라가고 있다. 추락 주의라면, 전망대일 확률이 높아 경고를 무시하고 그곳으로 가봤다. 하지만 보이는 건 바로 앞 봉우리인데, 정체를 알 수가 없다!
울창한 숲속이라 전후좌우 어디에도 보이는 건 없고, 그렇다고 이정표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기복은 심해, 도대체 목표까지 남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기복의 정도는 얼마나 심한지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앱의 지도를 확인하며 가, 몇 명의 후미를 추월하기도 했다. 그리고 11시 14분 인솔 대장을 포함한 후미가 쉬고 있는 곳에 도착해, 용바위골에 관해 몇 마디 얘기를 나눈 후 그들을 지나쳐 갔다. 11시 18분 앞을 가로막는 암봉이라 생각되는, 작은 봉우리를 만나, 등산로는 왼쪽으로 우회하나, 봉우리를 넘을 수 있을지 자세히 살펴봤다. 못 넘을 건 아니나, 용바위골에서 오늘 할당된 체을력 다 쓴 후라, 포기하고 조용히 정규 등산로로 우회했다. 이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깔딱을 올라, 지도로 위치를 확인하며, 약간의 기대들 했지만, 영월지맥까지는 아직 멀어, 실망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다시 급경사 깔딱을 올라서자, '삼태산 정상 450m' 이정표다.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3분가량 북진해 지도를 또 확인했다. 아직 지맥까지 200m가량 더 가야 한다. 별거 아닌 거 같았는데, 인간을 지치게 만드는 산이다.
산이야 사람을 지치게 만들지만, 이해가 안 되는 게, 분명 삼태산 정상 450m 이정표를 지나온 게 거리가 꽤 됨에는 지도에 나온 삼태산까지의 거리를 멀면 1km, 짧아도 800m 이상 된다는 거다. 이정표 아니면 지도 둘 중 최소 하나에 문제가 있다. 고로 뭘 믿어야 할지 고민하며 길을 재촉하는데, 앞에 밧줄이 설치된 깔딱이다. 하긴 언급을 안 해서 그렇지, 지금까지 모든 깔딱에는 잡고 오르내릴 수 있는 밧줄이 있었다. 이것만 봐도, 과거 꽤 신경 쓴 산이다. 앞서가는 일행의 뒤를 따라 깔딱으로 오르자, 위가 시끄러운 게 고지다. 그럼, 삼태산은 멀었으니, 누에머리봉이라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을 촬영하며 영월지맥에 올라서자, 삼거리로 오른쪽은 삼태산 정상, 왼쪽은 누에머리봉이라, 좌회전해 30여 미터 거리의 정상으로 향했다. 와중에 인파로 북적이는 누에머리봉을 피해 삼태산 정상 방향으로 조금 간 곳에 자리를 잡던 선배 산꾼이 부른다.
쉼터와 갑판 전망대 곳곳에 자리를 잡고 쉬거나 점심을 먹고 있는 일행이 열다섯이 넘어 시장바닥을 방불해 정신없는 가운데, 그들을 지나 전망대로 갔다. 와중에 용바위골에서 뒤를 따라오다가, 잡목을 뚫을 복장이 아니라 돌아간 대장이 등산로 상태가 어떤지 물어, 당신 예상대로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전망대 끝에 도착해 아래를 보자, 날이 흐려 희미한 것도 있으나, 문제는 날씨가 아니라, 시야를 방해하는 잡목과 풀이다. 그래도 보이는 걸 파노라마로 남긴 후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와 일행과 상부상조로 인증을 남긴 후, 주요 주당 선수 중 하나인 선배 산꾼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선배가 자리를 편 곳에 도착한 후 거기에 주저앉아 선배가 가져온 과일과 삶은 달걀을 안주로 빨갱이를 마시며, 인솔 대장을 기다렸다. 그리고 10여 분 뒤에 합류한 대장과 같이, 점심을 먹고 다음 봉우리인 삼태산 정상을 향해 떠나는 일행을 지켜본 다음, 12시 3분경 현 위치를 지도에 기록하고 제일 후미에서 누에머리봉을 떠났다.
