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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 위치했던 저희 26사단은 최전방에 위치한 부대엿습니다.
그래서 보급이나 장구류는 항상 최신형에 대우도 좋앗지만 타 부대에 비해서 훈련량이나 강도가 비교를 불허했고 윗사람들의 따스한 손길이 많이 미치는 곳이기도 했지요.
덕분에 다른 분들이 말하는 전방 초소에서 먹엇다는 라면이니 초코파이니 하는 것은 일절, 농땡이니 뭐니 하는것 역시 일절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왕고들이나 제법 짬밥 먹었다는 말년병장들도요.
게다가 주위 대게로 모두 언덕지여서 강원도에서도 흔치 않은 보병전투차에다가 전차, 공격헬기까지도 몇 대 있엇죠.
부대 출입구가 산지여서 어쩔 수 없이 자력으로 주행해서 올라와야 하긴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제일 짜증났던 기억은 우리 부대 소대장이 우리가 근무서고 있으면 불시에 나타나서 각 안잡히거나, 다른놈들은 별로 트집도 잡지 않을 만한 정도의 딴짓을 하거나, 심지어는 자기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으로 하이바 위를 퍽 쳣는데 이게 힘이 장난이 아니라서 머리에 맞은게 아닌데도 장난이 아니게 아팠다는 겁니다.
또 신출귀몰하기는 귀신도 울고갈 정도에 특수부대뺨을 때릴 정도라 몰래 몇 미터 안으로 접근해도 기척도 나지 않앗기 때문에 초소에서 두 명이 교대로 망보면서 적진 감시보다 그 소대장의 출현을 더 많이 감시할 정도엿죠.
그럼에도 전역까지 이 소대장한테 열 번 이상 안 걸려본 사람이 없을 정도엿습니다.
뭐 어쨋든, 그래서 제가 갓 상병 마크를 달기 몇 일 전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그 때 선 41 초소는 다른 42.40초소와의 간격이 다른 초소의 간격보다 훨씬 긴데, 이 초소 배치가 이상해서 두 초소 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가야 보이는데다가 41초소 자체가 앞으로 튀어나와 있어서 배치한 놈이 누구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이죠.
무엇보다도 실에서 제일 멀리 떨어진 초소여서 아무도 거기 근무서기 싫어했엇습니다. 왓다 갔다 하는게 훨씬 힘들었거든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엿지만, 제가 짬도 덜 먹고 일도 어느 정도 능숙한 시기라 일 시키라고 만든 일병이었기 때문에 딱히 불만도 표시를 할 수가 없는 시기엿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대 '큰형'인 천병장님이랑 같이 근무를 서게 됫죠.
때는 여덟시, 여름이라지만 강원도는 밤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빠르게 오죠. 그래서 그 때 붉은 노을빛도 자취를 감추고 빛이라고고는 초소 쪽에서 밝히는 불빛과 부대 쪽, 40,42초소에서 희미한 불빛 외에는 휴전선의 지뢰밭쪽은 암흑천지엿습니다.
생각해보세요. 온통 암흑천지에서 찌륵대는 풀벌레 소리 이외에는 적막이 감도는데 저 쪽 암흑에서 무언가 튀어나오고, 공포영화에서의 온갖 귀신들이 떠오르면서 덜덜 떠는데 그 때는 옆의 동료가 가장 큰 힘이 됩니다.
그래서 총 잡고 한참 근무서는데 그 날 따라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들고, 박자 맞춰 오케스트라를 여는 풀벌레들의 찌륵찌륵 리듬에 고개도 끄덕끄덕대며 반쯤 멍하게 비몽사몽에 빠진거죠.
그때엿습니다.
철조망 저 쪽에 북한군도 못 가고 우리군도 못 가고, 민간인은 더더욱 못 들어가는곳에 희끄무레한 초록색 물체가 움직이더군요.
그냥 동물인지 사람인지도 모르는 그냥 녹색 물체 말입니다. 이쯤 되면 탈북자나 아니면 귀신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이쪽으로 막 오는데...어느 쪽이든 심각한 거죠.
그래서 저는 옆에 같이 졸고 있던 천병장을 팔꿈치로 쳐서 깨웟습니다.
"병장님! 천병장님! 일어나시지 말입니다."
"으..응? 음!"
언제 졸앗냐는듯이 천병장 자세가 바로 잡히더군요.
"금마 왓나? 어딨노?"
"그게 아니라...저기 좀 보시지 말입니다."
"응? 저기 머?"
초록색 물체는 어느새 몇십미터 앞까지 전진해 있엇죠. 춤추듯 흔들흔들거리면서..
"저기 머가 있는데?"
"저기 저거 안보이십니까? 민간인 같은데 말입니다."
"안보이는데? 헛것을 보나?"
"네?"