누에머리봉에서 삼태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초반에 약간 내려가기는 했으니, 이후 거의 평지 수준의 완만한 능선이다. 그런데, 그 능선 가운데, 동서남북 네 방향의 나무를 이용해 금줄로 막은 곳이 있어, 가까이 다가가 뭘 보호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굴이다. 처음에는 별것도 아닌데, 과잉 경고라 생각했는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생각보다 깊은 게 끝이 안 보이는 것이 실수로 빠지든, 의도적으로 내려가든 올라오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산에 금줄로 막은 건 다 이유가 있다! 그 굴도 기록으로 남기고, 길을 재촉해 200여 미터 정도를 가니, 앞이 소란스러워 지도를 확인했다. 삼태산 정상이 멀지 않다. 해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니, 삼태산 정상 또한 전망대는 있으나, 누에머리봉에는 세 개나 있는 정상석은 없고, 이정표 기둥에 ‘그린나래’가 만들어 붙인 ‘삼태산 (875,8M)’ 명패와 지자체에서 붙은 듯 보이는 정상 표지가 있을 뿐으로 봉우리 대접에 큰 차이가 있다. 상봉은 여기가 맞지만, 정상은 누에머리봉으로 여기는 듯했다. 그리고 이정표에는 먼저 도착한 일행이 인증을 남기느라 소란스럽다.
여기 전망대는 앞선 전망대보다 잡목의 방해가 더 심해, 아예 아래는 조망할 방법이 없어, 뭘 기록으로 남기는 것 자체를 포기했지만, 인솔 대장의 도움으로 장상 표지가 있는 이정표를 배경으로 인증은 남겼다. 끝으로 지도에 위치를 기록하고 직진의 영월지맥이 아니라, 산경표에는 없는 길로 좌회전해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그런데, 정상에서 낙엽 쌓인 희미한 등산로로 내려가다, 발 아래를 자세히 살펴보고 약간 놀랐다. 나무 계단이다. 지금은 영월지맥을 달리는 지맥꾼만 찾는 산이라, 지금 이 길로 내려가거나 올라오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과거에는 많은 등산객이 이 길로 다녔다는 방증이다. 아니, 다니기를 바랐던 증거일 수도! 참고로, 영월지맥은 몇 년 전 원주 매봉산에 오르기 위해 연구했던 지맥으로 개인적으로 친숙하다[산행기]. 어쨌든 삼태산에서 내려와, 날머리인 방산미로 향해 조금 가다가, 길이 혼란스러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육포를 안주로 선배 산꾼이 제조한 소맥을 마시며, 후미가 영월지맥을 따라 북진하는 실수가 없도록 계속 불렀다. 12시 26분, 역시 지도에 현 위치를 기록하고 그 자리를 떠나, 방산미를 향해 본격적으로 달렸다.
이번 삼태산행은 코스는 짧은데, 그에 비해 주어진 시간이 길어, 발이 빠르고 거의 앞만 보고 달리는 선두 조는 바로 방산미로 하산하지 않고, 높이 684m인 '애뒤산'을 거쳐 하산하는 거로 알고 있었다. 인솔 대장이 코스 소개 초반에 등산로를 찾기 힘드니 가지 말라고 적극 말린 산으로, 나는 그 산에 관해 그때 처음 알았지만, 용바위골로 가지 않았으면, 선두 조의 한 사람으로서 같이 갔을 거다. 해서 삼태산에서 바로 방산미로 내려가는 구간에는 선두의 방향 지시가 없을 거로 생각해, 선두에서 달렸다. 와중에 산길샘 네이버 지도의 등산로는 좌로 꺾이지만, 능선 위의 등산로는 직진하는 곳에서는 왼쪽 아래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런데, 도저히 길이라 부를 수 있는 게 안 보여, 지도를 무시하고 기존 등산로를 따라갔다. 하지만 목요방에는 선수가 많아, 많은 수가 좌로 꺾어 아래로 내려갔을 거로 예상하며 계속 전진해, 앞을 가로막는 작은 언덕을 만났다. 마지막 깔딱이길 빌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깔딱을 올라서자, 과거 헬기장이자, 현재 ‘산불감시탑’으로, 그걸 돌아가자, 선두가 바닥에 깐 방향 지시가 있다. 그럼, 선두도 인솔 대장의 권유를 받아들여 '애뒤산'을 버렸다.
수풀이 우거져 바닥이 잘 보이지 않는 곳에는 산악회 리본으로 방향을 알려주고 있어, 그 표시만 보고 가면 되는 산행으로 변해 별 부담 없이 주변을 둘러보며 날머리인 방산미로 향했다. 물론 그렇다고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걸 멈추지는 않았다. 그렇게 완만한 경사의 능선을 따라 내려가자, 왼쪽으로 거대한 벌목 지대가 나타나고 당연히 조망도 트이기 시작했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보이는 것에 선배 산꾼과 둘이 감탄하며, 감상도 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그리고 앞에 이정표가 보여, 방향을 궁금해하며 가까이 접근해 보니, 내 예상과는 달리 날머리는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내려가고 있어, 약간 당황했다. 해서 확인차 핸드폰 꺼내 앱의 지도를 잘 보니, 어차피 두 앱 모두 지금 가고 있는 등산로는 없으나, 등고선으로 봤을 때, 날머리는 방산미가 아니라, 그 위 봉암사인 듯했다. 이 상황에서 왼쪽으로 길을 만들며 갈 것도 아니라, 보이는 등산로를 따라갔다.
1시 정각, '방산미(대전리) 0.6km' 이정표에 도착했다. 다 왔다. 그리고 1시 9분 '방산미(대전리) 0.2km' 이정표를 지나자, 능선이 급경사로 변해, 앱의 지도로 내려야 할 고도를 확인했다. 지도의 숫자는 믿을 수가 없어, 등고선으로 파악한 남은 높이는 70m 내외, 거리로는 100m가 조금 넘을 듯하다. 등고선으로 계산해도 남은 구간은 급경사고, 실제도 그래, 왼쪽에 나무 기둥을 박고 밧줄을 연결해, 그걸 잡고 내려갈 수 있도록 안전시설이 있는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 1시 14분경 임도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동영상을 촬영하며 내려가며 보니, 임도라 생각한 곳은 밭이고, 실제 임도까지는 더 내려가야 했다. 그런데, 무성한 칡넝쿨이 발목을 잡아, 앞으로 쓰러질 뻔하기도 해, 이건 반대편 들머리에서 올라갈 때와 같은 상황이다. 해서 칡넝쿨을 피하고자 아래를 주시하며 가다, 역시 반대편 들머리 때와 같이 또 놀랐다. 칡넝쿨에 가려 보이지 않으나, 임도까지 갑판 계단이다!
앞선 산꾼들이, 무성한 칡넝쿨이 갑판 계단을 덮고 있어, 계단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왼쪽의 밭 가로 길을 만들었고, 그리고 모두 그 길로 오르내린 듯하다. 당연히 그럴수록 계단의 칡넝쿨만 무성해질 뿐이지만. 해서 칡넝쿨을 뚫고 계단으로 내려가 보려고 2m~3m 가다가, 너무 위험해 포기하고 남들 가듯이 밭 가의 임시 등산로로 내려가, 1시 16분 삼태산 방산미 들머리이자 날머리에 도착했다. 역시 칡넝쿨이 무성한 입구에는 '삼태산 등산로' 안내도와 '삼태산 정상 2.3km' 이정표가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긴 후 임도로 내려섰다. 그런데, 임도 합류 지점에 우리 선두라면 반드시 바닥에 두었을 방향 지시가 없어, 위와 아래를 살펴보니, 위에는 임도 차단봉이 막고 있어 아래로 향해, 2m가량 내려가자, 방향 지시다. 그런데, 아래가 아니라 위를 가리킨다. 해서 위로 가, 차단봉 아래 갈림길까지 가봤다. 아니다! 정황상 방향 지시가 바람에 날렸다. 해서 그걸 주워, 등산로 갈림길 앞에 아래로 가리키도록 놓았다. 물론 날리지 않도록 돌로 고정했다. 이후 아래로 길을 재촉해, 1시 25분 위로는 정자가 아래로는 빨간 산악회 버스가 주차한 갈림길에 도착해 일행이 기다리는 정자로 향하는 산행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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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 25분부터 정자와 그 주변 그늘에 앉아, 먼저 도착한 일행의 면면을 살펴봤다. 선두 조 네 명은 당연하고, 벌목 지역의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가, 등산 앱 지도가 길은 여기서 좌회전한다고 했던 곳에서 선두의 방향 지시를 못 보고, 내려간 한 팀이 우리에 조금 앞서 도착했다. 예상대로 그게 지름길이었지만, 임도가 길어 능선을 따라오기 잘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인솔 대장에게 공식 마감 시간을 산행 전 공지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표시한 청춘도 보인다. 어쨌든 먼저 도착한 일행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나머지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이후 1시 38분경 후미의 인솔 대장 팀을 마지막으로 모든 일행이 도착해, 버스가 주차해 있는 곳으로 가, 각자 필요한 마지막 정리를 했다. 그리고 1시 45분이 조금 지나, 늦은 점심과 하산주가 기다리는 ‘영월랜드’로 출발했으니, 공식 마감인 2시 20분보다는 30분 이상 빠른 마감이다.