저는 엄청나게 당황했죠. 분명 저기 있는데...그런데 또 다시 보니 안 보이더군요.
"뭐? 네라꼬? 이 자슥이 1년이 다 됫으면서 아직 그런 말 쓰나? 죽을라고 이새끼가 마...졸려서 헛거를 본 거 같은데 좀 자라. 내 망 바주께."
"아...아니 그러지 않으셔도 되지 말입니다. 전 괜찮습니다."
"그렇나? 그럼 내 좀 더 자께. 있다 깨워라이"
그리고 천병장은 몇 분 안되서 초소 창 쪽에 팔 걸치고 구부정한 자세로 꾸벅꾸벅 잠이 들고 있엇습니다.
저는 아까 헛것을 봣거나 아니면 짐승을 본 것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로 했죠.
그때엿습니다.
잠시 다른 곳을 본 사이에 바닥에서 스르르 올라온 '그 것'은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것이었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느꼇죠. 이건 진짜다. 저는 얼른 총을 집어들었습니다.
"움직이지마! 더 오면 쏜다! 그곳은 민간인 출입금지 지역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계속 움직이더군요. 움직이면서 수도 계속 불어나구요. 그런데 얼핏 보인 옷의 무늬는 군복이었습니다.
'부...북한군? 아 x바 졎됫다...'
마침 북한 미사일 발사니 뭐니 때문에 시끄러웟던 시기엿기 때문에 나는 엄청나게 당황했죠.
여기서 죽으면 어떡하지...우리는 근무태만이라면서 문책당하고 죽을거야..
"으아아악! 천병장님 일어나세요!"
전 비명을 지르면서 총으로 그것들을 조준했죠. 그리고 총을 장전하고 북한군이 오기만을 기다렷죠.
사단장님이 항상 말씀하시던 북한군의 무적인민군과 우리장비의 수적,질적 열세...
우리는 5분 소모품에 미군 지원만을 기다려야 하느니 하는 말이 머리를 멤돌고...
전쟁나면 다 알아서 하게 되 있다고 말씀하셧는데 전혀 그렇게 되질 않으니 한없이 또 원망스럽고..
제 고함소리를 들은 천병장이 일어나서 자세를 바로하다가 앞의 '그것'을 보고 질겁해서 총을 겨눳죠.
"XX(제 이름)야...저거 뭐냐?"
"부..북한군 같은데요..."
그 상황에서도 차마 쏠 생각은 못하고 저는 총구에 거치된 경기관총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사이에, '그것',아니 수가 불어난 '그 것'들은 계속 앞으로 다가왓습니다.
"야...저거 간첩인 것 같다.."
"그렇죠?"
다가올수록 군복은 군복인데 교육받앗던 북한군 군복과는 매우 차이가 있는 모습에, 오히려 우리 군복하고 비슷한 모습에 그놈들이 우리 군복을 훔쳐입고 침투하나보다...싶엇습니다.
"쏘...쏘자..."
"잠깐만요."
"왜...우리군이 이런 시간에 지뢰밭 쪽으로 오겠어...쏘자고 이새끼야! 으아아아악!"
그 순간에 '그것들'의 얼굴이 보이는 곳까지 다가온 순간. 천병장이 방아쇠에 힘을 주는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딸깍'
불발이었습니다. 탄알이 총이 걸려버린 것입니다. 그걸 확인한 순간 천병장은 그대로 까무라쳣고 저는 총도 놓치고 나동그라졋습니다.
"암구어도 안물어보나? 이 놈들은 뭐하는 놈들이야?"
놀랍게도 '그 것'들은 사람, 그것도 우리 군복을 입고 살아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표정변화 없이 조용하게 발소리도 내지 않고 움직이는데 너무도 조용해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엿지만 분명히 얼굴, 팔,다리 멀쩡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곳은 어디지? 북한에서 특수임무를 완수하고 바로 귀환하는 중에 지도를 잃어버렷군."
그 중에 중장 계급장을 달고 있는 한 명이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충성! XXXX XX XXX! 이곳은 XX XXX 입니다!! "
저는 뭔가에 홀린듯이 대답했습니다.
"젠장. 이곳은 북한군이 침투하면 꼼짝없이 다 죽겠군. 너흰 우릴 보고도 쏘질 않냐? 물론 우리가 조용히 움직인 것도 잇지만 바로 앞에서 군인인 걸 보고도 쏘질 않으니 알만하군. 이 개새끼들아 빨갱이들이 오면 너흰 다 죽는거야! 알아? 김일성이 그 새끼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데 너희는 뭘 하는 짓들이야? 정신이 있어 없어 이 씨X새끼야!"
"시...시정하겠습니다!"
"어쭈, 이새끼는 아주 기절했네? 씨X, 너희 부대 지휘관한테 가자고. 내가 네놈들을 영창에 쳐넣어주지. 지휘관 이름이 뭐야?"
"XXX입니다!"
"내가 박대통령각하께 보고해 그놈도 영창에 같이 쳐넣어주지. 따라와!"
저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팔을 질질 끌면서 그들을 따라 나섰습니다.
"한 놈은 여기 남아라. 음...박상병, 네가 여기 남아."
저는 천병장과 그 박상병이라는 놈을 뒤에 두고 그들을 따라갔습니다.
그 중사는 씩 웃더니 저를 앞에 세웟습니다.
한참 그놈들을 대리고 앞으로 가는데, 그 중사가 저에게 말했죠.
"너 어디 출신이냐?"
이 사람이 이건 왜 묻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대답했습니다.
"부..부산 출신입니다!"
"그럼 어느 고등학교 나왓냐? 고등학교 말이다"
"부산고등학교..."
"그래? 설마 초량에 있는 거기냐? 몇기냐?"
"XX기 입니다.."
"뭐라고! 그럼 넌 내 후배구나. 난 XX기다. 반갑네."
저는 그 때 그 사람이 저랑 같은고등학교 출신이라는것을 듣고 놀랏습니다.
"서..선배님이십니까!"
"그래. 짜식아. 넌 오늘 나 덕분에 생명 건진 줄 알아라!"
중사의 그 말과 함께 그들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제 머리를 퍽 치더군요. 돌연 눈앞이 확 밝아오는 (그러니까 이미 충분히 앞이 보이는 눈에서 또 앞이 보인달까?)느낌이 들면서 주위가 딱 바뀌더군요.
제 주위에는 그 소대장과 천병장님 두 명이 손전등으로 쓰러진 제 얼굴을 비추고 있더군요.
"얌마 괜찮냐? 너 죽을 뻔했다!"
"이 새끼가 군기가 빠져서...당장 일어나!"
제가 부스스 일어나는데, 제가 있는 곳은 초소가아니라 다름아닌 철조망, 천병장하고 소대장은 제 팔다리를 잡고 못 움직이게 꽉 막고 있더군요.
"저기는 또 왜 들어가려고 지랄이야?"
"어...난 분명히...깨어있엇는데..."
"너...그 군인들 때문이지. 그렇지."
"벼...병장님도 보셧지 말입니다...그 사람들..."
"사람? 웃기네. 그놈들은 귀신이야."
"네? 귀신이라고요?"
저는 소대장의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에 농담도 잘 안하는데다가 진지한 얼굴로 해도 믿을 수가 없는 말이었죠.
"60년대에 북한에 침투했다가 온 특수부대 귀신이다. 종종 애들이 그런걸 많이 봐."
"그..그럼 귀신들이 절..."
전 그 군인들의 섬찟한 얼굴이 기억낫습니다. 표정이 없고 조용한 데다가 지휘관처럼 보이는 그 중사 외에는 아무도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엇죠.
"그래 임마. 내가 적절한 시기에 안 왓으면 넌 그대로 글로 갓을걸? 천병장 혼자서 너 잡는다고 온 팔다리를 다 잡앗는데 이렇게 끌려왓잖아."
그제서야 전 천병장의 군화자국이 나 있는 흙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제 손목들에는 소대장과 천병장의 손자국이 나 있엇죠.
제가 멈춘 곳 바로 앞은 철조망을 넘어서 완전히 절벽이었는데 떨어지면 최하 중상인 데다가 설사 살아난다 하더라도 지뢰가 깔린 곳이라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곳이었던 것입니다.
"너 복귀해서 아무한테도 그 말 하지 마라. 왠만하면 말 안하는게 좋아. 나도 선임한테 들은 이야긴데 그놈들 년마다 이 날이면 계속 나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와 봣는데 역시나군."
전 기가 막혀서 아무 말도 못했죠.
그 사람들은, 아니 그 귀신들은 왜 절 끌고 가려고 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전 왜 살려 준 걸까요?
부대에 복귀해서 들은 이야기인데, 바로 옆 40초소에서 김이병은 죽고 한상병은 미쳣다는 소리가 들려온 것으로 보아 그 중사귀신이 저 말고 다른 사람 을 데려갔나 하고 추측했죠.
추측 사망시간은 8:45분(8.45헤븐 그대는 하늘나라로하고 관련없습니다 ㅡㅡ;)쯤, 딱 소대장이 저와 병장을 데리고 부대복귀시키던 시간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강원도에 26사단을 가시는 분은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거기에서 41초소 근무를 설 때 그 귀신이 나타난다면 무조건 부산고등학교 81기라 하십시오.
디씨 펌
첫댓글 디씨 펌
허허 갑자기 군대귀신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군요.
여름이니까요
이건 좀 완성도가 떨어지네요.