국도변 휴게소인 영월랜드로 향하는 버스에서 먼저 인솔 대장이 산행 전 공식 마감 시간을 공지하지 않은 걸 사과했다. 그리고 원래 목요방 구성원이 다 선수들이라, 4시간이 안 걸려 산행을 종료할 거로 믿었고, 그 맡음이 배신당하지 않아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후 남은 일정을 대략 공지하고 조금 있자, 버스가 휴게소에 도착했다. 그 시각이 2시 정각으로 마을에서 씻은 선두 조 몇을 제외한 나머지는 화장실과 샤워장으로 향해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식당으로 들어가자, 산행 대장이자 주당 대장이 불러, 그가 예약한 식탁에 자리를 잡은 후 셀프인 밑반찬을 가져와, 먼저 무사 산행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나온 뚝배기 불고기를 안주로, 각 2병씩 이슬이를 마시고, 2시 40분경 자리를 파했다. 당연히 화요일 안산 산행[산행기]에서 쉬파리에게 물린 선수는 나머지 꾼들이 놀리는 가운데, 조용히 밥만 먹어야 했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깨어보니, 휴게소라 차에서 내려 화장실로 가면, 명패를 확인했다. '덕평자연휴게소'로 서울이 멀지 않다. 휴식이 끝나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서 양재에 도착하면 5시 30분이 조금 넘을 거 같으니, 한 잔 더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나, 인솔 대장은 다른 일정이 있어 미안하다며 양재가 집인 노년의 산꾼에게 바통을 넘기고 죽전에서 내렸다. 해서 노년의 산꾼이 주동이 되어, 5시 37분 양재역에 내려, 그가 잘 아는 꼼장어집으로 갔으나, 5시 49분 현재 대기가 여섯 팀이 넘어, 그건 포기하고, 족발집에서 2차를 했다. 이후 얼마나 마셨는지, 언제 어떻게 파했는지는 기억이 없다. 다만, 연신내역까지는 집이 응암동인 선배 산꾼과 같이 갔다. 원래 약수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는데, 계속 앉아 있어, 연신내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연신내에서 녹번역으로 돌아간다고 해, 깜짝 놀랐다. 말인즉 내가 연신내역을 지나치지 않도록 같이 온 거다. 그 덕분에 종점까지 가지 않고, 열차를 갈아타고 구산역에서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9시 10분경 집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목요방 산행 계획과는 조금 다른 '단산중(폐교) → 용바위골 → 누에머리봉 → 삼태산 → 방산미'의 9.71km(산길샘)의 오지를 3시간 34분 동안 달렸다. 이동 3시간 3분, 휴식 31분!
짦은 코스는 짧았으나, 짥고 굵은 산행 자체만으로 만족했으나, 계획에 없던 용바위골로 주 능선에 올라서 더 만족한 산행이다.
누에머리봉이나, 삼태산 정상이나, 갑판 전망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창한 숲이 시야를 방해해 조망도 좋지 않은 산행이다. 와중에 날머리인 방산미 또한 갑판 계단이 칡넝쿨에 덮여 계단을 구분하는 거조차 쉽지 않아, 계단을 버리고 밭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야 했다. 그래서 오지인가?!
산이 작아 계곡도 깊지 않은데, 계속된 가뭄에 용바위골 또한 바짝 말라, 골짜기를 타고 능선으로 접근한 건 좋았으나, 어디서도 씻을 만한 물을 보지 못한 건 약간 아쉬웠다. 하산주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휴게소 화장실에 씻기는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